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공수래 공수거인 것을 생각이나 할런지,
앞으로 살아야 얼마나 산다고 저렇게 욕심이 많을까. 덧없는 인생 짧은 인생 인재를 키우기 보다는 자신의 욕망에 굶주려 있는 장 명예회장을 보며 저 사람과 임기내내 아니 어쩌면 앞으로 평생 다투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자 우울해졌다.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사실 괴로웠다.
이것이 자신의 임기에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였고 또한 이나라에
인재가 탄생하기를 하나님에게 간절히 빌고 싶은 마음이었다.
만약
에 화성그룹의 장 명예회장이 권모술수를 꾸민다면 자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둬야 할 것이었다.
그 양반이 자신의 명령대로 순익의 절반을 나누어 주리라고 순진하게 기대할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익을 위하는 일이 있는데 통치권자인 자신이 명령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취소할 수는 더욱 없는 일이 아닌가?
일단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허락해야 하고 그 다음 권리를 혼자서 독차지 하려고 한다면 또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만약에 나의 명령을 어긴다면 대통령 존엄을 훼손한 댓가를 반드시 치를 것이다."
대통령은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며 중얼거렸다.
거기에 화답이라도 하는 듯이 벌레 울음소리가 적막을 깨뜨리며 울고 있다.
어둠속에서 한 사람이 살며시 다가와서는 대통령 뒤에서 조그많게 묻는다.
"각하, 뭘 그렇게 고심하세요?"
대통령은 뒤를 돌아다 보고 반가이 맞는다.
"어서 오시오, 부인"
영 부인은 대통령과 나란히 소나무를 향해 선다. 대통령은 밤 하늘을 가리키며
말한다.
"부인, 우리나라에도 어쩌면 스타가 탄생하는지도 모르겠소."
"스타라뇨?"
"음, 모르긴 해도 분명히 스타요,그것도 대 스타라는 말이요."
"그래서 이렇게 늦도록 별을 보고 계셨군요?"
"물론이오, 저렇게 캄캄한 밤 하늘에서 빛나기 위해서는 얼마나 기나긴 시간이
노력이 있겠소? 아무쪼록 이 나라에도 밝은 모습이 비쳐야 할텐데 어디 모든
사람이 내 맘 같아야지."
대통령은 말하고는 영부인과 함께 잔디를 밟으면서 내실로 향하고 있다.
어둠은 두 사람의 가는 길을 비켜주는 듯이 갈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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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경을 만나고 휘파람을 불면서 집에 들어온 현철은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선경이와 데이트를 하며 즐거웠던 시간을 생각하며 제주도 가서 어디를 둘러볼 것
인가를 생각하고 있다.
그 때 방문이 열리면서 형이 들어와 기록한 것을 주면서 말한다.
"방심하지 말고 이거 암기하고 연출할 준비를 연습이나 해둬."
"어? 아직도 더 외워야 해?"
"그럼 양귀비같이 아름답고 명문대 불문과 출신인 콧대높은 여자를 마누라로 삼기가 어디 쉬운줄 아니? 잔말말고 빨리 이것을 달달 외워서 대화하는데 막히지 않도록 해!"
현철은 형이 건네준 기록을 보면서 침대에서 일어나 앉는다.
현권이는 현철이가 일어나 앉는 것을 보고는 묻는다.
"이제는 어느정도 스스럼없이 말도 잘하니?"
"응, 내가 한 마디 하면 자기 의견도 곧잘 내놓던데."
"그럼됐어. 이번 제주도에 가서 바람만 잘 쏘이면 약혼 날짜를 잡자고 해도 되겠다. '있을 때 잘해!' 이건 노래 가사가 아니야 진짜로 평생 같이 살아야 하는 결혼문제가 걸린 일이야. 한 번 기분이 상하게 하면 여자는 새처럼 날아가 버린단 말인야, 저 멀리 날아가버린 새를 어떻게 새집속에 다시 넣지?, 한 번 실수가 평생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잘해야 돼. 알았지?"
현권이는 다짐을 하듯이 현철을 바라보며 말하고 있다.
"알았어."
"그런데 이건 무슨 내용이야?"
"선경씨가 기독교 신자이니 종교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뭐 서로 대화를 나누고
공감대가 형성이 될 것 아니냐? 질문을 받아도 지적으로 대답을 해야되니까"
"응, 맞아."
현권이가 나가자 현철은 외우고 말해보기도 한다.
현철은 선경의 집 근처에 새로 산 BMW 를 세우고 운전석에서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면서 선경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 모습은 마치 운전수가 사장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인다.
잠시후에 선경의 모습이 보이자 현철은 다가가 먼저 인사를 한다.
"선경씨 어서 오세요"
말하고는 조수석 문을 열어준다.
선경도 인사를 하며 즐거운 듯이 밝은 미소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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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경을 태운 현철은 장위동을 빠져나와 동부간선도로를 향해서 차를 몰고 있다.
이윽고 강변으로 접어들면서 현철은 차의 속도를 올리고 있다.
올림픽도로에 진입하면서 오른쪽으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두 사람은 말이
없다. 현철은 운전을 하면서 어제 외운 것을 생각을 하고있고, 선경은 대학 1학년
여름방학에 제주도를 친구들과 갔다온 것을 생각하고 있다.
명숙과 정희와 함께 중문 해수욕장에서 함께 민박을 하며 뜨거운 햇볕아래 피부를 까맣게 태운 시절을 생각하고 있었다.
푸른 바다, 따가운 태양, 그리고 백사장에서 마냥 편안하게 하늘을 나는 갈매기를 보면서 철썩거리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바닷물이 몸을 간지럽히는 옛 추억을 떠
올렸다.
결혼을 하면 그 만큼 평화로울 수 있을까. 하고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자기는 이 사람과 결혼을 할 수가 있을까? 이 사람을 사랑하고 이 사람에 묶여 평생을 살아갈 수가 있을까. 제주도로 여행을 가려니 웬지 결혼이라는 것이 두려워지고 결혼이라는 미래의 여행을 해야한다는 것이 두려운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선경은 강물을 내려다 보던 시선을 운전에 열중하는 현철의 옆모습을 본다.
싫지가 않은 느낌이 든다. 어머니가 이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 끌리다시피하여 선을 보았지만 이제는 자기도 이 사람을 좋아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현철은 선경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고개를 돌리며 말한다.
"선경씨 음악을 틀을까요, 아님 라디오를 듣을래요?"
"우리 음악을 들어요."
"알았어요."
현철은 선경이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말한다.
"좋아요?"
"예,"
선경은 말하고서 고개를 끄덕인다.
선경은 눈을 감고 음악을 감상하면서 평화로움을 느꼈다. 그리고는 바로 이것이
행복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고 여겨졌다.
또한 현철이 아주 편안한 남자라는 것도. 아마 행복해질수가 있을 것이라는 것도.
공항에 도착하여 비행기에 오르는 두 사람.
선경은 마치 결혼을 하여 신혼여행에 가는 기분이었다.
제주공항에 도착하자 대기하여 둔 렌트카를 타고 해안도로를 따라 끓임없이 밀려오는 푸른 파도를 보며 드라이브의 기분을 만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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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 일출봉을 바라보면서 두 사람은 섭지코지로 가서 섬 바위들을 보며 불어오는
짠냄새가 물씬 풍기는 바닷바람을 들이마시고 있으며 현철은 왼팔로 선경의 어깨를 감싸고 있다.
선경은 현철의 어깨에 의지한 채 하늘을 나는 갈매기와 수면과 수평을 이루며 먹이를 찾아 푸른 물결이 출렁이는 바다위를 낮게 비행하는 가마우지 떼들을 보면서
평화로움을 느꼈다.
해안가에 조금 떨어진 바다에 기다란 바위가 하나 서 있는 형상이 엉거주춤하고
서있는 사람처럼 보여졌으며 그 바위 한 쪽 면에는 눈처럼 하얀 가루가 묻어있다.
"현철씨, 저기 바위옆에 하얀 가루가 있는데 눈이 아직 녹지 않았는가 봐,"
"아니. 그건 눈이 아니라 소금이 아닐까? 높은 파도가 들이쳐서 바다물기가 남아있어 말라버려 소금기가 묻어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소금이었어요"
선경은 불어오는 바람에다 소리치듯이 외쳤다. 외치고 나서 자신이 왜 그렇게 큰 소리로 말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다시 해안도로를 끼고 일주를 하기 시작했다 .
차를 가지고 우도에 들어가 일주를 하고 검멀레를 구경하면서 동굴속으로 파도물이 들어왔다가는 다시 빠져 나가고 수 백년 아니 수 천년을 그렇게 인고의 세월에
부딪혀 생긴 모습에 두 사람은 감탄하고 있다.
우도에서 나오고 두사람은 별도봉으로 향하고 있다.
"선경씨, 낙조를 보러 가죠."
"어머 낙조를 볼 수가 있어요?"
"저도 안가봤는데 오늘은 낙조가 아름다울 거예요. 제주도에 아름다운 경치가 많지
만 그중에 하나죠."
"그럼, 그리로 가요."
선경은 약간 흥분하는 표정으로 말한다.
현철은 별도봉으로 먼저 올라간다. 구릉을 오르는데 두 사람은 숨이차서 헉헉대며
오르고 바다를 바라보며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탁트인 조망을 관망하고 있다.
조그만 배가 잔잔한 바다를 지나가고 있었고 해안가 절벽에는 파도가 철썩거리며
왔다가는 부서지고 하얀 거품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가 사라봉인가요?"
"아니, 이곳은 별도봉인데 산불같은 것을 감시하는 곳이기고 하죠. 저 앞에 보이는
것이 바로 사라봉이죠"
"그럼 그리로 가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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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 모양의 곡선처럼 굽어져있는 길을 따라 오르면서 노송에서 나오는 향기를 맡으면서 선경은 현철과 함께 사라봉에 오르고 있다.
해는 어느덧 서쪽으로 기울어가고 있으며 그늘진 오르는 곳에서는 어둠이 스며 들고 있다. 언덕을 오르자 지는 햇빛을 받으면서 두 사람은 낙조를 보기 위해 팔각정자로 올라갔다.
여기저기에 공원으로 꾸며져놓은 사라봉에은 운동을 할수 있게끔 수평과 철봉 그리고 허리를 굽힐수 있는 체육시설까지 만들어놓고 있었다.
해가 떨어지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어 선경은 현철과 함께 철봉에 매달리고 현철은 선경의 몸을 받쳐주고 있다.
두 사람은 마주보며 싱긋이 웃고는 어깨동무를하고 낙조를 감상하고 있다. 아래쪽에는 부두항에 정박한 화물선들이 실어온 짐들을 하역하고 있으며 우측 동부두에는 낚시꾼들이 바다에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었고 부두로 들어오는 배들과 갈매기들이 날아 다니는 모습이 무척 평화스러워 보였다.
저 멀리 부두 끝에는 빨갛게 색칠한 등대가 보였는데 푸른 물결이 방파제에 와서는
부서지고 또 밀려와서는 하얗게 거품을 일으키며 부서지고 있다.
이윽고 해가 바다속으로 막 떨어지려고 하고 있다.
"선경씨 저 해는 매일 저렇게 지는데 우리는 잘 알수가 없죠.
수 천년 아니 수 만년동안 해가 지고 또 뜨고 이것은 천지창조 때부터 한번도 거르지 않고 있어왔는데 우리의 인간의 삶의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 알겠죠.
삼라만상이 다 하느님의 손 안에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가 있겠죠. 바다 속에는
많은 물고기들이 생존의 법칙에서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있고 하늘을 나는 새들도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는데 조금도 게을리 하지않고 있으며 땅 위의 곤충들도 하나님의 섭리아래 조금도 어긋남이 없이 순종하고 있답니다.
언젠가는 우리를 낳아주신 부모님과도 작별을 해야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요, 또
우리는 언제까지나 부모님에게 의지할 수는 없다는 명백한 논리아래 우리도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때가 온다는 사실에 우리는 순응을 해야 하지요.
안그런가요, 선경씨?"
해는 불기둥이 되어 어느새 바다 속으로 자취를 감추려하고 있다.
해가 떨어지는 바다위에는 일직선을 그으며 붉게 바다를 물들이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잿빛 하늘은 붉게 타올랐고 해가 서서히 바닷속으로 들어가버리자 타오르던 하늘도 차츰 엷어지더니 회색구름을 본래의 색으로 만들어 놓았다.
해가 사라지자 어둠이 금시 찾아왔다. 선경은 현철의 가슴에 파묻혀서 팔각정 정자
에서 주위로 몰려드는 어둠의 이불을 덮고는 평안하게 두 사람은 포옹을 하고 있다. 114
선경은 현철의 넓은 가슴에 안겨서 어렸을 때 아버지를 어느날 갑자기 볼수가
없게 된 것이 바로 이별이란 것을 알았다.
그 이별이라는 것이 피할 수가 없는 운명이라고 말한 현철의 말은 선경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현철의 가슴에 안기게 하였다.
언젠가는 엄마와도 이별을 해야된다는 말이 저기 바닷속으로 떨어져 사라진 태양이
선경을 더욱 외로움에 젖게 하였다.
자식들 뒷바라지만 하시다 늙어버린 어머니가 불쌍한 생각이 나자 현철의 가슴에
더욱 기대게 되었다.
현철은 선경을 포옹하면서 떨어져간 수평선을 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현철과 선경은 서울로 올라오자 양쪽 집에서는 약혼날짜를 잡기 시작했고 두 사람은 약혼여행을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하여 의논하기 시작했으며 마침내 선경이가
가보고 싶어했던 프랑스로 떠나기로 했다.
약혼여행을 다녀오고 조금지나 결혼식을 올렸으며 부케는 명숙이가 받았다.
선경은 신혼살림으로 시댁근처에 있는 아파트에서 시작 하였으며 현철은 서초관이라는 한식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선경은 곧 임신을 하였고 현철의 사업은 서초동에 알려지기 시작하고 번창하기
시작했다.
딸 아이를 하나 낳게 된 선경은 아이를 키우면서 생활의 즐거움을 만족하기 시작했는데 웬일인지 현철은 취미가 전혀없고 오직 가게장부만 보는 것이 낙인 것 같았다. 차를 가지고 여행을 다니지도 않고 운동과는 거리가 멀고 자기주의로 시간을 보내고 하여 틈만 나면 어머니 집에서 누이들과 놀며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한 번도 하지않고 선경과 말다툼을 하기에 이르렀다.
선경은 어이가 없어했고 사람이 변해도 이렇게 변할 수가 있는지 정말 믿을수가 없었다.
아이는 자라서 어느덧 유치원에 입학하게 되었고 선경은 목욕탕에서 현철의 양 옆구리에 칼자국이 있어 의아해서 물어봤으나 현철은 화를 버럭내면서 알필요가 없다고 화를 내는 바람에 더 이상 알 수가 없었지만 점점 현철에 대하여 실망을 하기 시작했다.
선경은 아루래도 좀 이상했다. 양쪽 옆구리에 꿰멘 자국이 있는데 옆구리에 살이
쪄 축 늘어진 모습은 혐오감을 안겨주었으며 걸어 다니는 모습은 마치 공이 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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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는 것 같아 같이 다니기가 민망했으며 더구나 지방간이 있어 한 달에 두 번씩
피를 뽑아 피검사를 하여야 했으며 어떤 때는 두통으로 아퍼서 하루종일 방안에서 꼼짝도 못하고 누워 끙끙 앓던 일도 있었다.
그리고는 시간만 있으면 어머니 집에서 살다시피 하였고 담배를 하루에 두 갑씩 피우는 골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재산이 많다는 사실도 맏이에게 절반을 물려주고 나머지 누이 셋과 삼등분을 하니
많기는커녕 아파트 세채와 한식업을 하는 것 밖에는 없고 BMW 자동차도 형에게
줄 수밖에 없었다.
현철의 아버지는 죽으면서 큰 아들에게 선산과 집안의 관리를 유언으로 맡겼기 때문에 선경으로서도 현철과 다투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미 시집오기 전에 변호사의 공증까지 마쳤있는 상태였기에 겉만 보고 부자인줄 알았지 실상 중류생활 밖에는 되지 못하였고 현철의 형만 상류층일 뿐이지 아무것도 아니었다.
선경은 친정으로 가서 엄마한테 화풀이를 하였지만 엄마도 한숨만 쉴뿐 어떤 대책을 내어놓지 못하고 벽에 걸린 남편의 사진만 보고 슬픔에 젖어 있을 뿐이었다.
더 이상 엄마에게 화를 내어봐야 엄마 마음만 아프게 할뿐이라 선경은 친정을 나서면서 도저히 분해서 함께 산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않고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부부생활이 이렇게 외롭고 고통스러우며 그 동안 모든 것이 다 위선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고 나서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저녁에 남편에게 이럴수가 있냐고 따져봤지만 현철은 슬슬 피하고 어머니 집에가서 어떤 때는 거기에서 자고 가게로 나갈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마침내 선경은 헤어지기로 결심했지만 마음처럼 그렇게 쉬운일이 아니었다.
부부싸움을 하면서도 헤어지자고 수차례 말했지만 소귀에 경일기 였다.
부부관계를 하지 않으려 했지만 저녁이 되면 몸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아 마침내
둘째아이를 임신하게 되었는데 아이가 뱃속에서 뛰어놀 때마다 선경은 자신이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끌려 갔다는데 슬픔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저녁에도 현철은 느글느글하게 자신에게 접근해오는 것을 선경은 뿌리치고 말았다.
"왜그래?"
현철은 선경이 늘 그러듯이 반응을 보이자 구렁이 담넘어가듯이 말하면서 손을 뻗쳐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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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내몸에 손대지마!"
선경은 말하고 건너방으로 간다.
현철은 아무말도 않고 선경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그 날부터 선경은 안방을 놔두고 건너방에서 큰 아이 경아와 함께 자러 건너간다.
현철도 아이 보는데서 사랑을 나누려고 시도를 할 수가 없다.
이렇게해서 시작한 것이 만삭이 다될때까지 서로 부부사랑을 나누지 못하고 6개월이 지나자 현철은 '아이를 하나 더 낳으면 마음이 변하겠지.' 하고 기다렸다.
마침내 선경은 둘째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 역시 딸이었다.
이러한 내막을 모르는 시집에서는 아들이 낳아야 하는데 딸만 낳는다고 불평을 하였고 선경은 그말을 들을 때마다 흥! 하고 코웃음을 치곤 하였다.
몸조리를 다하고 건강을 회복했을 때 현철은 선경이 건너방으로 가는 것을 보고 버럭 소리를 지른다.
"도대체 왜그러는 거야!"
"몰라서 묻니? 니가 스스로 한짓을 모르고 지금 나한테 큰소리를 지르는 거야!"
선경은 큰 소리로 외치고 따졌다.
"지난 일이잖아. 이쯤 화가 풀릴만도 됐잖아."
현철은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며 사정하듯이 말했다.
"나, 혼자 살고 싶어. 그렇게 해줄수 없겠어? 부탁이야."
선경은 간절하게 말한다.
"이혼을 해 줄수는 없어. 어머님이 아셔봐 충격이 얼마나 크겠어?"
"충격? 나는, 충격이 없고 말해봐 옆구리 칼자국은 뭐야? 비게살을 제거하려고 성형수술을 한 것 아나야?"
"야, 뭐 십년전에 일을 다 따지고 그렇냐, 그만 잊어 버려라."
"그래? 잊어줄테니까 제발 이혼을 하자,응?"
선경은 얼굴을 현철의 얼굴 가까이 다가대자 현철은 손을 들어 선경의 뺨을 때린다.
"찰싹"
선경은 방바닥에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고 슬피 울고 있다.
"너, 다 때렸니? 자 어디 이쪽 뺨을 마저 때려야지. 때려봐?"
선경은 말하면서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현철의 얼굴에 들이댄다.
현철은 말도 없이 뒤뚱거리며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새꺄, 어딜가. 때려달라니깐 어딜가냐구!"
선경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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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경의 고함소리에 자고있던 아이들이 둘 다 함께 울기시작한다.
큰 아이를 달래고 작은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입술을 꼭 물고 있는 선경
선경의 뺨에는 소리없는 눈물이 흐르고 있다.
"흑흑."
선경은 서러워서 더욱 눈물이 흘러나왔다.
거실의 시계는 자정을 알리고 있다. 적막감이 찾아와 외로움을 더욱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