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일찍 부터 일어나 부산을 떱니다
물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은 아직 나는 잠에 취해 있다는 증거입니다
동이 트기전에 일어나서 청수물 떠놓고 부처님게 기도하는 게 하루를 여는 처음일이지만 오늘은 좀 다르게 부산합니다
"뭔일있어...?"
"오늘 고사하는 날이니..청소도 하구.... "
나도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습니다
이침은 텃밭에 심은 상추를 뜯어다 간단히 먹고 청소를 대충 합니다
청소라야 매일하는 것이지만 오늘 고사떡을 신청해 놓고 아마도 우리집 잘 되게 해달라는 아내의 기도소리가 오래 들릴듯합니다
지하실에 하나 2층에 하나 마루에 하나 부처님 앞에 하나
절 이 아니라 기도하는 방을 하나 만들어 놓고 그곳에 부처님의 만다라니를 걸어 놓앗습니다
어딘들 부처가 없을까마는 그래도 마음이 답답하면 그방에 가서 책상 다리 하고 앉아 명상을하고 나면 마음이 좀 편해집니다
마음이 갑갑한일이 누군들 없겟습니까 마는 참으로 요즘 시절이 힘든것은 어느누구의 삶 앞에서도 매한가지 일듯 합니다
아내가 가족 건강발원 을 위해 떡 해놓고 고사를 지내려 합니다
가을 이맘대면 매해 하는 일이지만 요즘들어 더 정성을 드리는 걸 보면 아직 풀지 못한 우리의 삶 앞에온 경제의 원활하지 못함 때문일거라 생각합니다
일년동안 잘 지냈으니 감사도 하고 내년에도 또한 무탈하게 지낼수잇게 해달라는 무언의 염원을 보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가을빛이 눈부시게 물든 마당에서 하늘을 바라봅니다
파란 하늘이 보입니다
저 파란 하늘을 계속 오르면 아마도 수,금 ,지,화,목,토,천,해,명,의 위성을 지나 텅빈 공간속에 또다른 우주가 있어 우리의 영혼이 옮겨가 살 곳이 있을 것같다는 생각도 잠시 햇습니다
가을걷이를 한 어머니도 추수가 끝나면 고사를 지냈습니다
햅쌀로 떡을 만들고 술을 빚어놓고 빨간 팥이 듬뿍 뭍은 고사덕을 집안 구석구석 접시에 담아놓고 마루가운데 상을 펴고 그위에 떡시루를 올려 놓습니다
맑은물 한대접 떡시루 안에 담아놓고 우리에게도 절 을 시켯습니다
자손번창 건강 발원..국토안온 남북통일.....
배운게 하나도 없는 어머니는 우리가 알지못하는 어려운 말을 듣게끔 크게 하시면서 두손을 비볐습니다
고삿날은 동네 떡 잔치가 벌어집니다
고사떡을 먹을때는 꼭 동치미나 물김치가 있어야 제맛이지만 요즘은 음료수로 대신하기도 하고 막걸리보다는 무우국을 끓여 곁들이기도 합니다
과일도 손대지 않은 걸로 새로사서 놓고 온마음의 정성을 모아모아 기도를 합니다
동네 사는 처남 댁도 읍내 사는 언니 와 조카도 같이 와서 기도에 동참 한다 햇습니다
저녘에 들어가면 고사떡 한 접시 남겨 놓앗을 것 입니다만 남어지는 경로당에 보내고 집에는 남겨진게 없을 것 입니다
요즘은 떡을 잘 먹지 않습니다만 어릴때 고사를 지내는 집은 잔치집 처럼 아이들과 동네 사람 들이 붐볐습니다
어떤때는 동냥 하는 사람들도 대문을 기웃거려 그들이 들고있는 바가지에 김이무럭무럭나는 덕 한 편 올려주면 거하게 장타령을 불러주엇습니다
"일자나 한자 들고보니 일선에 가신 우리낭군 돌아올날만 기다린다..이자나 한자 들고보니 이승만이가 대통령 이기붕이가 부통령..삼자나 한자 들고보니.........품바품바 잘이한다"
그노래가 지금은 극장에서 공연될정도의 노래가 되었지만 그시절에는 거렁뱅이라 하여 아주 천대받는 사람들의 이름이엿습니다
텅빈 들녘을 노적가리가 채우고 날갯짖 소리만 들리는 기러기가 줄을 지어 밤하늘을 수놓앗습니다
"끼룩끼룩...." 삼각 편대로 날아가는 먼곳에서 온 철새 기러기가 오면 겨울이 오는 준비를 했습니다
김장독도 땅에서 파내어 씻어놓고 무우를 뭍어둘 곳도 정해야 하고 집뒤란에 겨우내 땔 땔감도 쌓아두어야 합니다
수수깡으로 만든 기치광은 술바곡질 할때 숨기 좋은 곳이엿습니다
짚을 둘둘말아 만든 독뚜겅을 들고 큰 김장독 빈 곳에 들어가 숨으면 아무도 찿지 못했지만 씻어놓은 김장독을 버려놓았다고 어머니께 꾸중을 들었습니다
어머니는 군에간 형들의 안부를 걱정하며 장독대 위에 물을 떠놓고 매일 밤 두손을 비벼가며 빌엇습니다
어느겨울날에는 그 물이 산 같이 올라오고 어느때는 호수같이 열었습니다
물그릇에 얼음이 산같이 얼면 어머니는 군에간 형이 어려운일이있는 듯 하다고 걱정을 많이 햇습니다
남북이 극한으로 대처 했을때 임으로 삼팔선에 포성은 ㅁ머춰잇었지만 극한의 대립된 때입니다
"잘 끝났어...?"
기도가 잘되어 마음이 편하다고 아내는 말 할것입니다
모든게 마음에서 오는 거라 하겟지만 아내의 기준은 모두모인 가족들의 기도하는 말소리가 편하게 울려 집안 구석구석 퍼져 들어 사악한 기운을 몰아애고 환한 햇살 같은 기운만 집안에 가득해 매사다 잘 풀리고 가족모두 건강하기만을 빌고 빌었을 것이기에 아내가 마음속에 흡족한 생각이면 나역시 그렇게 될거라 믿습니다
겨울에 얼지 않게 나무도 감쌀 준비를 해야하고 보일러도 점검을 해줘야 하고 심야전기 태양열 등등의 모든 것이 한겨울 지낼 준비를 해야 합니다
마당엔 어느덧 도토리를 떨군 나무잎이 가득합니다
바람이 불면 소리내어 바람흐르는 대로 쓸려가는 가엽은 나무잎을 보면서 손주를 생각합니다
올해겨울에는 손주를 보러 가지 않을것입니다
경제가 버거울때는 보고싶은걸 참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휴일이면 전화비를 아기려고 인터넷 화상을 보면서 그 손주가 보고픈 갈증 을 채웁니다
아끼면 아들 용돈을 더 줄수있는 데...라며 다가올 겨울의 추은 날들을 견딜 지혜를 짭니다
가을이 깊었습니다
아내랑 김장은 이미 다 해 두엇습니다
작년에는 100포기도 넘게 했는 데 올해는 아내가 벅차다해서 줄엿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긴 겨울을 건강하고 활기차게 보낼 일만 남은 것입니다
고사를 하며 기도가 잘 되었을 것이니 올해도 문제 없이 잘 넘길 것입니다
"저새는 이름이 뭐야...?"
창넘어 목련나무 열매를 따먹는 이름모를 철새한쌍이 찌르르 호들갑 떨며 가지를 튕기고 날아갓습니다
가지에 남은 잎새 하나가 그 충격에 빙그르르 곡선을 그으며 떨어졋습니다
첫댓글 님의 넓은 마음을 찬양합니다,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살아가는 모습을 잔잔하고도 아름다운 영상을 보는듯하게 글을 올려 주셨네요..겨울을 준비하는 님의 마음이 따뜻해옵니다..().
삶의 모습을 아름답게 묘사하셨네요....이글을 아주 먼 후세 사람들이 보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나 자세히 알수 있겠네요...잔잔한 글 잘 읽었습니다....가을에도, 겨울에도 그 이후로 쭉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고사떡 이야기 하시니 떡 먹고파요 내일은 떡파는가게 가서 시루떡이라도 사먹어야지
님의 글을 읽고 있자니 옛 생각이 나네요.~ 어릴적 내모습. 그래 정말그랫지 고개 끄덕이며 보았습니다...하시고자 하는일 잘되시길 빕니다. () 행복하세요~^^*
글이 아름답습니다. 삭막한 콘크리트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조금이라도 이해할까요? .......().............
그때 그시절을 어쩜그리도 생생한 운율에 얹어 시 한 수 읊으셨네요...그랬었지요....지성이면 감천이라고...우리나라가 이만큼 그래도 이렇게나마 잘 살고 있는것은 우리의 어머니..우리들의 어머니가 정한수 떠놓고 하늘님께 기도하고 제불보살님께 기도하고 명산대찰 찾아다니시며 부처님께 공덕지은 댓가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