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자.
지난
6월 5~6일 해날과 달날 대둔산에 들어 묵고 내려왔습니다.
1월 발해 1300호 18주기에서 5월쯤 산 한 번 같이 가자던 모의가 있었더랬지요.
두루 기별 드렸으나 다들 여의치 않아
박주훈 이상찬 옥영경만 함께했습니다.
강진의 주작산으로 잠시 여정을 바꿔보려고도
하다 말 나왔던 대둔산으로!
만나기로 한 대전역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등산복을 입은 두 남자가 때깔나게 화보처럼
앉아있어.
산을 오래 다닌 냄새를 풀풀 풍기며 말이지요.
배낭까지 매니 어찌나 본새(‘뽄새’로 읽어야 제맛 나는)들이
나던지요.
점심을 먹고 태고사 쪽으로 대둔산(878m)에 접근했습니다.
전북 완주, 충남 논산과 금산에 걸쳐있지요.
모악산의 두리두리하고 너른 어미 품에
견주어 엄격하다는 대둔산,
태고사로 오른 길은 성큼성큼한 아버지
걸음처럼 몇 걸음 되지 않는 대신 거칠고 가팔랐습니다.
호남의 금강산이라 불릴 만치 천여 개의
암봉이 6km에 걸쳐 있다지요.
대둔(大芚)이란 인적 드문 벽산 두메의 험준하고 큰 산봉우리라는 뜻이라고.
정상 낙조대에 이르러 지는 해 앞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어린 왕자처럼 의자를 놓고 앉음직한 해넘이였지요.
저녁이 내리기 전 낙조대 아래 태고산장
데크에 일찌감치 텐트를 쳤습니다.
산장 뒤란의 소박한 마애불이 퍽이나 인상
깊었던.
작고 여린 것들을 지키고픈 소망에 닿아있기
때문이지 않았을지.
꾸덕꾸덕 잘 마른 가자미 구이가 일품이었던
저녁밥상이었고,
달여낸 중국에서 막 온 햇차 영덕홍차가
깔꿈도 하였습니다.
주훈 형과 상찬 형의 산행 장비에 대한
지식 혹은 정보는
날밤을 새고도 모자랐을 즐거움이었네요.
어둠을 가르고 나눈 별싸라기 같은 이야기들,
이래서 산에서 같이 밤을 보내는구나 싶었던,
참으로 아스라하고 따스하였습니다.
이튿날,
회장님이 대표로 호국영령을 위한 묵념도 했던 현충일.
살짝 빗방울 얼마쯤 다녀갔고,
아침 수행을 하기도 하고, 혹여나 하고 해맞이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태고사 유명한 일주문 석문으로 들어 공양을
하고
느릿느릿 산을 빠져나왔지요.
사는 일이 뭐라고… 별 게 있겠는지...
좋은 사람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
그만한 일이 또 어딨을까요.
함께 걸어 고마웠습니다.
(두 분은 자유학교 물꼬의 후원회원인 ‘논두렁’이기도 하여
한층 더 가까이 여기는 분들이시랍니다
와, 그러고 보니 우리 인연이 30여년 입니다!)
언제 또 같이들 산에 가지 않으시려는지요…
아,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느라 우리를 태워갔던 차가
나오려는 우리 뜻과 달리 그만 주저앉아버렸습니다.
긴급출동을 요청하기도 하였네요.
그런 일마저 유쾌했던 이틀!
역시 여행은, 음식도 그렇지만, 어디냐보다 누구와인.
같이 보낸 우리 생의 어느 한 때의 산오름에 거듭 감사를…
첫댓글 즐겁고 재미난 글 이제야 봤네요.
함께했어야했는데 하는 아쉬움을 많이 남게하는 즐거운 글. 담에 꼭 함께할수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