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으로의 회귀
환유는/ 환생을/ 빙자한 사기극이다
정원선
근방에 병이 생기면 변방이 그리워질 거야
새처럼 걸어 다녀도
날개는 허공의 중심을 날아다니는 것처럼 애가 탈 거야
변방은 아름다운 병자들을 위한 구원의 땅
그곳에 종교는 없어
모두가 뿌리 깊은 성자가 되어가는 거지
변방은 인생의 구름으로 둘러싸여 있어
꽃이 지고 잎만 살아남은 나무가 생각날 거야
잎은 얼마나 외로울까
살다 보면 미래에도 변방이 생겨나겠지
변방이라는 오래된 성곽에서
많은 사람이 선글라스를 쓰고 사진을 찍어
눈을 가린다고 눈동자까지 세력이 약해지지는 않아
선글라스는 표정의 중심에 있고 싶어 하지
성격이 다른 표정을
무늬라고 부를 날도 머지않았어
변방에서 병자들이 땅에 우물을 파고 있어
건강한 달을 키울 수 있는
작은 우물을 파고 있어
밑바닥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작은 희망을 위해서
한 우물만 파고 있어
침묵의 버스를 타고
불치병을 치료하러 떠나는 길
차창 너머로
성에꽃처럼 변방이 피어나고 있어.
2019년 《시로여는세상》 신인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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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으로의 회귀 /정원선
시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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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1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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