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층으로 올라가는 LCT아파트, 요놈을 쳐다볼 때마다 피가 끓는다
시인 김지하는 고속도로 지리산휴게소에 요리집 식칼같이 보이는 기념탑 모양을 보고 “저놈의 전승탑 만 보면 피가 끓는다.”라고 말했다. 나도 집안 거실에 앉아 코 앞에서 매일 101층으로 올라가는 요놈의 아파트만 보면 피가 끓는다.
대한팔경의 하나인 달맞이동산을 수 십 채의 50층 아파트가 장벽을 쳐 다 망가트리더니 이제 또 그 아래 100여층 건물을 세 동이나 짖고 있어 주위의 경관은 말할 것도 없다. 바로 이웃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해운대백사장과 동백섬이 일순간에 사라지고, 지금까지 누리던 아름다운 경치가 모두 가려지며, 오후의 태양광까지 차단되어 일조권, 조망권, 전망권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건축공사장에서 뿜어내는 소음과 밤새도록 비치는 조명으로 안락한 수면에 지장은 물론, 창문을 굳게 닫았음에도 공사작업장에서 나오는 분진과 미세먼지로 많은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원래 이 자리는 천혜의 경관지구로 60미터이상의 건축물은 못짓게 법규로 명문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정부는, 부산광역시는, 해운대구청은 어쩐 일인지 정해진 법규를 어기고, 사회통념을 무시하고, 인근 주민의 불편을 아랑곳 하지 않고 이렇게 처참한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인가?
세계 어디든지 가보시라. 어느 도시든 100층이 넘는 건물이면 그 지역의 자랑스러운 랜드마크로서 가장 아름답고 빼어난 건물이 되어 주위경관과 조화롭게 잘 어울리고, 건물을 낀 도로는 교통영향 평가를 충분히 감안하여 최소한 8차선 내지 6차선도로를 우선적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불문율로 되어 있다.
여기는 어떤가. 꼬불꼬불한 2차선 도로가 바로 옆에 붙어 있고 한참건너 4차선 도로가 마주한다. 건물의 모양(아직 미완성이지만)은 주위와 조화는 커녕 스카이라인까지 다 망가트리고, 조금도 아름답지 않은 시멘트기둥만 보인다.
이것이 과연 우리나라 한강 이남에 단 하나뿐인 100층 건물로서 가치가 있고, 부산의 상징성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이 건물 주변에는 공사시작부터 교통체증이 유발하고 있다. 건물이 완공되고 동부산 관광단지가 개발되면 끔직한 교통지옥을 경험할 것이다. 나아가 건물이 결국 해운대 바다를 다 막으면 계절변환기 또는 태풍의 영향은 다른 어느 곳보다 심각해 질것이라고 어느 기상학자가 말했다.
부산대학교 윤일성 교수는 그의 논문 《엘시티 사업비리 무엇이 문제인가?》를 발표하면서 이 건물은 ‘비리의 백화점’ ‘비리의 종합선물세트’같다고 했다. 지금 부산지검의 <엘시티 비리 특별수사팀>을 편성해 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는데 현재 24명이 재판에 넘겨져 12명만 구속되고 나머지 12명은 불구속으로 처리 된 것으로 알고 있다.
탐욕과 불의의 도시개발은 법을 제 멋대로 바꾸면서 아무도 납득할 수 없는 변칙적 허가가 결국 부산의 적폐가 되어 다른 지역 난개발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런 비리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지금까지 부패한 정치인과 무능하고 이권에 눈먼 공무원, 그리고 탐욕을 일삼는 토호세력가 등이 합작품으로 얽혀서 제 실속만 차렸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우리는 새 정부를 맞이하고 있다. 대통령은 어디 가서나 새로운 정부는 촛불로 일어난 시민혁명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렇다면 정부는 혁명정부답게 시민을 위해 모든 비리를 척결하고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
엘시티 같은 비리사업 하나를 제대로 바로 잡지 못하면 ‘혁명’이라는 소리를 아예 꺼내지 말아야 한다. 이것 하나 해결 못하는 정부가 무슨 혁명정부라고 감히 말 할 수 있는가?
해운대 달맞이경동메르빌아파트 주민 최 정 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