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흥길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전체 줄거리
발단 : 우리 집 문간방에 입주한 권 씨네
20평 짜리 주택에 세들어 살다가 무리하게 성남의 고급 주택가에 집을 마련한 우리 부부는 재정상의 무리를 메워 볼 생각으로 방을 하나 세를 놓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의 집 문간방에는 권씨 가족이 전세로 입주하였다.
전개 : 권씨의 내력
권씨는 철거민 입주권으로 광주 대단지에 20평을 분양받았으나 어려운 형편으로 사람들과 집단 소요를 일으킨 후 주동자에 몰려 징역을 살다가 나왔다고 했다. 그에게는 가난한 살림에도 자신의 구두만은 소중하고 깨끗하게 닦는 버릇이 있다.
위기 : 권씨의 아내 수술비용 부탁과 나의 거절
권씨가 ‘나’에게 아내의 수술 비용을 빌려달라고 절박하게 부탁했으나, ‘나’는 그것을 거절했다. 그러나 뒤늦게 자신의 이중성을 느낀 나는 권씨 모르게 권씨의 아내를 돕게 되어 수술을 잘 받도록 해 주었다.
절정 : 강도로 우리집에 침입했다가 사라진 권씨
그런 사실을 모른 채 권씨가 그날 밤 ‘나’의 집에 강도로 침입했다. ‘나’는 그가 권씨임을 알아차렸고 되도록 그를 안심시키는 쪽으로 행동했으나, 정체가 탄로난 권씨는 자존심이 상한 채 나가 버린다.
결말 : 아홉 켤레의 구두만 남기고 행방불명된 권씨
하홉 켤레의 구두만 남긴 채 권씨가 행방 불명 되었다.
◆이해와 감상
1977년 <창작과 비평>에 발표한 중편 소설로서, 도시 빈민 소요 사건의 주모자로 지목되어 옥살이를 하고 나와, 지식인으로서의 자부심 하나에만 매달린 채 무능력자의 길을 걸어가는 한 소시민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어떠한 개인의 문제도 사회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과 한국 사회의 폭력적 구조를 깨닫게 해 주는 소설이다.
권씨는 경제적인 능력은 없으면서도 자존심은 강한 평범한 소시민이다. 그의 자존심은 늘 반짝거리게 닦아 신고 다니는 그의 구두에서 증명된다. 또한, 경찰의 사찰 대상자이면서도 온순하기 이를 데 없고, 그는 주변 사람들의 은밀한 애정의 대상이 된다. 심지어는 그를 담당하는 이 순경조차 그를 사랑하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그의 성격을 시종일관 특징적으로 묘사해 내고 있으며, 이는 그가 복면 강도를 하는 대목에서 정점에 달한다. 결국 아무 것도 훔치지 못하고 돌아서는 그의 모습에 ‘나(오선생)’는 말할 수 없는 연민과 애정을 느낀다. 그 연민은 작가의 것이자 동시에 독자의 것이기도 하다. 그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게 희화화되어 있으면서도 깊은 비애의 색조를 띄고 있다.
◆핵심정리
갈래: 중편소설, 세태소설
성격 : 사실적, 비판적, 현실 고발적
배경: 1970년대 성남시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주제 : 산업 사회에서 소외된 변두리 인생의 어려운 삶에 대한 연민과 현실 고발
출전 : <창작과 비평> 1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