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지지율 40%」 여론조사 「비결」... 편향된 질문으로 지지층 결집시키는 방식 / 1/7(화) / 한겨레 신문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여론조사 결과가 극우세력과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공유되면서 여론의 흐름을 왜곡하고 있다.
6일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가 '아시아투데이'의 의뢰로 전국의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이달 3~4일 실시한 조사(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1%, 응답률 4.7%)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40%였다. 문제는 이 조사의 설문설계가 일반적인 여론조사에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편향돼 있었다는 점이다.
조사 질문을 보면 첫 번째 항목에서 윤 대통령 지지 여부를, 두 번째 항목에서 지지하는 정당을 묻고 있다. 세 번째로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의 위법성을 놓고 논란이 되고 있는데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현직 대통령을 강제 연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이어진다. 구속영장이 위법하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만 언급하고 그에 관한 견해를 묻는 식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언급한 중앙선관위 전산시스템의 해킹 및 부정선거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선관위 선거시스템에 대한 공개 검증이 필요하다고 보느냐", "선관위의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도 있다. 정상적인 여론조사기관이라면 특정 스탠스의 응답자가 과도하게 몰리는 것(바이어스)을 우려해 피할 질문 방식이다.
여론조사업체 STI의 이준호 대표는 편향된 질문이 3가지로 이어져 있어 평균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은 전화를 끊고 이탈할 확률이 높고 동의하는 사람만 끝까지 답변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기관이 스스로 조사할 경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설문지를 사전 신고해야 하지만 언론사 의뢰는 예외여서 문항을 사전에 점검하지 못하는 맹점이 있다고 말했다.
KOPRA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2년간 실시한 여론조사 24건 중 14건(58%)이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유튜브 채널) 고성국TV가 의뢰한 조사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조사를 의뢰한 아시아투데이는 고성국 씨가 주필을 맡아 부정선거 관련 의혹을 꾸준히 보도해 왔다.
편향된 질문으로 여론조사를 의뢰해 편향된 결과를 보도하고 이를 근거로 지지층을 결집해 전체 여론을 왜곡하는 방식은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가 주로 써온 여론조작 방식이다. 실제로 이날 윤석열 지지율 40%라는 제목의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다른 언론이 검증도 없이 거론하면서 극우 유튜버를 중심으로 기사가 확산됐고 이에 고무된 여당 국민의힘 소속 의원 40여 명이 용산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모이기도 했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노골적으로 표집 조작을 하는 방식에서 '조작할 의도가 없었다'고 발뺌할 수 있도록 교묘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왜곡하는 쪽으로 조작이 진화하고 있다"며, "여론조사기관→미디어→정치권→대중동원으로 이어지는 여론조작 네트워크를 끊지 않는다면 정치는 계속 왜곡될 것" 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조 등 현직 언론인 8개 단체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성과 객관성이 의심되는 여론조사 결과를 검증 없이 보도해 독자들에게 내란주모자 윤석열 지지율 40%라는 혼란을 초래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문제의 여론조사를 실시한 한국여론평판연구소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