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기초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 공천에서 '물갈이 태풍'이 불고 있다. '현역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현직 단체장들이 공천에서 고배를 마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의 물갈이 비율이 높은데, 이는 연이은 단체장 비리로 현직 교체 수요가 높은 데다 의원과 단체장 간의 갈등, 갑·을 지역구 국회의원 간의 이해관계 대립 등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낙천한 단체장들이 "사천(私薦)" "보복공천" 등을 주장하며 무소속 출마를 속속 선언하는 등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與, 절반 물갈이…野는 '미미'
서울의 한나라당 소속 구청장 19명 중 '3선연임 제한'에 걸린 3명(동작·용산·은평)을 제외한 16명 가운데 이번에 다시 공천을 받은 구청장은 성동( 이호조 ), 중랑( 문병권 ), 성북( 서찬교 ), 노원( 이노근 ), 강서(김재현), 구로(양대웅) 등 6명에 불과하다. '현역 물갈이' 비율이 62%나 됐다. 특히 강남·송파·동작·광진구 4곳은 중앙당 차원에서 아예 여성 후보 전략공천 지역으로 결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이 "검증 안된 여성을 현직 대신 무조건 내보내는 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며 공개적으로 반발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서울 외에 현재까지 공천을 확정한 지역에서 현역 물갈이 비율이 경기 (56.5%)와 경북 (50.0%)에서 절반이 넘고, 인천 37.5%, 부산 38.5%, 대구 28.5%, 경남 28.5% 등이다. 23곳의 공천을 확정한 경기에선 오산 · 화성 · 군포 등 13곳에서 현 단체장이 낙천했다. 경북은 22곳 중 문경 · 예천 · 칠곡 등 11곳에서 현 단체장이 공천을 받지 못했다. 경북 영양 의 경우 현역 군수가 공천을 받았으나 최근 비리혐의가 적발되면서 공천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반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 의 경우 물갈이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민주당은 수도권 당 소속인 4명의 단체장 중 이해식 서울 강동구청장, 박영순 구리시장, 김윤식 시흥시장을 다시 공천했고, 인천 서구만 경선을 통해 물갈이를 이뤘다. 텃밭인 호남에서도 대대적 물갈이는 없었다. 전북에서는 총 10곳 중 국민경선을 통해 현역시장이 탈락한 남원을 제외한 9곳에서 현역 단체장이 재공천을 받았다. 전남에서도 13곳 중 10곳, 광주에선 5곳 중 2곳에서 현역을 공천했다.
◆탈락한 현역들, 무소속으로
하지만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단체장 중 상당수가 "부당한 공천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무소속 출마를 준비하고 있어 선거판도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여당 공천에서 탈락한 최선길 도봉구청장, 김형수 영등포구청장, 맹정주 강남구청장, 한인수 금천구청장, 정송학 광진구청장은 이미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신영섭 마포구청장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인천 계양구청장과 강화군수, 경기 성남·의정부시장, 강원 원주·태백시장, 경북 경주·문경·경산·영주시장과 칠곡·봉화·영양군수 등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거나 적극 검토 중이다. 특히 울산 에서는 공천에서 고배를 마신 조용수 중구청장을 비롯한 공천 탈락자들이 '무소속 연대'를 결성해 선거전을 치르기로 했다. 민주당에서도 광주 남구·서구청장, 광양시장, 강진군수 등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