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당불기(倜儻不羈)
뜻이 크고 기개가 있어 남에게 눌려 지내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倜 : 대범할 척(亻/8)
儻 : 빼어날 당(亻/20)
不 : 아닐 불(一/3)
羈 : 굴레 기(罒/19)
김부식이 편찬한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광개토왕 편에는 ‘광개토왕의 휘(諱)는 담덕(談德)이고 고국양왕(故國壤王)의 아들이다. 나면서부터 씩씩하고 당당한, 영웅스러운 위엄을 갖추었으며 척당(倜儻)의 뜻을 품고 있었다(生而雄偉 有倜儻之志).’라며 ‘고국양왕이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시자 춘추 겨우 29세에 백제를 쳤다.’라고 적혀 있다.
척당(倜儻), 이에 대해 한(漢)나라 허신(許愼)이 작성한 설문(說文)에는 “척당은 불기(不羈)다.”라고 했다.
사기(史記)에서는 “불기(不羈)란 재주와 지식이 높고 원대하여 가히 묶어둘 수 없음을 말한다(不羈言才識髙遠不可羈係).”라고 했다.
송나라 때 정탁(丁度) 등이 수정한 집운(集韻) 권 8에는 “척당은 큰 뜻을 말하며 혹은 희망이라고도 한다(倜儻大志一曰希望也).”라고 했다.
지금은 척당불기(倜儻不羈)로 쓰인다. 기개 있을 척, 빼어날 당, 아니 불, 굴레 기 자를 쓴다. 결국 척당은 “남보다 뛰어나고 원대한 의지나 자세”를 뜻했다.
광개토대왕이 품었던 척당지지(倜儻之志)는 고조선으로부터 이어져 온 천손사상을 이어받아 주몽이 꿈꾸었던 다물(多勿; 옛땅을 되찾음)을 실천해 하늘의 규범인 홍익인간, 제세이화(濟世理化; 세상의 어지러움, 어려움에서 구하여 다스리다) 이념을 세상에 펼쳐 보고자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만주 벌판에 태평성대를 완성하고자 했던 광개토대왕의 웅혼한 뜻이 엿보인다.
척당불기는 일본 에도바쿠후에서도 교육사상으로 유행했다. 메이지유신의 기초를 닦은 사카모토 료마를 포함한 변혁가, 교육자, 정치가들이 이 정신을 강조했다.
정치인, 종교인으로 일본 도시샤대 설립자인 니이지마 조는 유언을 통해 척당불기를 주문했다. 확고한 신념을 갖고 스스로의 책임 아래 독립해 권력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인간이 되라고 말했다.
현재도 도시샤대는 척당불기를 중시한다. 1996년 타계한 인기작가 시바 료타로도 척당불기를 예찬했다.
이래는 조선 성종(成宗) 때 문인이요, 학자인 성현(成俔)의 용재총화(慵齋叢話) 卷之四의 글이다.
⚪ 참판 박이창(朴以昌)은 재상 박안신(朴安身)의 아들이다. 젊어서 기개가 있고 담변(談辯)이 익살스러웠다. 강개하고 곧은 말을 하는 것은 제 아버지의 기풍이 있었다.
朴參判以昌, 宰樞朴安身之子。
少倜儻不羈, 談辯諧謔。
然慷慨謇諤有乃父風。
어렸을 적에는 상주(尙州)에서 살았는데 게을러 학업에 힘쓰지 아니하여 부모가 나무라도 따르지 않았다.
과거를 치를 때가 임박하여 과부(寡婦)의 아들이 공을 따라 놀았는데, 과부가 공에게, “내 아들이 향시(鄕試)에 나가려 하나 혼자 가지 못하니 자네가 꼭 데리고 가주게.” 하며 부탁하였다.
공은 부득이 시험장에 들어가니 응시자들이 모두 글을 짓느라고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공은 스스로 생각하기를, “조교(曹交; 曹나라 임금의 아우)같이 큰 키로 백지를 내고 나오면 반드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겠지” 하고는, 할 수 없이 붓을 잡고 글을 지었다. 방이 나붙었는데 공이 장원이 되었다.
곧 부친에게 편지 올리기를, “온 고장의 선비들이 많이 모였으나 제가 으뜸을 차지하였으니, 영광스러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하였다. 그 뒤로는 마음을 가다듬어 마침내 과거에 합격하였다.
처음에 한림(翰林)에 들어가니, 한림의 풍속이 처음 들어오는 자는 신래(新來)라 하여 혹은 주찬을 내게 하기도 하고 혹은 여러 가지로 수고롭게 괴롭히다가 만 50일 만에야 자리에 앉기를 허락하고 이를 면신(免新)이라 하였다.
공은 행동이 조심스럽지 않아서 여러 번 선배에게 실수하여 기한이 지나도 자리에 앉기를 허락하지 않으므로 공은 분노를 참지 못하여 스스로 그 자리에 올라 앉아 옆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이하니 그때 사람들이 자허면신(自許免新; 스스로 면신을 허락하다)이라 하였다.
일찍이 승지(承旨)가 되어 임금을 모시고 가는데, 길가에서 막을 치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으며, 어떤 여자가 옥 같은 손으로 발[簾]을 걷어 올리고 몸이 반쯤 보이거늘, 공이 큰 소리로,
“저 섬섬옥수를 이 손으로 끌어냈으면 좋겠다.” 하였다.
동료들이, “저 여자는 분명 양가집 처녀 같은데 그대는 그런 말을 하느뇨.” 하자,
공은, “저 여자만 양가집의 처자고 나는 양가집의 자제가 아니란 말인가.” 하자, 좌우에 있던 동료들이 크게 웃고 말았다. 그 뛰어난 말솜씨가 이와 같았다.
대개 재상으로서 경사(京師; 북경)에 가는 사람에게는 평안도 주(州), 군(郡)에서 마른 양식을 많이 주어 이것으로 부자가 되는 사람이 많았다.
공은 일찍이 주사(奏事; 상소)할 때 이런 폐해를 말하였는데, 공이 북경에 가게 되자, 먼 길을 생각하여 부득이 많은 양식을 갖추고 가다가 발각되어 심문을 당하게 되었었다.
공이 돌아와 신안관(新安館)에 도착하여 말하기를, “무슨 낯으로 우리 전하를 뵙겠는가.” 하고는 자살해 버렸다.
▶️ 倜(기개 있을 척, 어긋나게 뻗을 주)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周(주)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倜(척, 주)은 ①기개(氣槪) 있다 ②높이 들다 ③번쩍 들다 ④소탈(疏脫)하다 ⑤기괴(奇怪)하다 ⑥소원(疏遠)한 모양, 우원(迂遠)한 모양 ⑦얽매이지 않는 모양, 그리고 ⓐ어긋나게 뻗다(주)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뜻이 크고 기개가 있음을 척당(倜撞), 뜻이 크고 기개가 있어 남에게 눌려 지내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척당불기(倜儻不羈) 등에 쓰인다.
▶️ 儻(빼어날 당)은 형성문자로 傥(당)은 간자(簡字), 傥(당), 倘(당)의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黨(당)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儻(당)은 ①빼어나다, 뛰어나다 ②갑자기, 별안간(瞥眼間) ③만일(萬一), 혹시(或是: 그러할 리는 없지만 만일에), 적어도 ④멋대로, 마음대로 ⑤실망하는 모양 ⑥분명(分明)하지 않은 모양,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뜻을 잃고 배회함을 당양(儻佯), 떼를 지음이나 무리를 이룸을 작당(作儻), 큰 무리나 큰 떼를 대당(大儻), 뜻이 크고 기개가 있어 남에게 눌려 지내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척당불기(倜儻不羈) 등에 쓰인다.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부적절(不適切), 부당한 일을 부당지사(不當之事),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부정부패(不正腐敗), 그 수를 알지 못한다는 부지기수(不知其數),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못한다는 부달시변(不達時變) 등에 쓰인다.
▶️ 羈(굴레 기/나그네 기)는 회의문자로 羇(기)와 동자(同字)이다. 罒(그물망머리部; 그물의 벼리와 그물코의 모양)와 革(혁; 가죽), 馬(마; 말)로 이루어져, 가죽끈으로 말을 잡아 맴의 뜻이다. 그래서 羈(기)는 ①굴레(마소의 머리에 씌워 고삐에 연결한 물건) ②말고삐(말굴레에 매어서 끄는 줄) ③나그네 ④객지(客地)살이 ⑤북상투(아무렇게나 막 끌어 올려 짠 상투) ⑥구금(拘禁)하다, 억류(抑留)하다 ⑦얽매이다 ⑧매다 ⑨단속(團束)하다 ⑩구속(拘束)받다, 견제(牽制)하다 ⑪타관살이하다 ⑫외롭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굴레를 씌우듯 자유를 얽매는 일을 기반(羈絆), 얽어 매어 묶음으로 강제적으로 속박하여 자유를 박탈함을 기속(羈束), 구속을 당하는 치욕을 기욕(羈辱), 어떤 것에 매여 있거나 매어 놓음을 기속(羈屬), 객지에 머물러 있는 나그네를 기려(羈旅), 객지에서 느끼는 시름을 기수(羈愁), 타향에서 삶을 기우(羈寓), 나그네가 묵고 있는 방의 창을 기창(羈牕), 굴레와 고삐라는 뜻으로 속박하거나 견제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기미(羈縻), 남에게 아무 구속을 받지 아니함을 불기(不羈), 말의 굴레와 고삐를 잡은 노고라는 뜻으로 임금을 호종한 노고를 이르는 말을 기적지로(羈靮之勞), 기개가 굳고 호걸스러워 사소한 일에 얽매이지 않음을 호탕불기(豪宕不羈), 속박받지 않고 자유롭다는 뜻으로 재능이나 학식이 너무 뛰어나 일반적인 규정이나 규칙으로는 복종시키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불기분방(不羈奔放), 뜻이 크고 기개가 있어 남에게 눌려 지내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척당불기(倜儻不羈)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