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에게 셀프이발을 맡긴지 벌써 2년 8개월이 흘러간다. 약2달에 한번정도 이발을 하기에 그동안 16번 정도 한셈이다. 서당개 3년이면 풍을 읊는다고 했다. 비록 4개월이 모자란 3년이지만 실력을 발휘할 때도 되었다. 물론 지금까지 나의 이발사가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큰며느리가 자기 가족들의 셀프이발을 시작하면서 마네킹이 되어준 나의 이발을 집사람이 지켜 봤다. 그이후부터 바로 이발도구를 구입하여 셀프이발을 하게 했다. 한번도 이발을 해보지 않는 사람에게 다짜고짜 해보라고 하니 난감해 하면서 첫이발을 하는데 1시간 정도 걸렸다.
한때 동네 미용실에 가도 보조 미용사에게도 이발을 맡기는 내가 아니였던가? 아직도 생생한 것은 그 미용사의 말이다. "아저씨가 같은 사람 10명만 만나면 참 좋겠다" 라는 말이다. 그당시 그녀의 약속을 지켜주려고 그다음에 이발하러 갔지만 그녀는 없었다. 원장한테 물어보니 그만 두었다고 했다.
그땐 그이유를 몰랐지만 집사람한테 셀프이발을 받으면서 알게 되었다. 무슨 일이던 처음 일을 배우게 되면 중간에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인데 그 고비를 잘 넘겨야 하는 것이다. 아마도 보조 미용사도 나같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거나 설령 만났다고 하더라고 손님으로부터 불평을 듣고 그만 두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집사람의 경우에도 2년동안에는 바짝 긴장을 하고 이발을 하여 큰 실수가 없었다. 어느정도 실력이 붙어 바리깡에 덧날을 끼우지 말고 이발소나 미용실에서 하는 방식대로 해 보라고 했다. 그때가 지금으로부터 3개월전 셀프이발을 시작하고 14번째 시도의 날이였다. 당연히 잘하리라 믿었는데 옆머리를 치면서 각도를 죽이는 바람에 좌측 귀옆부분이 왕창 잘려 나갔다.
내가 봐도 보기가 흉했다. 이발을 할 때에는 항상 내 앞에 큰 거울을 갖다 놓고 코치를 해준다. 남성들의 이발은 옆머리 커트가 가장 어렵다. 뒷머리나 앞머리는 초보자들이 해도 덧날만 끼우면 거의 실수가 없다. 집사람은 매사에 조심성이 많아 덧날을 끼워 옆머리를 커트했더라면 그런 실수가 없었을텐데 내가 강요하는 바람에 덧날없이 하다가 그런 참사를 빚었다.
그때 나도 모르게 잔소리를 했더니 앞으로 절대 이발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순간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괜찮다고 하고 적당히 마무리하라고 했다. 1주일정도만 지나면 머리가 자라 크게 보기 싫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의외로 상대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도 책을 통해 배웠다.
더 중요한 것은 슬럼프나 위기를 만나 그것을 극복하게 되면 한단계 도약한다는 것을 평소 운동을 통해 터득한 나이기에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실수와 실패는 또다른 기회가 주어지면 실력과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다. 큰며느리로부터 시작된 셀프이발이 작은 며느리에 이어 울 집사람으로 이어졌다.
집사람이 셀프이발을 실수한 이후 어느날 작은 며느리 가족들이 찾아왔다. 우짠 일로 왔는냐고 물었더니 남편과 아이가 미용실에 들러 이발을 하고 잠시 들렀다고 했다. 아니 직접 셀프이발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겸연쩍은 얼굴로 남편 이발을 하다가 실수를 하여 더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네 시어머니도 그런 적이 있었는데 계속해 보라고 했지만 쓴 웃음만 지었다. 그 웃음의 의미를 난 잘 알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잠재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능력을 캐치해 내는 사람은 자신이 아닌 가족 또는 다른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상대의 실수나 실패에 관대하면서 넌 할 수있다고 용기를 불어 넣어주면 숨어있던 잠재능력이 고개를 쳐든다.
그 한번의 맛을 본다면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 셀프이발 실수후 3번째이자 셀프이발 16번째 울 집사람의 실력을 오픈해 본다. 다음 사진이 이발하기 전의 모습(BEFORE)이고
이 사진은 이발한 후의 모습(AFTER)이다.
이제 고비(신의 장난)를 넘겼으니 진화와 실력 향상만이 남았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이발 주기를 2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고 내가 아닌 남을 위한 이발이 이루어질 때 그것이 가능할 것이다. 빨리 그런날이 오길를 기대하면서 나의 전속 이발 매니저가 되어 준것에 감사를 표하고 더 나아가 남들에게도 재능기부를 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