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인된 기억, 소낙비가 해제하다
김단
지옥 같던 여름과 인정 많던 아재의 주검
힘겹게 봉인된 기억이 스멀거리며 기어 나온다
그해 여름은 얼마나 더웠던지 담 위에 올라간 호박이 우비를 준비하거나
마당에 널린 빨래가 땅을 치며 통곡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어릴 적 마을 어귀에 수백 년 된 당나무가 마른 벼락을 맞아 죽은 일도 그때였고
하얗게 말라버린 삼포밭 고랑에서 명석이 아재가 소주병을 입에 물고
가서는 안 될 길을 간 것도 바로 그때쯤이었다
여름이라고 부를 수가 없었다
화염이 이글거리던 그때는 한 폭의 거대한 지옥도 풍경이었다
그해 여름 뜨거운 태양의 포로가 된 구름은
아재가 한 줌의 재가 될 때까지 단 한 방울의 눈물도 흘려주질 않았다
하늘이 울고 있다
아재에 대한 사죄일까
거친 비가 밭고랑 사이에서 아주 서럽게 울고 있다
출렁이는 땅을 디딤돌 삼아 끝없이 하늘로 솟구쳐 가면서.
*포털'Daum'과 '네이버'에서 '김단 시인' 검색*
첫댓글 마음이 아려오는글이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제 주변의 어르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본 것입니다.
글 구절따라 즐감하였나이다
또 다른 詩를 接하길 기대합니다
즐거운 시간 되십시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