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마다 각각 다른 멋과 특징이 있다. 암벽으로 이뤄진 시원스러운 물골, 원시림을 연상시키는 이끼 계곡이 있고, 폭포와 담(潭)·소(沼)가 선경을 이루는 곳도 있다. 계곡미가 뛰어난 특색있는 계곡을 소개한다.
▲폭포-포항 보경사계곡
경북 포항 내연산(770m) 자락에 있는 보경사계곡은 폭포가 12개나 있는 폭포전시장이다. 내연산을 반달 모양으로 둘러싼 향로봉(930m), 삿갓봉(718m), 천령산(775m), 문수봉(622m)의 물줄기가 내연산 한 골짜기로 계곡수를 쏟아붓는다. 당연히 계곡이 좋을 수밖에 없다. 내연산 초입부터 물소리가 거세다. 계곡을 따라 등산로가 나 있어 시종 물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다. 쌍생폭포(사진 왼쪽), 관음폭포, 연산폭포는 보경사 3대 폭포로 꼽힌다. 쌍생폭포는 보경사에서 1.5㎞ 거리에 있다. 관음폭포 옆에는 10평 넓이의 관음굴이 있다. 영화 ‘남부군’에서 빨치산 대원들이 목욕을 하다 대장 이현상을 만나는 장면을 이곳에서 찍었다. 이밖에 삼보, 보연, 잠룡, 무풍폭포 등이 산허리를 돌 때마다 물줄기를 쏟아낸다. 상류는 초보자들이 등산하기에는 위험하다. 보경사는 1,400년 된 고찰로 수령 800년의 회화나무, 400년의 소나무와 탱자나무 등이 있다. 포항시청(054)245-6616
▲다리-순천 강천사 계곡
전북 순창 강천사는 구름다리(사진 오른쪽)로 유명해졌다. 길이 75m, 높이 50m로 붉은 칠을 한 철다리 아래로 맑은 계곡이 휘돌아 흐른다. 전망대가 있는 신선봉에 오르면 첩첩산에 둘러싸인 계곡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산세가 빼어나 ‘호남의 금강’으로 불렸다. 1981년 전국 최초로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물이 잔잔해서 아이들과 함께 찾기 좋은 곳이다. 지난해 병풍바위에 조성된 인공폭포도 볼거리. 물줄기는 2개. 큰 폭포는 높이 40m, 폭 15m나 된다. 작은 폭포는 높이 30m, 폭 5m. 인공폭포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다. 강천사 계곡에는 등산로가 많다. 매표소에서 전망대까지 다녀오는 왕복 2시간 거리가 가장 짧은 등산로다. 담양 금성산성, 강천 2호수, 갈우방죽 등 코스마다 색다른 풍경을 만난다. 강천산 도립공원(063)650-1533
▲야생화-인제 강선골
강원 인제 강선계곡은 점봉산 곰배령으로 이어진 들머리다. 기린면 진동계곡을 지난다. 쇠나드리, 데리구비, 곱들나들이, 설피밭, 뚝바소 등 옛스러운 이름의 오지를 거쳐야 강선골에 닿는다. 강선계곡은 숲이 울창해 한낮에도 어둑어둑하다. 곰배령까지는 4㎞ 정도. 해발 500m가 넘는 중산간지대에서 산길이 시작되는 만큼 8부능선까지는 등산로가 마치 산책로처럼 평탄하다. 강선계곡에서는 온갖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 4월에는 복수초·얼레지·한계령풀·홀아비바람꽃, 5월에는 매발톱·노루오줌·미나리아재비가 핀다. 6월은 은방울꽃·털이풀·초롱꽃이 꽃망울을 터뜨린다. 8월은 야생화가 가장 화려한 시기. 계곡 끝자락 곰배령은 야생화 꽃밭으로 변한다. 붉은 둥근이질풀·구릿대·동자꽃·마타리·엉겅퀴·그늘돌저뀌·곰취·금강초롱 등을 볼 수 있다. 곰배령 정상은 식물자원 보존구역이기 때문에 입산을 하려면 인제 국유림관리사무소(033-461-2731)에 신고해야 한다.
▲이끼-정선 숙암계곡
강원 정선은 산이 높은 만큼 계곡도 많다. 오대천을 따라 장전계곡, 수항계곡, 막동계곡, 숙암계곡이 이어져 있다. 계곡은 강원도 토박이들이 ‘뼝대’라고 부르는 절벽지대. 풍광이 독특하다. 장전계곡은 오대천의 중간에 숨어 있다. 입구는 좁지만 상류로 올라갈수록 넓어진다. 가리왕산 줄기다. 입구에서 3㎞쯤 가면 왼쪽 대궐터계곡과 오른쪽 암자동 길로 나뉜다. 대궐터계곡은 원시림을 연상시키는 푸른 이끼 계곡이다. 하진부에서 10㎞ 정도 떨어진 수항계곡은 물놀이를 즐기기 좋은 곳. 계곡이라기보다 강변에 가깝다. 래프팅 코스로도 좋다. 수항리에서 다시 10㎞쯤 떨어진 진부면 막동계곡은 입구에 자그마한 3단 폭포가 시원스럽게 청류를 쏟아낸다. 계곡의 길이는 2.9㎞다. 막동계곡 하류인 북평면 숙암리에는 숙암계곡이 있다. 뼝대의 풍광이 시원스럽다. 정선군청(033)560-2365
▲역사-피아골과 뱀사골
지리산은 치열한 격전장이었다. 피아골은 임진왜란, 갑오농민전쟁의 전적지. 한국전쟁 때는 빨치산들이 끝까지 저항하다 많은 피를 흘렸다. 피아골계곡은 활엽수가 우거져 있다. 피아골 산장에는 지리산국립공원운동을 펼쳤던 산할아버지 함태식씨가 산다. 뱀사골은 암반이 좋은 물골이다. 소와 담이 많다. 지리산 시인 고정희가 ‘지리산 뱀사골의 웅장한 계곡은 오염의 티가 거의 없음은 물론 설악의 계곡처럼 바라다만 보면서 지나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곳에서나 앉아 쉬어가면서 즐기고 만져볼 수 있는 정다운 계곡이라는 데 새삼 놀랐습니다’라고 고백했던 곳이다. 피아골 관리사무소(061)783-9100, 뱀사골 관리사무소(063)625-8915
〈최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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