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열등산동호회 5월 산행은 원주 소금산으로 계획하였으나 산행 후 원주에서 귀경 열차표 매진으로 청와대 개방로 등산으로 변경하였다. 지하철 3,5호선 경복궁역 5번출구에서 10시에 16명이 집결한 후 경회루와 향원정을 거쳐 신무문으로 향하였다. 이때 마침 광화문 수문장 교대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마치 조선왕조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의례행사를 보는 것 같았다. 경복궁 영내를 관람할 때는 사전에 입장료를 내야한다. 경로우대증으로 무료 입장하였다. 경회루와 향원정은 연못과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청와대로 연결되는 신무문은 경복궁의 북문이다. 북쪽을 관장하는 현무에서 따와 신무문이라 칭하였으며 신무문의 천장에 현무가 그려져 있다. 신무문은 음기가 강하다는 이유로 평소에는 닫아두었다가 비상시 또는 왕의 비밀 행차 때나 사용하였다. 신무문은 내가 1972년 하반기부터 1973년 1월까지 수경사 30대대에 근무할 당시 위병장교 임무를 수행하던 곳이었다. 대대본부및 중대 막사와 연병장은 사라지고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서 새롭게 느껴졌다. 한마디로 상전벽해였다. 신무문에서 청와대 출입문과 본관 건물이 정면으로 보인다.
청와대 개방으로 관광객들이 붐비고 있었다. 청와대와 북악산 사이에 새로 개방된 구간을 따라 등산하는 방법은 두가지다. 종로구 경복고 옆 칠궁 뒷길과 금융연수원 옆 춘추관 뒷길이다. 이번 산행은 춘추관 뒷길을 택하였다. 춘추관 입구를 지나 금융연수원 건너편 약 200m에 이르면 등산로 입구가 나온다. 등산로 입구를 지나면서 부터 가파른 경사길이 시작된다 이 길은 청와대 담벽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다. 청와대 담벽 정상이 백악정이다. 백악정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쉬고 있었다. 백악정 양옆에는 두 그루(느티나무, 서어나무)의 정자목이 자라고 있다.
느티나무는 김대중 전대통령이, 서어나무는 노무현 전대통령이 심은 나무이다. 백악정에서 만세동방을 가려면 대통문을 통과해야 한다. 대통문 출입시간은 오후 5시까지로 제한돼 있다. 대통문을 통과하여 야자매트길과 목재계단을 따라 약 440m 올라가면 만세동방 약수터를 만난다. 바위 아래 맑은 샘이 솟아 고종 임금께서도 마셨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오염되어 마실 수 없다. 약수터 바로 위에 있는 바위에 "만세동방 성수남극"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누가 언제 새겼는지 알 수 없으나 글자의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나라의 번창과 왕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서 목재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청운대 전망대와 청운대 쉼터(백악산 조망 명소)가 나온다. 창덕궁, 종묘, 낙산을 비롯한 롯데월드타워 아차산 검단산, 예봉산, 남한산성, 청량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청운대 쉼터를 기점으로 해서 왔던 길로 하산하기 시작했다. 만세동방에 이르기 전에 나무숲 그늘에서 회원들이 각자 준비한 다양한 간식을 나누워 먹었다. 우리나라 사람은 나누워 먹는 것을 즐긴다 . 이것이 바로 한국인의 정이다. 전인구 동기생은 산행할 때마다 간단한 음식을 차려놓고 산신제를 올린다.
만세동방에서 청와대 전망대를 거쳐 백악정으로 하산하였다. 청와대 전망대는 2022년 5월 10일 부터 청와대가 개방되면서 "청와대 전망대"란 이름이 생겼다. 조선 왕조 500년 역사와 현대가 어우러진 서울 도심의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등산객들은 사진을 담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남산에서 북쪽 방향으로 조망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저 멀리 고층빌딩 사이로 청와대와 경복궁이 작게 보일 뿐이다. 청와대 개방으로 경복궁을 바라보며 서울은 더 이상 콘크리트 숲이 아니라 아름다운 도시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전통 궁궐과 첨단 빌딩 숲이 이렇게 멋있게 어우러진 도시는 흔하지 않다. 백악정에서 청와대 돌담길을 따라 내려오면 칠궁이 보인다. 칠궁은 조선의 왕들을 낳은 친 어머니지만 왕비가 되지 못한 후궁 7명의 신위를 모신 장소다. 유명한 장희빈의 위패도 여기에 있다. 창의문로를 따라 무궁화동산과 연무관을 거쳐 토속촌 삼계탕집으로 향하였다. 토속촌 삼계탕집은 손님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었다. 오후 1시에 예약했기 때문에 바로 들어가서 앉아있을 수 있었다. 꽤 큰 식당이었다. 한참동안 기다렸다가 삼계탕으로 식보하고 경복궁역에서 각산진비하였다.
오늘 산행은 청명한 날씨에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와 더없이 좋았다. 산행은 언제나 힘들지만 반드시 보상을 받는다. 멋진 풍경을 보니 눈이 호강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니 폐가 깨끗해진다. 그리고 다리 근육을 튼튼하게 할 수 있다. 김홍찬 회장은 소금산 산행과 청와대 개방 등산로 사전 답사로 수고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싫은 소리를 전혀 하지 않고 맡은바 임무를 묵묵히 솔선수범하는 훌륭한 회장님이다. 산행회장은 동호회 회장 중에서 가장 힘든 직책이다. 김홍찬 회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동기생들과 함께 하는 산행은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다.
광화문 수문장 교대식 행사 경회루와 향원정을 지나서 경복궁 신무문으로 향하는 도중 신무문 앞에서 청와대를 바라보고 인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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