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밥
신문 2킬로그램에 이백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커피가 한 잔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쓰레기통 뒤져 모은 신문이 고작 이백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커피가 한 잔인데
내가 모은 신문이 커피 한 잔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신문이 일 킬로그램 팔리면
내게 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오늘, 그동안 모았던 신문을 팔았다. ‘피디는 박학다식해야 한다’는 말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 말을 카더라통신으로 치부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도서관 일층부터 사층까지 돌아다니며 버려진 일간지를 모으며 공부를 했다.
신문을 사서 보기엔 난 지금 너무 가난하다. 그래서 침이 뱉어져 있고 커피가 쏟아져 있는 신문이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모아서 봤다. 거기엔 먹고살려고 농성하다 불덩이가 된 철거민의 원혼이 깃들어 있었고 대박나는 주식을 사는 법을 알려주는 얘기도 있었다.(하지만 실제로 대박을 낸 사람 얘기는 없었다. 대신 실업연금을 타려고 길게 줄을 선 사람들만 있었다. ) 세상에 모든 말들이 담겨 있는 신문은 내 영혼의 자식이다. 그 녀석들을 오늘 고물상에 가져갔다.
평소에 하던 대로 폐지 모으는 할머니에게 드릴까 했었는데, 오늘은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폐지 한 장 모으러 남들 다 자는 시간에도 구부정한 허리를 한 손으로 버티며 살아가는 그 모진 삶을.
가슴이 먹먹하다. 까닭모를 서글픔 때문인지 가난 때문인지, 아니면 자꾸만 멀어져 가는 내꿈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신이 내게 준 능력이 부족한 탓에 더 이상 언어로는 지금의 내 심정을 문학으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래서 어느 시인이 어렵게 쓴 시를 빌려 독자들에게 한마디 남긴다. 어차피 삶은 촛불 아닌가? 바람 불면 꺼져 버리는 것이지만 타올랐던 흔적은 남는다. 방송을 장악하려는 재벌과 보수정당의 태풍 앞에서 언론노동자들의 몸부림은 연약한 촛불이다. 언제 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그들이 지키려고 했던 가치는 남는다. 그 누군가가 온 몸의 세포속에 기억해 줄 것이다. 반드시.
이 글을 읽고 얼굴 모르는 독자가 맘을 움직였으면 하는 바람이 꺼지기 전 마지막으로 타오르는 촛불의 혼처럼 파르르르 타오른다.
첫댓글 저희 교수님이 그러셨는데요, 사람에게 있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있어서는 재능을 따지지말고, 자신의 노력과 열정만 믿으라고 했어요. 힘내세요..
아! 따뜻하군요. 오늘도 신문 팔아 천육백원 벌었어요. 신문을 손에 들고 등에 지고 입에 물고 겨우겨우 움직여보니 먹고사는 문제를 머릿속이 아닌 몸으로 느낍니다. 맹꽁이쌩쌩님 신입사원 연수 때 만나요. 천육백원짜리 따뜻함을 드릴 수 있게.^^
직접 쓰신거에요? 따스하네요. 그 감성 간직하신 채 꼭 좋은 피디 되시길!!
함민복 시인의 <긍정적인 밥>이라고 있어여
이 글을 보고 제 자신을 바라보게 되네요... 힘내세요! 그리고 꼭 제가 구분칠초간의고민님의 웰메이드 프로그램을 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따뜻한 시를 더욱 따뜻하게 새로고치셨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먹먹한 심정..잘 표현하신 것 같아요.. 동감한다는.ㅜ
오늘도 천팔백원 벌었어요. 이 돈으로 댓글 달아 주신 분들께 군대케이크(초코파이로 성을쌓고 그 위에 요플레를 뿌린 다음 맨 위 초코파이에 담배를 꽂아 두는 것)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그리고도 돈이 남는다면 사순절에 헌금으로 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