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곡 피렌체의 어제와 오늘
고귀함은 금방 오그라드는 망토다. 날마다
다른 천으로 덧대지 않으면
시간의 가위가 조금씩 잘라 버린다.
혈통의 존귀는 짧은 외투에 지나지 않는다. 훌륭한 가문이라도 새로운 공덕을 쌓지 않으면 덧없다는 뜻의 말입니다. 훌륭한 가문에서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고귀함과 위대함에 맞는 말이어서 새겨 읽습니다.
단테는 고조부 카차아귀다를 이제 극존칭으로 부르며 다시 말을 시작했습니다.
존경하는 조상이여! 저의 원류는 무엇인지,
당신의 옛 조상들은 누구셨는지, 당신께서 젊었을 때
어떤 세월을 보내셨는지 말씀해 주세요.
단테는 당신의 조상은 누구였는지, 젊었을 때 어떤 세월을 보냈는지, 당시 피렌체의 인구는 얼마나 되었는지를 묻습니다. 그리고 단테는 성 요한을 수호신으로 삼는 피렌체의 인물들은 누구였는지, 유명한 가문이 쇠퇴한 이유가 무엇인지 묻습니다.
피렌체는 성 요한을 수호신으로 섬겼습니다. 신곡에서 성 요한은 피렌체를 상징하는 단어로 인용되고 있습니다. 피렌체 대성당 앞에 있는 '천국의 문'으로 유명한 성 요한 세례당입니다.
피렌체 대성당
피렌체 대성당 앞 성 요한 세례당
천국의 문으로 유명한 성 요한 세례당, 피렌체
단테가 세례를 받은 세례당입니다.
성 요한 세례당에 있는 기베르티의 천국의 문(복제품)
기베르티의 천국의 문, 두오모 미술관에서 본 진품
고조부 카차아귀다는 1091년에 태어났습니다.
나와 가족이 태어난 곳은 너희들이
해마다 축제를 벌이면서 뛰어다니다
마지막으로 이르는 동네의 처음에 있다.
이는 당시 매년 6월 24일에 열리는 성 요한 축제에서는 말 경주를 벌이는데 그 경주가 피렌체의 온 동네들을 돌아다니다 마지막으로 이른 동네의 초입에 엘리세이 가문의 저택이 있었습니다. 카치아귀다는 아마 이 후손일 것입니다.
카차아귀다는 피렌체가 불행해진 이유를 이야기 해 줍니다.
그 시절의 인구는 지금의 오분의 일에 불과했습니다. 지금은 여러 도시가 피렌체로 섞여 들어왔지만 그때 피렌체 사람들은 모두가 순수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시골출신 이주민이 대거 유입함으로 피렌체의 명문가들이 몰락했다고 합니다.
단테 시대의 법률가와 정치인들이 악취를 풍기는데 이것보다는 그때 피렌체에 경계를 두어 유입시키지 않았으면 훨씬 더 좋았을 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몬테부를로에는 아직 그곳 출신 백작들이
있을 테고, 아코네 교구에는 체르키들이,
발디그레베에는 보온델몬티가 있을 텐데
몬테부를로 성을 지키지 못한 무능한 귀도 백작 가문은 성을 피렌체에 팔았습니다. 작은 마을 아코네의 하층민 출신인 체르키는 피렌체에서 부와 권력을 얻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의 가문은 교회와 제국의 관계를 둘러싼 수많은 잡음을 만들어 냈습니다. 부온델몬티 가문은 피렌체가 세력을 확장하면서 그레베의 계곡(발디그레베)에 있는 성이 파괴되자 피렌체로 이주했습니다. 이 가문은 피렌체 궬피 당의 중심세력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뒤섞이면 언제나
도시가 타락하는 법. 음식을 이것저것
들이부으면 배탈이 나는 것과 비슷하다.
도시들도 시간에 따라 소멸하듯이 가문도 끊어진다는 것은 이상한 것도 아니고 이해하기 어려운 일도 아니리라.
너희의 모든 것은, 너희들 자신이 그러하듯,
죽음을 맞는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오랜 세월 이어지는
무엇에 숨어 있는데, 인생은 짧다.
우리가 언젠가 죽듯이 모든 세상사에 종말이 있다는 것을 오랜 세월 동안 반복된 진실이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은 그 오랜 세월에 비춰 인간의 생이 짧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도시들, 우리의 가문들도 언젠가 사라집니다.
카차아귀다는 피렌체의 쇠퇴해 사라진 명문 가문들의 이야기를 길게 해주는데 새로운 이웃을 받아들이지 않았더라면 평온한 곳이 되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너희들(부온델몬티)을 울리면서 태어났던 집안(아미데이 가문)은
그들의 정당한 복수가 너희들을 죽음으로 이끌고
너희들의 즐거운 삶에 종지부를 찍었는데
아미데이 가문의 딸과 정혼한 부온델몬티 가문의 부온델몬티는 괄테로티 도나티가 부추기는 바람에 결혼식 날 혼인을 포기했습니다. (후에 도나티의 딸과 결혼합니다.) 이는 아미데이 가문에 심각한 모욕이었고, 아미데이 가문의 집안들은 ‘정당한 복수’로 부온델모티를 살해하여, 피렌체의 피비린내 나는 파벌 싸움의 발단이 됩니다.
네가(부온델몬티) 처음 피렌체에 오는 동안
하느님께서 에마(피렌체 근교의 강)에 넘겨주셨더라면
지금 슬퍼하는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살 텐데
카치아귀다는 부온델몬티 가문이 피렌체로 이주해 왔기 때문에 그런 비극이 생겼다고 한탄합니다.
이런 사람들과 더불어 나는 명예롭고 정의로운
그 시민들을 보았다. 그렇게 백합은 깃대에
걸리지 않았지만 꺾이지는 않았고,
분열로 인해 선홍색으로 되지도 않았다.
1251년 궬피가 기벨리니에 승리를 거둔 후 피렌체의 문장이 흰 백합에서 붉은 백합으로 바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