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사진 한 장이 그의 많은 면모를 짐작하게 할지 모르겠다. 일론 머스크가 지난해 이맘때 폴란드 남부 오시엥비침에 있는 아우슈비츠 죽음의 수용소를 찾았을 때의 모습이다. 마치 디즈니랜드에 놀러간 것처럼 세 살 아들 X를 무동 태운 채로 이곳 수용소를 살아서 빠져 나온 기돈 레브(89)의 설명을 듣고 있다. 4년 동안 무수히 많은 유대인과 폴란드인이 죽임을 당한 현장을 찾으면서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은 그가 “소시오패스”란 사실을 어느 정도 증명해준다고 볼 수도 있다.
당시 머스크가 아우슈비츠를 방문한 것은 그가 소유한 소셜미디어 엑스(X)가 반유대적인 혐오 메시지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다는 비판과 지적을 받았던 것을 의식해 여론 반전을 꾀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었다. 당시에도 머스크가 그저 이미지 반전을 꾀했을 뿐 이런 '다크 투어'가 그의 판단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레브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로서 머스크에게 자신이 겪은 끔찍한 경험을 들려주기 위해 특별 초대됐다. 그런데 레브의 동거녀로서 함께 참석해 머스크의 행보를 죽 지켜본 줄리 그레이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머스크는 "(다른 이의) 경험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 인물이라고 지적했다고 인터넷 매체 데일리 비스트가 24일 전했다. 다소 장황해도 그대로 옮겨본다.
“난 사람들이 지난해 이만때 머스크가 아우슈비츠를 찾았을 때의 사진을 올리며 최근 제스처가 반유대적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을 봤어요. 난 일론 머스크와 수다를 떨었어요. 난 몇 시간을 그와 함께 보내며 그와 함께 걸어 아우슈비츠 안을 돌았어요. 난 그의 곁에 서서 보존하기 위해서인 것이 분명한 보랏빛 광선 아래 그 역겨운 머리카락, 가방, 신발 더미를 바라봤어요. 머스크가 반유대주의자라고요. 이보세요 실은 더 나빠요—그는 어떤 것에도 신경 안 써요… 그는 (다른 이의) 경험에 의해 움직이지 않아요. 일론은 신경쓰지 않아요. 그는 홍보성 시찰(press junket)과 보디가드들만 신경 썼어요. 난 그가 참모들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그로부터 10피트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어요. 그는 완전 딴 데 가 있었어요.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만 신경 썼어요. 그가 아우슈비츠에 조화를 헌화하고 기돈을 지나쳤을 때 그는 윙윙거리며 돌아가는 카메라와 함께 걸어가 버렸죠. 이런 게 일론 머스크죠. 늘 그랬던 것처럼 소시오패스요. 이 방문으로 짐작할 때 그가 유대인들의 친구란 얘기는 완전 나이브한 거예요.”
상도 여럿 수상했으며 스스로를 머스크 전기 작가라고 소개하는 세스 에이브럼슨이 그레이의 X 글을 공유하며 공감을 표시했다. 그는 23일 "이건 진짜 소름끼치는 일인데 그는 정녕 소시오패스”라고 적었다.
머스크 대변인들은 데일리 비스트의 코멘트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2023년 소란 당시 한 X 이용자가 유대인들이야말로 “백인들에 대한 혐오"를 갖고 있다고 반박하자 댓글로 "당신이 정말 진실을 말한다”고 달았다. 나중에 사과하긴 했지만 "정말 바보같은 일 중 하나는, 가장 바보같은 일은 아니라도” 그가 문제의 사이트에 대해 한 일이 없었다는 점이라고 해명했다.
거의 같은 시기에 디즈니와 IBM을 비롯한 많은 대기업들이 반유대와 백인 민족주의 콘텐트가 넘쳐난다는 지적에 따라 X에 광고를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반유대주의에 대한 공격과 지적은 지난 20일 머스크의 나치식 경례 논란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온라인 상에서 많은 평론가들이 나치식 경례와 닮았다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으며, 머스크는 반명예훼손 리그(ADL)가 마뜩치 않은 변호를 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반유대주의에 맞서 싸우는 그 단체는 머스크가 "열정적인 순간 뜨악한 제스처를 했을 뿐이지 나치식 경례는 아니다"고 손을 들어줬다.
ADL은 이틀 뒤 어조를 바꿔 머스크가 괴벨스와 괴링, 헤스 등을 들어 나치를 농담 거리로 치부한 데 대해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