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서 되살아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새해 국정연설에서 부자 증세로 소득 불평등을 줄이고, 경제 회복의 과실에서 소외돼 온 중산층을 살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국민과 의회를 향해
“소수만 특출나게 잘사는 경제를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의 소득과 기회를 확대하는 경제에 충실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 뒤
“답은 자명하다. 중산층 경제다”
라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 중산층 세금 인하, 커뮤니티칼리지 무상교육 등으로 중산층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이를 위한 재원은 부자 증세로 확보하겠다고 했다.
“상위 1%가 자신들의 부에 걸맞은 세금을 내는 것을 회피하게 해 불평등을 초래하는 세금 구멍을 막자. 우리는 그 돈을 더 많은 가정이 자녀 보육이나 대학 교육에 쓰도록 활용할 수 있다.”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 막강한 월스트리트 금융회사들과의 격돌이 불가피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오바마는 미국 사회를 향해 ‘불평등과의 싸움’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최근 그는 불법체류자 사면과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부자 증세 등의 정책을 뚝심 있게 밀어붙이고 있다.
나약한 대통령으로 비웃음을 사던 모습에서 탈피해, 처음 대선에 나와 변화의 꿈을 일깨우던 ‘담대한 희망’의 초심을 되살리고 있다.
오바마의 새 정책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에게 수차례 약속하고 슬그머니 내버린 ‘경제민주화’를 떠올리게 한다.
원칙과 약속을 강조하던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를 통해 경제적 약자들의 꿈이 다시 샘솟게 하겠다”
는 약속은 이제 흔적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에서 가장 강조한 것도 경제 살리기였다.
그는 경제를 42번이나 언급했다.
아버지가 독재에도 불구하고 경제 발전을 통해 지지층의 영웅으로 떠오른 것을 지켜본 박 대통령은 아버지처럼 ‘경제 기적의 영웅’이 되고 싶은 것 같다.
하지만 새해 기자회견 이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저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무능한 측근들의 장막에 둘러싸인 행태도 염증을 일으키고 있지만, 박 대통령의 경제 해법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비전 없는 정책이자, 경제민주화의 약속을 저버린 불공정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이미 청년 취업자의 20%가 1년 이하의 계약직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절망의 시대에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명분으로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현재의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파견노동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정책은 ‘평생 비정규직 시대’의 공포를 일으키고 있다. ‘수도권 규제를 단두대에 올려 과감하게 풀자’ 등 온통 대기업을 위해 규제를 풀자는 말뿐이다.
‘13월의 세금폭탄’과 ‘담뱃값 인상 꼼수 증세’에 대한 분노도 대기업 법인세나 최상위 고소득자의 세금을 늘리는 정당한 증세 없이 중산층과 서민의 주머니만 털고 있다는 인식에 기인한다.
달라진 세계 경제 환경 속에서 더 이상 대기업 중심의 수출, 투자, 부동산 떠받치기 정책으로는 경제를 회복시킬 수 없는데도, 박근혜 정부가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으로 미래의 희망마저 망치고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맑스는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의 첫머리에서
“헤겔은 모든 위대한 세계사적 사건과 세계사적 인물은 두번 나타난다고 서술하고 있다. … 한번은 비극으로 다음은 참담한 희극으로”라고 썼다. 국민에 의해 당선된 루이 보나파르트가 프랑스혁명의 성과인 공화국을 무너뜨리고 삼촌 나폴레옹에 이어 황제 나폴레옹 3세로 등극하는 역사를 다룬 이 책은 새삼 우리 현실에도 멀지 않게 느껴진다. 위 문장에 이어지는 다음 글귀는
“죽은 세대의 전통이 악몽처럼 살아 있는 자의 사고를 짓누르고 있다”이다.
박근혜는 담배값 인상을 경제민주화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담배는 상류층 보다 하류층이 많이 애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나 역시 하류층 이다 보니 담배값에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