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처럼 시간이 흐른다.
나도 어느새 '환갑'이란 단어가 목전에 와 있음을 느낀다.
한 달 후면 '쉰일곱'이 되니 무리도 아니지 싶다.
스무살 때부터 살기 시작했던 거대도시 서울.
복잡하고 시끄러운 이곳을 떠날 날도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은퇴하면 공기 좋고 물 맑은 자연으로 돌아가 제2의 인생을 엮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그래서 수도권을 떠나기 전에 또 한 분야의 숙제를 열심히 하고 있는 중이다.
그 숙제의 주제는 '서울, 경인지역 제대로 느껴보기'다.
누가 시킨 것은 아니다.
내 스스로 그렇게 마음 먹었고, 조용히 실행에 옮길 뿐이다.
근 40여 년을 살았던 수도권이지만 아직도 잘 모르고 있거나 내 온몸으로 직접 느껴보지 못한 곳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청라지구'도 그런 곳 중 하나였다.
수도권에서 굉장히 주목받고 있는 미래형 국제도시인데 차로 몇 번 지나갔을 뿐, 직접 피부로 느껴보지 못했다.
아직 끝내지 못한 인생의 숙제처럼 늘 마음 속에 남아 있었다.
"가보자"
시간이 남아서가 아니라 쪼개고 또 쪼개 어렵게 황금같은 주말시간을 확보했다.
10월의 마지막 주말이었다.
출발 전에 몇 번 지도를 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었다.
거리, 시간, 자연, 지형, 도시, 교통, 문화, 경제, 레저 등등 나름대로 자료도 찾아 읽어 보았다.
그러나 현지에 도착해 보니 실상은 지도나 몇 가지 자료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훨씬 더 크고 멋진 곳이었다.
그리고 자연과 미래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균형잡힌 첨단도시였다.
인천시가 '송도', '영종'과 더불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경제자유구역으로 삼고 있는 곳이며, 정책적으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국제도시였다.
현재 약 9만 명 정도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외 대기업들이 속속 둥지를 틀고 있었다.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들의 R&D 시설들도 새로운 기회의 땅에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둘러보았는데도 꼬박 하루가 걸렸다.
아직은 '주마간산'일 테지만 그래도 첫조우라 마냥 설렜고 행복했다.
십자가 모양의 거대한 물길을 따라 전후좌우에 첨단도시가 웅장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깨끗한 자연과 미래가 공존했고, 편리함과 낭만이 길고 긴 물길을 따라 여유롭게 흐르고 있었다.
티브이나 사진을 통해서 보았던 '청라'와 하루종일 걸으며 가슴으로 절감했던 '청라'는 판이하게 달랐다.
거대했고 다감했다.
아름답고 따뜻했다.
이번엔 전체적인 아우트라인를 관찰하고 탐방하는 수준이었다.
내년에 다시 가서, 다른 앵글로 청라를 바라보고, 느끼며 기록해 보고 싶다.
파워워킹으로 잘 다듬어진 물길을 따라 일주를 마쳤다.
2015년에 개장한 국내 최대규모의 '호수공원'은 그야말로 감동적인 백미였다.
한국 어디에서도 접할 수 없었던 청라만의 고유한 도시 디자인이었다.
디자인의 철학과 예술적인 깊이가 물씬 느껴졌다.
멋지고 황홀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다.
직접 가서 느껴보시라.
차로 지나가는 건 별 의미가 없다.
두 발로 걷고, 그곳의 공기를 호흡하며, 사람들의 환한 미소에 깊이 공감해 보라.
그러면서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힘차게 트레킹을 하다보면 청라의 진면목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리라 믿는다.
꼭 청라, 송도, 영종을 경험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의무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의 어느 한 곳에서, 희망찬 미래를 향해 열심히 웅비할 채비를 하고 있으니, 그 대역사의 현장에서 한국인이 연출해 낸 피와 땀의 진한 감동을 한두 번쯤은 공감해 봐야 하지 않을까?
나만의 좁은 소견일진 모르겠지만 왠지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수도권 여러곳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었고, 짬을 내서 조용히 실행에 옯기고 있는 것 뿐이다.
오늘 수능일이다.
역시 춥다.
춥다고 웅크리지 말고 가슴을 더 활짝 펴보자.
54만 8천여 명의 수험생들이 각자가 노력하고 준비한 만큼 좋은 결실을 거두기 바란다.
세상에 대한 진지한 호기심과 소통에 대한 열망.
그에 비례하는 감동과 찬미가 내 마음 속에서 함께 흐르고 있다.
그래서 늘 가슴이 설렌다.
이번엔 인천의 '청라'였다.
아름다운 이 세상에,
역동적인 우리 대한민국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사진 몇 장을 올려본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첫댓글 트래킹 하면 한적한 시골길을 생각했는데 도심속 호수공원 참 아름답네요. 좋은 곳 소개해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