이단의 추억 #43. 만나와 성과
만나는 구약성서 출애굽기에 나오는 신비한 양식이다.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애굽을 탈출하여 거친 광야를 지날 때 굶주림을 해결해주던 바로 그 양식이다. 밤사이에 하얀 싸락눈같은 것이 내려 쌓여 있으면 백성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밖에 나가 이것을 수거해서 음식을 만들어 먹던 그야말로 ‘하늘표 양식’인데 날마다 내렸으되 안식일을 제외하고는 하루치 이상은 보관할 수 없었다.
욕심을 내서 하루치 이상을 보관하다가는 벌레가 생기고 악취가 나서 모두 버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안식일을 앞두고는 그날 이튿치를 수거해서 보관해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으니 신비한 양식이 아닐 수 없다. 이 만나가 세칭 동방교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그때처럼 하늘에서 내려와서 이땅에 쌓인것을 수거했단 말인가, 천만의 말씀.
만나는 이렇게 만들어 진다. 밀가루에 약간의 소다와 소금을 넣고 발효시켜 기름에 구운 것인데 앙꼬없는 호떡이라 할 수 있다. 대기처에 있는 여신도들이 연탄불 화덕위에 솥뚜껑을 엎어서 올려놓고 열이 오르면 하루종일 하염없이 앉아서 만나를 굽는 것이다. 어제 저녁에 준비해 놓은 밀가루 반죽통을 옆에 놓고 요즈음 시중에서 판매하는 호떡의 반에 반(1/4)만하게 조물려서 엎어놓은 솥뚜껑의 열이 오른 맨바닥에 기름칠을 해서 갖다 붙여 놓으면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노릇노릇하게 익는데 반대쪽으로 한번 더 뒤집어 익혀주면 만나가 완성되는 것이다.
만나를 구워내는 이 일도 대기처에 들어온 여자 신도들이 하는 일과중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구워진 만나의 겉부분에 베어있는 기름기도 제거할 겸, 상하는것도 방지하기위해 밀가루를 묻히고 마대에 가득 한 자루를 담아 각 대기처에 배분해서 먹이기도 하고 전국의 각 지교회에 순회자들이 갈때 마대자루를 그대로 들고 가서 각 지교회 인원수데로 배정해서 판매하는 것이다. 세칭 동방교에서 공짜란 있을 수 없다. 무조건 돈을 긁어 모으는 것이다.
이 만나도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서 맛이 조금씩 다른것 같았다. 아마도 여자들의 손끝에서 음식맛이 난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었다. 향림정 만나가 맜있더라는 사람, 수원정의 누구가 구운 만나가 제일 맛있었더라는 등 만나 굽는데도 인기가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 만나 굽던 여신도중의 한사람, 부산의 어느 여고를 졸업하는둥 마는둥 하고는 열심을 주체할 수 없어 대기처로 들어가 버렸는데 들어갈 때 시누이의 결혼 예물을 몽땅 싹쓸이 해서 줄행랑을 쳐 세칭 동방교에 다 바쳐 버리고는 그대로 빈집초월(무단가출)해서 대기처로 들어가 버렸으니 그때 그 시누이 얼마나 황당했으랴.
그렇게 ‘열심’이 특출하던 그녀도 세월이 흐른 후 세칭 동방교를 뛰쳐 나오게 되었고 가정으로 돌아가 결혼해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50대에 벌써 치매증상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60대를 넘긴 지금은 어느 요양병원에 들어가 찾아오는 사람조차 알지 못하고 무상한 세월을 보내고 있으니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각설하고, 연단선님들이나 지교회의 전도사들이 배가 고플때 이 만나를 사 먹기도 했고 전국 지교회의 신도들이 무슨 대단한 하늘양식이라도 되는양 믿었으며 이 만나를 많이 사먹는 것으로 자기 믿음을 과시하기도 하고 큰 영광으로 알기도 했다. 어떤때는 이 만나가 잘 공급이 되지않아 지교회에까지 도착이 드디게 되어 눈꼽아 기다리는 일도 있었고 적게 배분되는 지교회에서는 눈치없는 사람은 얻어 걸리기도 어려운 때가 있었다.
기름에 구웠기 때문에 고소한 맛은 있었지만 어떤때는 쉰 냄새가 나기도 일쑤였다. 서울의 대기처에서 구워 순회자들이 자루에 담아 전국의 지교회에 전달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나는 세칭 동방교에 갓 입교한 시절에는 이 만나가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것인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한 개에 얼마였던지는 지금 기억이 안 나지만 쉰 냄새가 나서 먹을 수 없는 그런것도 지금의 호떡값 보다도 더 비샀으리라.
세칭 동방교에서 돈을 긁어 모으는것 중에 또 성과라는 것이 있다. 세칭 동방교의 대기처중에 몇 군데의 과수원이 있었는데 그곳에 복숭아 나무들이 꽤 심겨져 있었다. 돌복숭아들이었는데 이것을 따서 역시 자루에 담아 순회자들이 전국의 지교회에 가져가서 판매하는 것이다. 아니 강매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나무에서 딴지 수삼일 이상 지난 돌복숭아가 무슨 맛이 있겠는가, 그래도 성과(聖果)라고 이름이 붙어 있으니 보통 과일이 아니다. 돈을 내고 모두 사 먹는 것이다. 돌복숭아 하나도 세칭 동방교에서는 돈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돈을 긁어모아 이것으로 과연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생각하면 참으로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할 때가 많다. 곳간에 돈이 쌓이면 사(邪)가 생긴다는 말이 있다. 종교집단에 돈이 쌓이면 반드시 썩는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이 현실세계의 온갖 종교가 그렇고 세칭 동방교가 꼭 이랬다. 그래서 패싸움이 일어나고 일반 기성교회로 위장한 지금에 와서도 재산 때문에 폭행사건에 소송까지 벌어지고 소위 ‘불법연대’라는 것이 생겨 분파사태가 일어나는 것이다. 물질이 아니라 이상을 추구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돈이 있어도 이상이 없으면 그 조직은 반드시 붕괴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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