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을 나갔다가 배드민턴 운동을 하는 노인 어른 들을 만났다. 어른들이 심심풀이 정도로 하는 운동이려니 싶어 끼어 들었다가 혼줄이 났다. 숨은 목까지 차오르고 불쑥 나온 아 랫배가 출렁거리는 모양이 가관이었다. 20년 전 어느 날의 일이다. 30대의 한창 나이에 건강 연령은 70대나 마찬가지인 셈 이었다. 충격이 컸다. 평소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긴 했었지 만,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허락되지 않아 늘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전혀 부담되지 않는 적은 비용으로 운동량 또한 어느 종목에 뒤지지 않으면서 우리 생활 가까이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배드민턴 운동이란 것을 알게 되었 다. 동호인 클럽에는 10대 고교생에서부터 팔순의 할머니 할 아버지까지 남녀노소가 고루 분포되어 있었다. 실력이 비슷한 회원끼리 두 명씩 조를 편성하여 양 팀이 네트를 사이에 놓고 승부를 겨룰 때면 스릴과 박진감, 아기 자기한 재미까지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처음 입회할 때 선배 회원들이 배드민턴은 아편처럼 중 독성이 강한 운동이라 너무 깊게 빠지면 사업도, 가정도 등 한시 한다는 충고가 실감이 날 정도로 새벽 운동시간이 기 다려지곤 했다. 딱히 운동의 유익성 때문만은 아니었다. 신 선한 새벽 공기를 가르면서 정겨운 이웃을 만나는 것이 또 한 기뻤다. 옆 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삭막한 도시에서 진정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좋은 운동을 많은 이웃과 함께 하고 싶었다. 산책 나온 사람들도 운동하는 우리들 주위를 기웃 거리기만 할 뿐 접근해 오는 것을 꺼리는 듯했다. 제법 활 달한 성격인 나도 몇 번을 주저하다가 가입 신청 문의를 했 을 정도이니, 배타적인 민족성이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고 있는 듯했다. 그 벽을 허무는데 앞장을 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함께 운동을 하자고 부추겼 다. 대체로 건강이 부실한 사람들이 솔깃해 왔다. 만성 위장 병은 물론 당뇨, 고혈압, 비만에 이르기까지 각종 질병에 시 달리다가 라켓을 잡고 비지땀을 흘리기를 여러 날, 회원들 은 거짓말처럼 건강이 회복되어 갔다. 조선시대의 명의 허준 선생이 어느 대갓집 자제의 위장 병을 고치기 위해 장작패기를 시킨 고사가 실감이 나고도 남았다. 나 자신부터 큰 변화가 왔다. 매일 사우나를 하고 새벽 조깅을 해봐도 미동도 않던 체중이 크게 줄어들어 몸 이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이렇듯 유익한 운동임에도 동호인들을 안타깝게 하는 것 은 야외 코트의 취약성이었다. 셔틀콕이 가볍다 보니 약간 의 바람만 불어도 운동이 불가능하였고, 비와 눈이 올 때는 아예 속수무책이었다. 배드민턴은 본래 귀족 운동으로서, 1820년 경 영국의 그 린스타 주의 영주 뷔포오드 경을 중심으로 보급되기 시작하 여 게임의 명칭도 그의 영지였던 배드민턴이라는 지명을 따 왔다고 전해진다. 초창기에는 경기 매너가 몹시 엄격하여 깃이 높은 셔츠 에 저고리를 단정히 입고, 실크 모자를 쓴 품위 있는 차림 으로만 게임을 했다고 한다. 이 격조 높은 품위와 전통을 요즘에도 배드민턴 경기의 정신적 지주로 삼고 있으며, 엄격한 매너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이같이 실내 체육관에서만 가능한 고급 스포츠가 우리나 라에 보급되면서 전용구장은 물론 변변한 실내 체육관 하나 없이 야산이나 공터에서 주로 노년층이나 하는 운동으로 푸 대접을 받아온 것이다. 지금, 대다수 국민들은 건전한 여가문화 창달과 건강에 대한 욕구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지만, 이를 수용할 만한 국 가 정책과 지도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며, 엘리트 체육강국인 우리가 40 대 사망률 세계 1위라는 수치스러운 통계의 원인이 달리 있 는 게 아니었다. 국민소득에 걸맞게 사회복지 문제도 광의(廣義)의 개념에 서 검토되어 국민의 건강, 환경, 문화예술 등 쉽게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 대한 투자가 시급한 시점이다. 대만이나 태국 정도의 문화 수준만 해도 마을마다 적은 비용으로 건립 가능한 콘센트식 체육관이 있어 주민들이 다 각도의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전국에 200만 배드민턴 동 호인들이 있으며, 방수현처럼 세계 대회에서 우승을 거두는 선수를 배출해 내었음은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특별한 강습을 받지 않고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는 운동, 이웃과의 담높이를 낮추게 하고 건강을 지켜주 는 운동, 배드민턴이 더 널리 보급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