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식지무(不識之无)
지(之)와 무(无)를 모른다는 뜻으로, 일자무식을 비유하는 말이다.
不 : 아닐 불
識 : 알 식
之 : 갈 지
无 : 없을 무
출전 : 신당서(新唐書) 卷119 백거이전(白居易傳)
이 성어는 당(唐)나라 때 유명한 문인 백거이(白居易, 白樂天)의 어렸을 때 일화에서 연유하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당(唐)나라 때의 문인 백거이(白居易, 백낙천(白樂天))는 어렸을 적부터 아주 총명했다.
其始生七月能展書, 姆指之無兩字, 雖試百數不差. 九歲暗識聲律.
백거이가 생후 일곱 달쯤 되었을 때 유모가 글이 쓰여진 병풍 앞에서 병풍에 있는 之자와 无자를 가리키며 백여 차례나 물어 보았는데, 정확하게 두 글자를 가려냈다. 아홉 살 때에는 성률(聲律)을 알았다.
이 이야기는 후에 백거이 자신이 원구(元九)에게 쓴 편지에도 언급되어 있다.
僕始生六七月時, 乳母抱弄於書屛下, 有指无字之字示僕者, 僕雖口未能言, 心已默識.
제가 태어난 지 육칠 개월 되었을 때, 유모가 글이 쓰여진 병풍 앞에서, 저를 안고 어르면서 无자와 之자를 가리키면서 저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저는 비록 입으로 말은 하지 못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었습니다.
백거이(白居易) 여원구서(與元九書)
이 이야기에서 유래하여, 한 살짜리 어린애도 알고 있는 가장 간단한 글자인 之자와 无자를 모른다면 일자무식이 아니겠느냐 하는 뜻의 ‘불식지무’라는 성어가 나왔다.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부적절(不適切), 부당한 일을 부당지사(不當之事),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부정부패(不正腐敗), 그 수를 알지 못한다는 부지기수(不知其數),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못한다는 부달시변(不達時變) 등에 쓰인다.
▶️ 識(알 식, 적을 지, 깃발 치)은 ❶형성문자로 识(식)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말씀 언(言; 말씀)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戠(시, 식)으로 이루어졌다. 말(言)로 듣고 알게 된다는 뜻으로 알다를 뜻한다. 본디는 戠(시)이라고만 써서 여러 가지 뜻을 나타내었으나 나중에 말뚝은 樴(직)이라 쓰고, 안표(眼標)가 되는 깃발은 幟(치)라고 쓰며, 그 밖에 職(직)과 織(직) 따위의 글자가 생기고, 안표(眼標), 알다란 뜻의 경우는 말씀언변(言)部를 붙여 識(식)이라고 쓴다. ❷회의문자로 識자는 ‘알다’나 ‘지식’, ‘표시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識자는 言(말씀 언)자와 戠(찰흙 시)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갑골문에서는 단순히 戈(창 과)자에 깃발이 걸려있는 모습만이 그려져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고대에는 긴 창이나 막대기에 깃발을 매달아 부대나 종족을 구별했었다. 識자에 아직도 ‘깃발’이나 ‘표시’라는 뜻이 남아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래서 識자는 본래 이러한 표식을 그렸던 것이지만 후에 言자와 音(소리 음)자가 차례로 추가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말(言)과 소리(音)를 통해서도 식별한다는 뜻을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그래서 識(식)은 (1)사물의 시비(是非)를 판단하는 작용 (2)오온(五蘊)의 하나. 사물을 인식, 이해하는 마음의 작용 등의 뜻으로 ①알다 ②지식(知識) ③식견(識見) ④친분(親分) 그리고 적을 지의 경우는 ⓐ적다(지) ⓑ기록하다(지) ⓒ표시하다(지) ⓓ표지(標識: 표시나 특징으로 다른 것과 구분함)(지) 그리고 깃발 치의 경우는 ㉠깃발(旗-)(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알 지(知), 알 인(認)이다. 용례로는 사물을 식별하고 관찰하는 능력을 식견(識見), 사물의 성질이나 종류 따위를 구별함을 식별(識別), 사람이 지니고 있는 학식이나 견문이나 도량을 식량(識量), 학식이나 상식 따위가 있는 사람을 식자(識者), 학식과 사람을 잘 알아보는 감식력을 식감(識鑑), 어떤 의식 작용의 생기와 소실과의 경계를 식역(識閾), 견식이 있고 사물의 도리에 밝음을 식달(識達), 학식과 덕행을 식덕(識德), 견식과 도량을 식도(識度), 사물을 식별하는 능력을 식력(識力), 마음과 영혼을 식신(識神), 일식 또는 월식 때에 해 또는 달이 제일 많이 가리워진 때를 식심(識心), 어떤 순간에 있어서의 의식 경험의 전 범위를 식야(識野), 사물을 분별하고 판단하여 아는 일을 인식(認識), 생각이 미치어 대상으로서 알거나 깨닫거나 느끼는 것을 의식(意識), 어떤 대상을 연구하거나 배우거나 또는 실천을 통해 얻은 명확한 인식이나 이해를 지식(知識), 일반인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거나 또는 가지고 있어야 할 보통의 지식을 상식(常識), 양심적인 지식과 판단력을 양식(良識), 감정을 하여 식별함을 감식(鑑識), 많이 알고 있음을 다식(多識), 배우지 못하여 아는 것이 없음을 무식(無識), 글자를 아는 것이 오히려 근심이 된다는 뜻으로 알기는 알아도 똑바로 잘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그 지식이 오히려 걱정거리가 됨 또는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나을 때를 이르는 말을 식자우환(識字憂患), 고무래를 보고도 그것이 고무래 정丁자인 줄 모른다는 뜻으로 글자를 전혀 모름 또는 그러한 사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목불식정(目不識丁), 한 글자도 알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일자무식(一字無識), 학문이 넓고 식견이 많음을 이르는 말을 박학다식(博學多識), 얼굴을 반만 아는 사이라는 뜻으로 서로 알아는 보지만 친하게 지내지는 않는 사이를 이르는 말을 반면지식(半面之識), 잠깐 만난 일이 있었을 뿐인데도 그 얼굴을 기억하고 있음을 이르는 말을 반면식(半面識), 한 번 서로 만난 일이 있어 약간 안면이 있는 일을 이르는 말을 일면식(一面識), 늙은 말이 갈 길을 안다는 뜻으로 연륜이 깊으면 나름의 장점과 특기가 있음 또는 경험 많은 사람이 갖춘 지혜를 일컫는 말을 노마식도(老馬識途), 얕게 보고 엷게 안다는 뜻으로 천박한 견문과 지식을 이르는 말을 천견박식(淺見薄識), 배우지도 못하고 아는 것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불학무식(不學無識), 듣고 보고 한 것이 적고 지식이 얕음을 일컫는 말을 과문천식(寡聞淺識), 보고 들은 것이 많고 학식이 넓음을 일컫는 말을 다문박식(多聞博識)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 즉,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지남지북(之南之北) 등에 쓰인다.
▶️ 无(없을 무)는 지사문자로 無(무)의 고자(古字), 無(무)의 간체자(簡體字), 毋(무)와 통자(通字)이다. 음(音)이 無(무)와 통하므로 없음의 뜻으로 쓰인다. 그래서 无(무)는 ①없다 ②아니다(부정) ③~이 아니다 ④말다, 금지하다(禁止--) ⑤~하지 않다 ⑥~를 막론(莫論)하고 ⑦~하든 간에 ⑧발어사(≒나무(南无)) ⑨이미기방(--旣傍: 부수(部首)의 하나) ⑩없을무(--无: 부수(部首)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도자기에 쓰는 푸른 물감의 한가지를 이르는 말을 무명자(无名子), 화경을 햇볕에 비춰서 일으킨 불을 이르는 말을 무근화(无根火), 다른 것이 전혀 섞이지 아니한 전국술을 일컽는 말을 무회주(无灰酒)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