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조금 떨어진 곳에
잡다한 물건을 넣어두는 창고가 있었다.
구석에 있어
특별한 일이 아니면 사람들의 발길이 없어
기분이 꿀꿀 할 때면
가끔 그곳에 가서 하모니카를 불곤 했다.
그날도
한가한 틈을 타 하모니카를 불었다
솔 라솔미레도레미 미솔라 도라솔미레
조항조의 사나이 눈물
전주가 너무 좋다.
그런데
첫 소절
미솔솔 라솔 라도도도도 라
들숨으로 부는 요기서 늘 부족함을 느낀다.
그래서 요 부분을 반복하면 괜찮은 것 같은데
전체를 불다보면 역시 이 부분이 마음에 안 든다.
그런데 이 날은
술도 안 먹었는데 기분 좋게 스므스하게 넘어간다.
그래서
애모,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 카페에서, 여자의 일생
단장의 미아리 고개, 내 사랑 내 곁에, 봄날은 간다, 장녹수, 충청도 아줌마 등
내가 즐겨 부르는 연주를 메들리로 불고 있는데
뒤가 뭔가 이상해서 돌아보았더니
웬 아줌마가 날 바라보고 있었다.
웬 아줌마가 아니고 순대국집 주인 아줌마였다.
난 순대국을 별로라서 자주 가지는 않지만
단체로 갈 때는 어쩔 수 없이 가곤 했는데
(무뚝뚝하고 그리 예쁘지 않아 나의 관심 대상은 아니었다.)
나쁜 짓은 아니고, 회사 직원도 아닌데
야동보다 들킨 것 마냥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죄송해요. 자나가다가 너무 좋아서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 하다가
이렇게 들켰네요. 좀 더 있으면 안될까요.“
노오 하면 우리 직원이 올 때 더 크게 만들어 얘기 할 것도 같고
다소곳한 모습도 흥미로워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그러자
죄송스럽다는 듯이 손을 비비며
“찔레꽃 들려주면 안 되나요? 언제든지 오시면 술 한 잔 대접할게요.”
찔레꽃은
전주가 다른 노래에 비해 맘에 안 들지만 간주가 편하고
맛도 좋아 가끔 불던 곡이다.
사나이가
어찌 여인의 부탁을 거절 할 수 있는가
거기다가 술까지 준다니
솔 라 솔 미 레 도 라 도미솔
그런데
소리 없이 눈물을 펑펑 쏟는다.
아버지가 술 만 취하면 부르던 노래라고.
단 한 번도 사랑한다고 아니 좋아한다고 말 한 적이 없다고.
못생긴 것도, 못 사는 것도, 못 배운 것도, 아버지 탓 만 했다고.
어떠하면 아버지 가슴이 아플까만 생각하고 자랐다고.
용돈 한 번 못 줬다고.
아프던 아버지 손 한번 잡아주지 않고 그리 보냈다고.
나이가 들수록 보고 싶다고.
이젠 그 모습도 아련해져 너무 죄송스럽다고.
그러다가
“아버지 잘못 했어요, 미안해요. 죄송해요.”
하면서
소리 내어 꺼이 꺼이 우네.
날 보고 어쩌라고
어느날
의심 반 설마 반으로
장사 마칠 때 쯤 찾아갔더니
반가워하며
잠깐 기다리라더니 문을 재빨리 닫고
간단한 술상을 차려와 술을 따라준다.
첨에는 손님이라고 하더니
몇 번 만난 다음에는 ○○님 회사 직책을 부르더니
언젠가 부터는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술 먹고 무슨 얘기를 한 지 나도 확실히 모르는데
참 많은걸 느끼고 배웠단다.
나보다 2살 연배인데
난 그 사장님의 꾸밈없는 말 속의 살아온 사연이 너무 생생하여
눈물을 흘리면서 듣곤 했다.
어느 날에는
술 먹다 보니 탁구 가방을 두고 온 적이 있어
찾아 가방을 열어 보았더니
운동복을 깨끗이 세탁을 해서 곱게 개어 넣고
새 수건도 한 장 넣어있었다.
자다가 일어나면
잠이 안 온다고 하길래
인터넷 하는 방법
네이버 메일 보내는 방법 받는 요령을 가르쳐 주었고
나랑 메일을 주고 받을 수 있었다.
첨이라 해 본적도 없는 분이라 보낼 때는
지루 할 정도로 시간이 걸리고
나 야 받으면 5060에서 댓글로 갈고 닦은 솜씨로 바로 다다닥
한참 만에 온 답장
“선생님은 존경 그 자체입니다.”
그러다가
내가 현장이 바꾸어 만날 수가 없었고
가끔 메일로 소식을 서로 전하다가
점점 뜸해지고 그리고 그저 그런 추억이 되나 했는데
며칠 전에
우리 현장으로 찾아왔다.
나이 탓인가
반갑기 보다는 무슨 일 일까 겁이 덜컥 났다.
사연인즉
아버지와 똑같은 사람을 만났고
이리 저리 하다 보니 한 이불 덥기로 했는데
두 아들 특히 며느리들이 반대가 심하단다.
이미 맘을 굳히고
다만 자기의 정당성을 확인하고 심정으로 날 찾아 온 건데
눈꺼풀이 단단히 씌워진 것 같은데
그의 눈은 나한테서 격려를 받고 싶어 하는데
그 남자는 나랑 갑장 이라는데
연금으로 먹고 살 수 있다는데
아버지한테 못 다한 사랑 하고 싶다는데
그 자식들이
곱게 늙으라고 막말을 했다는데
하여
“평생 후회만 하고 살아왔다고 했잖아요.
하고 싶은 일 한 번도 못했다고 했잖아요.
한 번 해 보세요.
한 번 더 후회한들 뭐 그리 큰일이겠어요.
한 삼일만이라도 행복해 보고 싶다고 했잖아요.
나쁜 생각은 하지 마세요.
기쁜 일만 생각하기도 모자란 시간입니다.“
고맙다고
뒤를 몇 번씩 돌아보며 갔다.
내가 잘 한 건지
그리고 오늘 연락이 왔다.
두 손 꼭 잡고 함께 살길로 했다고
사장님
행복 하세요.
아니 행복 하여야 합니다.
회원님들 또 부탁해서 미안하지만
이 님들의 행복을 기원해 주시고
기뻐 해 주세요.
슬픔은 함께하면 반이되고
기쁨은 함께하면 배가 된다 합니다.
함께 기뻐하며
우리 모두 행복한 하루가 됩시다.
기억 해 두자
2017년 3월 30일.
첫댓글 네~ 기뻐하며 행복하기를 빌어드릴께요.
고맙습니다.
행복을 향하여
힘차게 달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하모니카로 멋지게 기분 풀이 하고 있는데.
뒤에서 몰래 듣던 웬 아줌마님~~
아니지 순댓국집 아주마이...
늦게나마 사랑받고 살게 되심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자식들이 내 인생 살아주는것 아니니까
잘 선택 하셨습니다.
처음부터 물어볼 필요도 없는 사안이었지요..
꼭 행복하셔야 합니다~~~~~ ^*^
은숙님
팔도 아플실텐데
고맙습니다.
후일
깨 쏟았졌다는 소식
올리겠습니다.
지겨운줄 모르고 그다음이 궁금해서 단박에 읽어버린 글
아무 꺼리낌없이 읽고나니 가슴이 따뜻해지는 글
멋지십니다^^
고맙습니다.
칭찬에
제 가슴도 따뜻하네요
닉 보다는
멋지게 사는 분 같아요
글 사연이 참 좋습니다.
구절구절 글흐름도 매끄러워 앞으로
삶방에서 자주 보자구요~~~
낭주님의
칭찬에 으쓱합니다.
격려로 알고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맑은 아침 님의 부탁이니 들어 드려야지요.
그분들이 행복하게 잘 사시기를....
평생 후회만 해온 인생
하고픈일 한 번도 못하고 살아온 인생이
맑은 아침 님의 격려로
남은 인생은 꽃길만 걷게 되기를 바래봅니다.
그나 저나 그 분은 능력이 있으시네요.
두살 연하의 남자를 .......... ^^
요즘은 휴일날 사무실에 안나가시죠?
ㅋㅋㅋㅋㅋㅋ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
닉이 말과글에서 고요맑음으로 바뀌었습니다.
맑음님
부탁 들어 주워 고맙습니다.
옛 사연도
기억 해 주심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맑은 하루 되소서
참 고운글 이십니다
하모니커 하나로 연결된 인연의 고리가
하모니커 맑은 음색만큼 아름다운 결론이라
축복하고 흐믓합니다
축북
그 분을 대신하여
감사히 받겠습니다.
고운글 이라 하심
제가 감사한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흐뭇한 하루 되세요
와 ~~~~두분이 다 좋은 인연
그 아주머니의 행복이 시작
두분이서 손 꼭잡고 같이 노을로 걸어가기를 바래요
장미니임
자주 뵈오니 이웃 같아요.
행복한 일상 소식
오늘도 기다려 봅니다.
여기는 비가 촉촉히 옵니다.
꽃 심기 좋은날이네요.
예쁜꽃 심고
사진 올려주세요.
행복하셔야지요
자식들이 특히 며느리들이 왜 그런댜?
잘하셨어요 글 잘읽었습니다
행복 빌어봅니다
이것도 재산이 문제죠.
잘 하셨다고 하시니
안심이 많이 되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