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라국 기아마을에서 회의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모인 이들은 이승에서 부모에게 행패를 부리고 형제들과 다투고 뇌물을 받아먹고 사람을 죽이고 남의 아내나 처녀들에게 몹쓸 짓을 하고 위사람에게는 아부를 아랫사람에게는 욕을 하고 때리며 남보다 귀하고 갑진 것을 탐내 빼앗고 도둑질 하든가 음식에 욕심을 낸 사람들 이었습니다. 지옥도 이승처럼 삶의 모습이 변했습니다. 사람들이 쓰는 연장과 기계를 갖게 되었습니다. 저승사자들의 집에는 텔레비전이나 냉장고 등이 놓이고 부엌에는 가스도 들어와 렌지로 밥을 지어 먹게 되었습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사자들의 부유한 형편이지 모인 이들의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나마 마을에는 공동 수도가 있었으나나 이승에서 진 죗값은 가혹한 것이어서 물조차 단수가 되는 시간이 정해져 있고 배당되어지는 물의 양은 혀를 축이는 몇방울씩이 고작이엇습니다. 밥은 언제나 생쌀이기만 해서 씹고 난 다음에는 입안에 고인 침으로 겨우 목구멍에 밀어 넣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렇게 분하고 원통해서 지내는 이들은 주어지는 식량으로는 굶는 고통을 이겨 낼 자신들이 없어진다는 저마다의 하소연들을 마을의 최고 어르신에게 따지듯 묻는 것입니다. 바짝 마른 풀처럼 힘이 없어 보이는 김 영감이 새된 목소리로 한 소리 씩 해 보이라고 벼이삭 마냥 가늘어 보이는 손으로 둘러앉은 사람들을 향해 느릿느릿 가리키자 모두들 입을 다물고 조용히 하는 것입니다. 모두들의 가슴에 커다란 바람이 들어찹니다. 배고프다고 보채는 아이들의 목소리조차 모기소리만 합니다. 아무리 좋은 생각을 하려 해도 밥 생각이 먼저 떠오르니 다른 생각은 금새 없어져 버리기 일쑤입니다.
갑자기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사람 때문에 모두들 놀라고 덩달아 일어나려던 몇몇 사람들은 자신이 갑자기 우스워져 슬그머니 앉으며 일어난 사람의 다리에서부터 위쪽으로 점차 시선을 옮깁니다. 그는 마을에서 가장 마른 남자였습니다. 별명이 말라깽이였습니다. 하지만 똑똑한 머리를 타고 나서 이승에서 많은 사람들을 현혹하여 사기를 치고 도망다니기 잘 하였지만 재수없게 횡단보도를 건너다 트럭에 치여 죽게 되었습니다. 그의 나이 60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마을에서는 가장 나이가 어렸습니다. 군대에서 말하는 신참이었던거죠. 배고프다고 앙앙 울어대는 아이들에게조차 허리를 굽신굽신거려야 할만큼 이곳에서 매김되는 저승나이라는 것에 따라야했기 때문입니다.
"들려온 말에 따르면 큰 모임이 곧 열린답니다. 옥황상제를 우두머리로 하여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에서 세상일을 관여하는 모든 신들이 삼일 후에 하늘에 올라 앞으로 어떻게 세상을 잘 다스릴까를 논한답니다."
"매년 한 차례씩 벌어지는 일이 뭐이 대단하다고?"
"그렇게만 볼게 아닙니다. 일 주일간 염라대왕의 자리가 비어 있게 됩니다. 그 사이 대왕이 즐겨 마시는 우유를 도둑질하는 겁니다."
"대왕의 우유를?"
둘러 앉은 사람들의 메마른 얼굴이 세로로 더 길게 늘어났습니다. 눈은 똥그랗게 커지고 입은 쩍 벌어져 쉽사리 닫혀지지 않았고 맘 약한 아이들의 엄마들 중 몇은 너무 놀라 손을 바들바들 떨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사내는 당황하는 법이 없이 더 날 선 눈을 하고서 좌우의 사람들을 하나하나 짚어나갔습니다. 고개를 돌리는 사람도 있었고 멍하니 그의 눈을 바라만 보기도 했으나 몇은 그의 눈을 닮아갔습니다.
"까짓거 죽지 않고 살아가는 운명인바에야 맨날 굶으면서도 더 굶지 않고 사는 것에 모두 진력이 났는데... 저 사람 말대로 한 번 해봅시다."
"자자. 조용히 하시고 어떻게 하면 될까?"
"우선...... 우선... 먼저"
그 자신도 꺼낸 말이었지만 계획을 세워 준비해 놓은 것 없이 먹는 것이 당장 급한 까닭에 그런 말이 나왔으니 말이 막히는 건 당연했습니다.
"훔치기에 앞서 그보다 문 앞을 지키는 불개가 더 무섭습니다."
"맞아요."
겁먹은 아낙 몇이 동시에 내뱉습니다. 남자들도 몇은 두려운 낯빛을 드러내보입니다.
염라대왕의 궁전을 지키는 불개는 지옥에서는 그야말로 공포의 왕이었습니다. 칡범같이 새까만 몸에 진초록색 띠를 몇 개 둘렀으며, 한층 일그러진 얼굴에서는 사납고 표독스러운 기운이 어른거렸습니다. 몸에서는 불꽃이 태양처럼 혀를 날름날름거리고 털끝마다 성냥불만한 불꽃들이 달라붙어 다녔습니다. 어슬렁어슬렁 지나가는 자리마다 몸에서 떨어진 불꽃알들이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작은 먼지나 벌레들을 태워버렸습니다. 불개의 몸은 엄청 컸습니다. 대왕의 키가 보통 사람의 다섯배를 넘었는데 불개는 그 절반만한 키를 뽐내듯이 문 앞을 왔다갔다 했습니다.
더 무서운 것은 불개의 눈이 네 개나 되었습니다. 모두 불꽃을 단 눈이었습니다. 또 머리가 네 개나 되어 사방을 두리번두리번 둘러보았습니다. 머리 하나에 눈이 하나씩 붙어서 늘 무시무시하게 드나드는 사람들을 태워죽일 듯이 바라보았습니다. 염라대왕은 심판하고 나서 죄인의 혀를 뽑아버리는 형벌을 내립니다. 그러나 그 죄가 너무 커 마땅한 벌을 내리기 힘들면 불개의 먹이로 준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이 더 무서워 벌벌 떨었던 것입니다.
"죽기 살기로 이승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그깐 일에 목숨이 무서워서 그럽니까?"
"당신은 무섭지도 않습니까?"
"안 무섭습니다. 배가 고픈데 어차피 굶어 죽든, 우유를 훔쳐먹고 죽든 매 한 가지입니다."
"당신은 참 장사십니다? 간이 커도 배 밖으로 튀어나왔나 보죠."
그 말에 모두의 입이 벙그러졌습니다. 이제 신참내기가 아무것도 모르고 덤빈다고 말이죠. 그러나 그는 냉철하고 무서운 집념을 가지고 이승에서 갖은 행악에 관여하며 살아온 자였던 것을 사람들은 우스개 소리에 잠시 까먹어 버렸던 겁니다.
"불개가 무서우면 피하기보다 따돌릴 방도를 먼저 강구해야 합니다."
"그 무시무시한, 이글대는 눈으로 사방을 태울 듯이 노려보는 녀석을 어떻게 따돌린단 말입니까?"
"진정하시고. 녀석은 염라대왕을 따라 간답니다."
김영감이 무릎을 탁 쳤습니다.
"옳거니? 하하, 그랬었지. 그 생각을 왜 못했을까? 불개는 모든 신들이 하늘에 오르기전 태양을 삼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있었소. 염라대왕도 마차를 끌고 땡볕이 뜬 하늘에 오르기가 여간 힘들고 지치는 일이 아님을 알고 있어, 늘 하늘에 오를 때는 불개를 먼저 앞세워 잠시동안만 뜨거운 불을 먹게끔 합니다. 이승사람들은 그것을 일식이라고 하더이다."
"맞습니다. 불개가 문 앞을 비우는 동안, 저승사자들이 잠을 자는 동안 일을 꾸미자는 겁니다. 우유는 대왕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에 자리에 없는 일주일간만이라도 우유를 배부르게 먹자던게 제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염라대왕이 돌아오기 전에 얼른 제자리로 되돌려 놓으면 되는 것입니다."
모인 사람들은 그의 말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여 봅니다. 이제 사람들은 삼일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이들이 1주일간 도적질해 먹을 우유는 쵸코우유였습니다. 대왕은 흰우유가 비린맛이 나서 싫증나 사자들에게 명하여 자신이 우유를 잘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개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세상으로 나가 여러 가지 우유를 직접 맛보아 그 샘플들을 가져와 대왕 앞에 진상해 올렸습니다. 상에는 갖가지 우유제품들이 놓여졌습니다. 위장을 생각한 것, 캡슐이 든 것, 바나나, 딸기, 쵸코, 매실, 한방 등등의 것들을 모두 조금씩 맛 본 대왕은 쵸코우유를 들어보이며 매일 상에 한 잔 씩 올릴 것과 간식 때도 한 잔씩 내 올 것을 명하였습니다. 대왕의 식탐은 엄청난 것이엇습니다. 사람 키의 다섯 배나 된 키에다가 먹는 것은 수십 사람이 먹을 양을 한꺼번에 먹는 것이어서 그 상을 차려내는 사자들의 부엌일은 언제나 산더미였습니다.
염라대왕은 빨간 도포를 차려입고 구슬을 줄줄이 꿴 주렴을 늘인 관을 쓰고 한손에는 곤봉을 다른 한 손에는 올가미를 든채 검은 얼굴을 하고 마차에 올라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불개가 앞장서 갔습니다. 사자들은 대왕을 배웅하고 1주일간의 휴가를 보내기 위해 각자의 침실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이때 기아마을의 장정 몇과 이승에서의 사기꾼은 훔친 연장들을 가지고 불개가 지켜서고 있었던 이제는 잠시 텅빈 대문을 밀어젖히고 본전 앞 마당을 가로질러 우유공장으로 갔습니다. 공장에서 부엌으로 가는 파이프라인이 그려진 설계도대로 눈 짐작하여 더듬어 나가 그 절반 쯤 정도의 위치에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일단 공장에서 나오는 파이프의 밸브를 잠그고 나서 땅을 팠습니다. 장정들이 돌아가며 삽질을 했습니다. 조금 있다가 삽과 파이프가 부딪히는 소리가 울리자 이들의 입에 엷은 미소가 어렸습니다.
파이프를 찾아내 쇠톱으로 절단하고 T형 이음관을 했습니다. 다시 흙으로 매웠습니다. 마을까지 이어지는 길 한 켠으로 파이프를 늘여 흙을 묻어 나갔습니다. 사람들은 장정들의 일 하는 모습에 가슴이 뿌듯해졌습니다. 일이 다 끝나자 공장쪽에 있는 밸브가 열렸습니다. 파이프를 따라 쵸코우유가 흘렀습니다. 마을 앞 공터에 마련 된 수도꼭지를 틀자 쿨럭거리는 소리가 몇 번 나자 사람들의 눈은 일시에 새끼손가락 만한 구멍에 쏠렸습니다. 곧이어 갈색의 우유가 콸콸 쏟아져 나오자 모인 사람들은 큰 함성을 지르며 날뛰었습니다. 기아마을은 온통 축제 분위기에 젖어버렸습니다. 너무나 배고픔에 시달려서인지 우유를 일 주일 내내 그득 배 안에 넣은 그 마을 사람들은 행복에 겨워 모두 깊고 깊은 잠에 빠져 일어 날 생각을 잊고 지냈습니다. 그래서 염라대왕이 온 것을 아무도 몰랐습니다. 불개도 되돌아와서 문 앞에 죽치고 서서 으르렁거리며 허연 이를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대왕이 마당에 들어서기도 전에 공장장이 헐레벌떡 뛰어와 왕 앞에 엎드려 절하며 다급하게 말했습니다.
"마마, 죽여주십시오. 우유가 다 사라져 버렸습니다."
"뭣이!고얀 놈 같으니라고. 내가 일 주일 간 자리를 비운 동안 휴가랍시고 잠만 퍼질러 잔게로구나. 도대체 누가 그 많은 것을 도적질해갔다는 게냐?"
"저도 방금 잠에서 깬 관계로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으나 곧 수사를 하여 범인을 잡아 올리겠습니다."
대왕은 공장장의 말을 듣고 심히 기분이 나빠져버렸습니다. 도포를 휙휙 젖히며 본전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공장장은 감찰사자를 불러 정황을 설명하고 범인을 당장 색출하게 했습니다. 공장에서 부엌으로 가는 파이프를 더듬어 가던 감찰사자는 중간 쯤에 T자형 이음관을 찾아내고 그것에 연결된 파이프를 조사해 나갔습니다. 그 파이프의 끝은 기아마을 공터 중앙에 있는 수도꼭지와 연결돼 있었습니다. 이 소식은 대왕에게 전해졌고 대왕은 마을 사람 모두를 잡아들이라 명령했습니다.
사자들이 일제히 마을로 들어가 매타작이 이루어지고 나서야 모두들 잠에서 깨어났고 대왕이 돌아왔으니 자신들인 벌인 죄에 내려질 벌을 생각하니 눈 앞이 컴컴해지고 두 다리가 벌벌 떨려왔습니다. 그렇게 후회를 한다한들 무엇하겠습니까? 도망 못 가는 신세들이니 아이에서부터 아낙 그리고 장정들과 사기꾼과 마을의 촌로 김영감까지 싹 잡혀서 대왕의 궁에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마당에는 수십명의 사람들로 넘쳤고 그들은 목에 올가미를 매단 채 머리를 수그리고 있었습니다. 진노한 대왕은 김영감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그 많은 나의 우유를 도적질했느냐! 괘씸하다."
"죽을 죄를 지었사옵니다. 배가 고파서 그랬던 것이옵니다. 아이들은 죄가 없사옵니다.그 점 너그러이 봐 주옵소서."
"배가 고프다? 너희들은 이승에서 죄 지은 자들이니라. 아이들은 죄가 없다고 말하겠지만 죄 지은 너희들끼리 낳은 죄, 그 업이 저 아이들에게까지 이어져 있는 것을 왜 모르느냐!"
"제발 저 아이들이라도 형벌에서 면케 해주소서."
아이들의 어미들과 아비들은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차마 들지 못하고 땅에다 연신 조아리며 애원합니다.
"대왕님. 이렇게 비옵니다. 비옵니다.제발."
"소용없다. 어흠."
"대왕마마, 저희들이 다 달게 받겠습니다. 이렇게 비옵니다."
"소용없대두. 소용없대두 자꾸 그런다. 에잉~"
"대왕마마, 대왕마마."
"알겠느니. 아이들은 형벌을 내리지 않을테니. 사자들은 어미에게서 아이들을 떼어내라."
명을 받은 사자들은 아비,어미들과 옥신각신 실랑이를 벌여가며 겨우 아이들을 떼어 마당 한 켠에 모아다 놓았습니다.
"그래, 이 도적질을 처음 모의한 자가 누구냐?"
"그게. 저..."
"얼른 답하지 않느냐! 저 놈을 당장!"
"말하겠사옵니다. 얼마전에 이 마을에 온 저 자 올습니다."
김영감의 손 끝이 이승에서 온 신참을 가리켰습니다. 지목받은 그는 김영감에게 달려 들려다가 사자들의 저지로 그만 제자리에 꿇려 앉혀졌습니다. 그는 분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며 연신 씩씩거리는 숨을 내 몰아 쉬었습니다.
"그래, 너는 어쩌자고 나의 우유룰 탐할 생각이 들었느냐?"
"그걸 모르십니까? 배가 고파섭니다. 염라대왕님만 드시는 그 우유가 저도 먹고 싶었습니다. 이승에서야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배 터지게 사 먹을 수 있는 것이지만 저승에서야 매일 굶어 사는 처지에 그 딴 것도 눈에 불이 들어 올 만큼 먹고 싶어졌습니다. 저네들도 나와 같이 굶는 처지이니 지켜보는 것이 딱하기도 해서 대왕님이 자리를 뜨고 있는 그 사이만이라도 배부르게 먹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 너에게 그 만큼의 쌀 알 만한 동정이 있었던 게냐? 그러나 나의 특식을 훔쳐내 먹게 한 죗값은 달게 받아야 하느니라. 마을 사람들을 모두 풀어 주는 대신 너만은 큰 벌을 받을 것이다."
성질이 불같던 대왕의 그 결정에 마을 사람들은 도무지 믿기지 않은 듯 두 눈을 연신 껌벅이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모두들 죽었구나 생각하고 땅이 꺼져버릴만큼 큰 한숨들을 내 쉬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그네들은 큰 성은을 내린 대왕께 감사하며 머리를 조아리며 다함께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대왕마마, 만수무강하시옵소서."
대전 앞 마당이 쩌렁쩌렁 울렸습니다. 문 밖을 지키던 불개도 놀라서 휘청거릴 지경이었습니다. 사기꾼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형틀에 앉혀지게 되었습니다. 숯불에 달군 쇠집게가 사자의 손에 들려지자 곧 그것은 사기꾼의 얼굴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쇠집게는 사기꾼의 혀를 집었습니다. 달군 쇠에 지져진 혀는 타들어가면서 연기와 역한 누린내를 풍기면서 익어갔습니다. 얼마 후 사기꾼의 혀는 제자리에서 뽑혀 숯불에 놓임과 동시에 타시 타올라 검은 연기를 피워 올렸습니다. 혀를 잃게 된 사기꾼은 벙어리가 되었습니다.
모든 형벌의 절차가 끝나자 대왕은 수염을 쓰다듬고 나서 사람들의 가슴이 내려앉을만큼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내 너를 이 정도까지만 벌 하는 것은 조금 남아 있는 그 동정심 때문이었다. 이승에서 사기꾼으로 살아면서 가끔 나쁜 죄 짓는 것에 괴로워 하는 너를 지켜보고 있었느니라. 차에 치여 죽게 한 것은 내가 그리 한 것이다. 더 큰 죄를 지었다면 너는 어둡고 차가운 독사굴에 갇혀 지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으로 오게 하고, 내가 잠시 회의를 하러 간 사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큰 죄를 지었으나 그 욕심이 너만의 배를 채웠던 게 아니고 마을 사람의 기갈을 잠시 면케 해주었기 때문에 큰 벌을 내릴까 하다가 이쯤만 해둔 것이니라."
"대왕마마,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러니 너는 다시 세상에 나갈 때 벙어리가 되어 나갈 것이매, 전생에서의 업은 이걸로 끝맺고 말 할 수 없는 자로 한 생을 살아야 한다. 말하지 못하는 것이 답답할 것이나. 니 죗값이 이러하니 천운이라 여기고 한 생 살다 오라."
"예, 알겠습니다."
염라국 우유도둑을 벌였던 그 사기꾼은 다시 이승으로 돌아와 벙어리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