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늪에서의 둘째 날은 본격 탐방에 앞서 우포생태촌 주변의 전시관을 먼저 둘러봤다. 우포생태촌 바로 앞에는 우포잠자리나라와 우포늪 생태체험장이 있는데, 우포잠자리나라는 코로나 확산 방지 겸 내부 수리로 인해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지금은 운영 중이다.) 그리하여 다른 한 곳인 우포늪 생태체험장으로 향했다.
우포늪 생태체험장은 크게 실내 전시관과 야외 체험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야외 전시 공간이 상당히 넓다. 주차장이 있는 정문은 우포생태촌에서 500m를 거슬러 가야 하지만, 30m 떨어진 주매제방으로 들어가는 길에 생태체험장으로 들어가는 작은 쪽문이 있다. 항상 열려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머무는 동안은 개방되어 있었다. 정문으로 가려면 인도가 없어 우포생태촌에서 걸어가기가 힘든데, 쪽문으로 바로 오갈 수 있다는 게 크게 편리했다.
우포늪 생태체험장의 야외공간에는 수생식물단지가 크게 조성되어 있어 우포늪에 서식하는 다양한 식물을 만나볼 수 있다. 이곳도 우포늪의 상류농지를 복원해 만들어진 곳이다. 예약을 하고 체험비를 지불하면 쪽배 타기, 미꾸라지 잡기 등 우포늪의 생태 환경을 몸소 체험할 수 있어 아이가 있는 가족이 함께 하면 좋은 곳이다. 산책로와 데크가 잘 나있어 쉬엄쉬엄 산책하듯 걸을 수 있는 공원 같은 느낌이었다.
실내 전시관에서는 늪에 서식하는 수생식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어류도 관찰할 수 있다. 물 속에 들어가는 듯한 외부 인테리어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규모는 작지만 붕어 등 늪에선 직접 관찰하기 힘든 어종들을 볼 수 있다. 실내 전시관의 하이라이트는 3층이다. 밖에서 보면 납작한 원통형인 유리 건물은 생태체험장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 명소이다. 360도로 통창이 나 있어 어디서든 깔끔하게 볼 수 있다.
짧은 생태체험장 관람을 마치고 다시 탐방길로 향했다. 전날과 반대 방향으로 탐방을 시작했다. 주매제방의 왼쪽으로 펼쳐지는 초록빛 숲길은 한아름 그늘을 드리워 기분 좋은 상쾌함을 안겨주었다. 숲탐방로 2길을 지나 늪으로 둘러싸여 원시적인 분위기를 풍겨내는 사지포제방, 잠수교를 거치면 180도 다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주매제방의 숲길
사지포제방에선 온전히 원시미를 느낄 수 있다.
우포늪 뷰 포인트 가운데 원 픽으로 꼽고 싶은 대대제방이다. 우포늪 생명길 출발 지점에서 약 600m 떨어진 곳부터 1.3km 정도 이어지는 대대제방은 드넓게 펼쳐진 늪과 논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이다. 제방길이 시원한 고속도로처럼 뻗어 있고, 길을 기준으로 한쪽에는 논과 마을이, 한쪽에는 넓은 호수같은 늪이 대비를 이루면서 공존한다. 원시적인 풍경과는 거리가 있는 곳이다. 원시와 현대가 공존하는 인상을 주는 곳이다. 그 특별한 모양의 풍경 뿐 아니라, 늪과 논이 만들어내는 광활한 풍경이 탁 트여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곳이다. 그것이 대대제방을 원 픽으로 꼽은 이유이다.
대대제방은 덥지 않은 날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에도 좋은 곳이다.
나중에 우포늪 생태관에서 해설사와 얘기를 나눴는데, 대대제방엔 다른 곳처럼 그늘진 곳이 전혀 없어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단다. 5월 말은 그럭저럭 걸을 만했지만, 한여름에 이곳을 걸어 2~30분을 이동한다고 생각하면 벌써 땀이 주르륵 난다. 그렇지만 여름엔 늪이 장관을 이룬다. 호수처럼 물이 가득한 다른 날과 달리 여름이면 ‘마름’을 비롯한 수생식물들이 잔뜩 올라와 호수를 뒤덮여 초록빛 벌판 같은 풍경을 만든다고 한다. 실제로 그 사진을 보니 실감이 확 났다.
제1전망대에서 본 우포늪과 대대제방
여름에는 늪이 초록빛으로 가득하다. 우포늪의 수심은 30~50cm로 매우 얕은 편이어서 새들이 물 위에 서 있을 수 있다.
대대제방을 지나 생명길의 시작이자 마지막 포인트, 우포늪 생태관에 도착했다. 반대편에서 탐방을 시작하다 보니 가장 마지막에 오게 되었다. 우포늪에 관한 자료와 전시를 볼 수 있는 곳인 만큼 먼저 둘러보고 탐방을 시작한다면 한층 더 흥미로울 수 있겠지만, 마지막에 비밀을 알아나가는 듯한 전개도 재밌었다. 생태관 안에 들어가서 전시를 보고 있으니 해설사가 이런저런 설명을 해 주었다. 탐방로를 걸으면서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니 세심히 답변해주어 고개를 계속 끄덕거리며 한참 이야기를 들었다.
우포늪 생태관
전시관은 큰 규모는 아니지만, 실내 공원처럼 정갈했다. 전시는 각종 자료와 사진, 모형으로 알차게 꾸며져 있었다. 소소한 체험 거리도 눈에 들어왔다. 그 중에 늪의 바닥을 직접 느껴보는 게 눈에 띄었다. 드넓은 우포늪을 걷다 보면 한번쯤 직접 밟아보고 싶은 기분이 들 수 있다. 그 궁금증을 조금 해소할 수 있는 것이었다. 바닥이 말랑말랑해 발이 서서히 꺼지니 체험용 늪임에도 얼른 빠져나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우포늪은 다양한 동식물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생명의 보고이다. 거대한 생태계 속에서 많은 생물들이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간다. 우포늪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생물은 따오기이다. 우포늪을 대표하는 따오기는 오래전 농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새였으나, 1970년대 후반에 들어서며 그 수가 점차 줄었다. 예전의 모습을 되살리기 위해 창녕군은 중국 따오기 번식센터와 협약을 맺고 따오기 한 쌍을 받아 증식과 복원을 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 자체 증식으로 복원한 따오기가 359마리에 달한다. 따오기는 우포늪 생태관에서 조금 떨어진 따오기 복원센터에서 만날 수 있으며. 반드시 예약을 해야 만날 수 있다.
우포 따오기 복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