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휴일 오후에 갑자기 우리집만 전기가 나갔다. 명색이 고교 때 전자 전공한 사람이 40년 행정인 되어 까막눈에 대책이 없다. 관리실 통해 지정된 전기 업체에 전화하니 배부른 소리뿐이다. 남해에 와 있으니 월요일 오겠단다. 다른 업체 소개라도 부탁하니 쉬는 날은 돈도 귀찮다는 듯 먼저 끊는다. 당장 냉장고에 잔뜩 쌓아둔 음식이 문제다. 가장 만만한 동생을 불렀더니 웬일인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전기가 들어온다. 원인도 모른 체 한 주가 되는 오늘 저녁에 냉장고만 또 나갔다. 아들에게 서비스센터에 알아보랬더니 그저 보드라운 목소리로 안내 아가씨와 조곤조곤 주고받는다. 그 사이에 아내와 내장물을 모두 빼냈다. 10년 가까이 됐으니 고장날 만도 하다. 그런데 도대체 수리기사는 언제 보내준다느냐고 아들에게 물으니, 오늘은 금요일이고 퇴근 시간인 6시가 가까우니 월요일에나 보내준단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그러면 냉장고 음식은 모두 어떻게 한단 말이며, 대기업의 서비스가 이래서 쓰나? 드디어 직접 전화번호를 찾아 대표전화로 서울에 건다. 전화응대 시 녹음이 된다느니 친절해야 하고 정보는 10년간 보존된다는 둥 금요일 저녁이라 출동할 기사가 없을 수도 있다는 둥 이해에 한계를 느낀다. 드디어 예외없이 나의 성정이 폭발한다. 그럴 거면 냉장고가 왜 필요하며 서비스센터는 왜 있느냐고? 그랬더니 잠시만 기다리란다. 바로 전화가 다시 온다. 10분 이내에 출동하며 출장비와 추가 수리 비용이 들 수 있단다. 너무 시원한 회신이다. 오늘은 동짓날 하루 전 아기 동지이다. 시간 맞춰서 젊고 예의 바른 직원 한 분이 들이닥쳤다. 마침 동지팥죽으로 저녁을 먹는 중인데 잠시 함께 먹자고 해도 막무가내다. 커피도 입에 대지도 않는다. 테스트기로 열심히 체크를 하더니 냉매를 만드는 가스통이 문제인데 갈아야 한단다. 지난번 정전도 이것이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 그렇게 해서 잘 고치고 출장비나 추가 비용도 전혀 받지 않고 되돌아갔다. 세상에 이처럼 멋진 서비스는 또 무슨 일이란 말인가 꿩 먹고 알 먹은 격이 되었다. 수고 많았다. 그리고 고맙다. 오늘 초저녁에 서비스센터에서 출장와서 냉장고 수리를 해준 젊고 잘생긴 엔지니어분 앞날에 무궁한 발전과 건승을 빈다. (20241220 덕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