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루한 여름방학이었습니다.
할머니댁에서 TV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우연히 NBA경기를 접하게 되었죠.
NBA는 커녕 농구에 관심 없던 시절, 스포츠 뉴스 끝머리를 항상 장식하는 코비와 샼의 플레이 덕분에
레이커스만 간신히 알던 시절이었습니다.
딱히 볼 것이 없어서 그 경기를 무심히 보다가, 충격적인 장면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최고라고 알고 있었던 레이커스의 안방에서 어떤 선수가 긴팔로 말도 안되는 앨리웁과 인유어페이스 덩크를 꽂는 장면을 말이죠.
등번호 21번, 팀이름은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그의 이름은 케빈 가넷.
그 날부터 저의 NBA사랑, 아니 정확히 말하면 케빈 가넷에 대한 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때의 어린 소년이 지금 나라를 위해 군복무를 다 마쳐가는 청년이 될 때까지 10여년에 걸쳐,
그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열광하고, 그가 패배하기 싫다며 슬퍼할 땐 같이 슬퍼하며 응원해왔습니다.
팀을 플레이오프 1라운드 이상 진출 못시킨다며 비난 받던 시절,
드디어 좋은 동료를 만나 최전성기를 구가한 03~04시즌,
팀동료들의 태업과 부상으로 다시 좌절했던 날들,
영원히 미네소타에 남을 것 같던 그가 팀을 옮겨서, 마침내 당당히 우승을 했던 07~08시즌,
아쉽게 부상으로 2연패에 실패한 08~09시즌,
한물 갔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끝까지 당당히 싸운 이번 시즌까지...
7차전 이후 그가 흘렸다는 눈물 때문에 괜시리 저의 눈시울도 붉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결과는 바뀌지 않을 것인데요.
우리는 믿어야 합니다. 그가 다시 할 수 있을거라고요.
아니, 그는 다시 할 수 있습니다.
Anything is possible이니까...
그리고 비록 패배했지만 1년 내내 무한감동 선사해준 우리 멋진 Team Boston, 정말 감사합니다.
아쉬운 마음에 눈팅족이 뻘글 끄적거려 봤네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보스턴 팬분들 힘냅시다!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꿈만같내요.. 동부 4번시드로 파이널 7차전까지
수고하셨습니다. 저도 오래전부터 KG 팬이였는데 참 이번시즌안타까운게 많네요. 글 잘읽었어요 ^^;
꿈만같았던이라는말이 뼈저리게 와닿네요. 그들의 이러한 모습은 이제 아련한 과거일뿐이니까요.. 다음 시즌에도
건강한 그들의 모습을 봤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