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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한자] 陰害 (몰래 음/해칠 해)
정치 비자금을 둘러싼 공방이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사실인지 조작인지,그의 문제제기가 陰害인지 아니면 使嗾(사주)인지가 분명하지 않고 당사자들의 주장 역시 서로 엇갈리고 있다. 어쨌든 어느 한편은 분명 상대방을 陰害하거나 뒤집어씌우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비열한 정치적 술수는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어쩌면 이는 그 숱한 당쟁과 士禍(사화)의 와중 속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생존과 부귀영달을 위해서는 무조건 상대편을 거꾸러뜨려야만 했던 예전 우리 정치문화의 어두운 그림자일지도 모른다. 아니,그보다는 指鹿爲馬(지록위마)식의 억지나 조광조가 남곤 심정 등의 훈구파들에 의해 제거될 때 사용되었던 走肖爲王(주초위왕:조씨가 왕이 됨,走와 肖를 합하면 趙이므로)식의 陰害가 지금도 여전히 통용될 수 있음을 정치권 스스로가 자인하고 있다고 하는 편이 옳을 듯하다.
역사에 기록된 온갖 讒言(참언)들 역시 요즘식으로 말하면 그저 陰害일 뿐이다. 하지만 讒言과 陰害가 한때는 통용될 수 있어도 결국은 그 진실이 드러나기 마련이고,陰害를 행한 자는 결국 준엄한 역사의 심판을 받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정적의 참소를 받아 동래로 유배되어 저 유명한 <정과정곡>을 지은 鄭敍(정서)는 "(제가 그릇된 것이) 아니며 (저를 陰害하는 말이) 거짓인 줄을 / 殘月曉星(잔월효성)은 아실 것입니다"라고 읊었고,또 천년 세월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정서 자신은 "잘못도 허물도 전혀 없다"는 처절한 절규가 시대의 간극을 넘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陰이란 구름이 햇빛을 가리어 흐려진 상태를 뜻하는 말이다. 그러기에 陰이 들어가는 한자어는 왠지 음산하고 꺼림칙하게 느껴지기 쉽다. 이를테면 陰謀(음모)나 陰害는 물론이고 陰散(음산) 陰沈(음침) 陰險(음험) 陰凶(음흉) 등이 모두 그러하다. 陰에는 '어둡다'는 뜻도 있지만 '몰래'라는 뜻도 있기 때문에,시커먼 속내를 숨기거나 남모르게 일을 꾸며내는 일에는 으레 陰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陰德(음덕)은 좋은 뜻으로 쓰인 예인데,이 경우의 陰은 하늘과 대칭되는 '땅',즉 '땅에 묻힌 조상'의 뜻으로 보는 것이 옳다. 이밖에 우리 지명에 종종 쓰이고 있는 바와 같이,'산의 북쪽' '물의 남쪽'을 陰이라 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淮陰(회음)은 淮水의 남쪽 지역,山陰은 산의 북쪽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다.
害는 해로움을 끼치는 것,또는 재앙을 뜻한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害毒(해독) 害惡(해악) 害蟲(해충) 등의 害는 전자의 예이고,물난리처럼 자연현상에 의한 재앙을 害라 하는데,水害(수해) 災害(재해)의 害는 후자의 예이다. 이밖에 산천의 형세가 수비와 공격에 유리한 곳을 害라고도 하며,要害處(요해처)의 害가 그 예이다.
출처:부산일보 글.김성진·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첫댓글 남모르게 해치는 것이 음해라 생각되네요. 음해보다는 陰助를 하며 살면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