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왜 저는 하나에 집중을 오래 못할까요…?
저는 항상 집중을 잘 못 했어요.
할 일은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집중을 할 수가 없어서 의욕도 점점 없어져요.
마음을 다 잡으려고 엄청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집중력이 계속 흐트러져요.
제가 집중을 더 잘할 수 있으면 훨씬 더 나은 생활이 가능할 것 같은데 말이예요.
예를 들어서, 저는 한 자세로 오래 있지를 못해요.
몸을 꼬거나 어깨를 바짝 올리는 습관이 있는데
이것 때문인지 예전에 한 병원에서 틱이나 강박이 있다고 진단받은 적이 있어요.
가장 억울하고 속상한 것은 공부를 못하겠는 점이에요.
두꺼운 책은 몇 달에 걸쳐서 읽어야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집중이 안 되니까 책을 제대로 읽고 있는 건지, 공부를 하고 있는 건지 확신이 안 서더라고요.
사실 공부뿐만 아니라 사람들 말하는 걸 들을 때도 그런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알려주세요.
감사합니다.
A. 안녕하세요.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입니다.
올려주신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하고 싶은 일은 너무 많고, 집중을 잘할 수 있다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될 수 있을 텐데 집중이 잘 되지 않아서 고민을 하고 계시는군요.
생각하시는 '집중이 잘 되는 상태'는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인가요? 개인이 지각하고 정의하는 '집중이 잘되는 상태'는 다를 수 있습니다. 막연하게 ‘내가 집중이 지금보다 더 잘 된다면 지금보다는 나아질 텐데’ 라고 생각하기보다 우선 내가 생각하는 집중은 무엇인지 보다 구체적인 정의를 내려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완벽하게 집중이 되는 상황'을 찾기보다 다른 상황과 비교해보았을 때 조금이라도 집중이 잘 되었던 경험을 떠올려보시고 그때는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다른 때와는 어떤 점이 달랐는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말씀해주신 많은 분량의 책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읽을 수 있었던 점은 스스로 칭찬해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의 책을 읽기보다는 처음에는 스스로 조금이라도 더 관심이 있고, 내용이 어렵지 않고, 분량이 많지 않은 책을 선택해서책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고 내용을 이해해보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틱, 강박이 있다고 진단을 받으셨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사람들의 표정이나 몸짓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하셨는데 진단을 받으신 부분에 대하여 적절한 치료적 개입이 있으셨는지요? 현재 나타나는 증상과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개입이 이루어진다면 힘들게 하는 부분이 많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상황이 가능하시다면 전문적인 상담기관을 방문하셔서 현재 상태에 대하여 객관적인 진단을 받으시고 적절한 상담 및 치료를 받으시는 것을 권유해드립니다.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 산만한 아이, 무조건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다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는 학령기 및 학령 전기 아동에서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소아 정신과 질환인데 대부분의 신경학자들은 ADHD의 증상이 두뇌나 통제 기능상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과업과 관련된 기억, 예견, 계획, 시간에 대한 감각, 충동 억제력 등이 모두 그 기능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기능은 인간의 두뇌 발달 과정에서 가장 늦게 발달하는 (청소년 말기~성인 초기) 전뇌엽과 관련이 있습니다.
때문에 ADHD가 있는 아이들이 평생 이런 증상을 지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두뇌의 성장을 위해서는 자극이 필요하며 그 기능을 발달시키기 위해 기능을 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ADHD는 지속적인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충동성 등의 3대 핵심 증상을 보이며, 이로 인해 정상적인 학교생활 및 가정생활에 지장을 주는 질환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는 것에 싫증을 잘 내고 억지로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 화를 내고 짜증을 잘 냅니다. 결국 자기 방어 본능에 의해 적응을 피하고 주의를 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를 해야 할 만큼 문제가 심각한 의학적 증세에 대해서는 ADHD가 진단됩니다. 위에서 언급한 3가지 핵심 증상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만큼 심각하다면 의학적으로 무리 없이 진단을 내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산만한 성향이 반드시 ADHD로 연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쉽게 말해서 핵심 증상이 나타나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ADHD 진단을 내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 환경에 적응하거나, 혹은 환경이 그 사람에 맞게 바뀔 경우에는 충분히 개성으로 발현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에디슨 유전자’를 소개합니다. 이는 1992년 데이브 드브롱카트가 처음 제안한 ‘에디슨 성향(Edison trait)’에서 확장된 개념인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발명왕 에디슨과 관련이 있습니다.
누가 봐도 우수하고 영재였을 것 같은 에디슨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주의가 산만하고 정서가 불안하며 학습능력이 부족하여 학교 생활을 하기에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평가에 상처를 받은 어머니 낸시 에디슨은 학교를 그만두게 하고 자신이 직접 에디슨을 가르쳤습니다. 낸시는 에디슨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아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지닌 믿음을 학교가 손상시키도록 방치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에디슨은 16살에 전보 통신에 혁명을 가져오는 기기를 발명하고 평생 전구, 마이크로폰, 영화, 전기, 조명 등 무수한 발명을 하기에 이릅니다. 과학적으로 에디슨 유전자는 DRD4라는 유전자인데, 이 유전자를 가진 아이들은 많은 재능을 타고납니다. 그러나 사회가 이 재능을 수용하지 못하고 무시 받고 오해받는 일이 많아진다면 아이들은 이런 경험에 대한 반응으로 반항적인 태도를 가지게 됩니다.
에디슨 유전 형질을 보유한 사람들은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l 열정적이다
l 창의성이 풍부하다
l 무질서하다
l 일관성 있게 사고하지 않는다 (갑자기 새로운 결론을 내리거나 새로운 것을 관찰한다)
l 쉽게 주의가 산만해진다 (새로운 자극에 쉽게 주의를 기울인다)
l 어떤 일에 몰입하는 정신 집중력이 있다
l 충동적이다
l 쉽게 따분함을 느낀다
이 아이들은 자신과는 맞지 않는 환경인 학교 교실에서 재능을 인정 받는 대신, 산만하고 모자란다는 평을 듣게 되면 크게 위축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상처로 남을 말은 어른이 되어서까지 후유증을 남기게 됩니다.
국립 정신건강연구원의 아동 및 성인 정신병 과장인 피터 젠센(Peter Zensen) 박사는 1997년 <미국 아동 및 청소년 심리학회 저널>에 [진화의 혁명: 적응 장애로서의 ADHD] 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이 논문에서 연구진들은 부모나 교사가 ADHD 아동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정신 질환자라는 생각을 갖도록 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그런 아이들이 자신의 장점을 깨달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합니다.
성격상의 특징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직업 환경에는 운동 선수, 항공 관제사, 세일즈맨, 군인, 기업가 등이 있다고 덧붙이면서 아이들이 성향에 맞는 환경에서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도 있다는 것을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ADHD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기꺼이 자극에 반응하고, 체험을 추구하고, 경각심을 지니도록, 즉 아이들 성격의 장점이 발현되도록 하자면 아동은 물론 가족들까지 상담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였습니다.
사실상 ADHD가 있는 아이가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하거나 그렇지 못하는 여부는 아이를 믿어주는 어른이 최소한 한 사람 정도라도 있느냐 여부와 직결됩니다. 부모나 교사의 믿음을 바탕으로 아이는 스스로 어떤 것을 할 수 있다고 믿게 되며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 자기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는 별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게 됩니다. 따라서 어른이 아이를 믿어야 아이가 자신감을 갖고 독창적인 개성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출처: 산만한 아이들이 세상을 바꾼다 | 톰 하트만 저/최기철 역 | 미래의 창 | 2009년.
사진출처: 구글 재사용 가능 이미지 (Unsplash)
작성자: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인턴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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