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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말도 안돼. 어떻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지도 못한다니."
앙증맞은 코를 훌쩍이며 두 손에는 휴지를 한아름 들고 화면 속 영화에 푹 빠져있는 사람.
네, 제가 사랑하는 여자입니다. 제 아내이기도 하구요.
얼마나 이쁘고 사랑스러운지 몰라요. 하하.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저보고 복 받았다고 부러워들 하더군요.
그런 부러운 소리를 칭찬삼아 들을때면 얼마나 어깨가 으쓱여지던지, 절로 행복해지구요.
부드럽게 감싸안는 느낌에 그녀는 돌아서 저를 바라봅니다.
너무 울어서 퉁퉁 부어버린 눈. 그 모습마저도 너무 사랑스러워 보입니다.
이렇게 울어서도 이쁜 여자가 세상에 또 있을까요? 아아… 전 이 여자를 너무 사랑하나 봅니다.
"본걸 또 보고하면 질리지 않아?"
제 물음에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젓습니다.
"아니. 볼수록 새로운 느낌을, 감동을 가져다 주는 것 같아. 항상 우는데서 울고 어떻게 되는지 다 알아도
여기가. 여기가 너무 아파. 내가 저런 상황이라면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않을꺼야.
난 느낌으로 자기를 각인시켜서 꼭 알아볼꺼야. 왜냐하면 자기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그래. 만약에 저렇게 되면 꼭 나를 기억해줘. 그래서 우리 이쁘게 다시 사랑하자."
대답대신 그녀는 제 품에 얼굴을 묻고 살포시 안겨옵니다.
그녀가 자주보는 영화는, 오늘도 이렇게 울면서까지 보는 영화는 내 머릿속의 지우개.
전 슬픈 걸 싫어하기 때문에 저 영화를 싫어합니다.
생각만해도 너무 싫군요. 제 아내가…희주가 저렇게 된다면….
아아 말이 씨가 되겠어요. 입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느라 지쳤는지 금세 새근새근 잠이 든 그녀를 안아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힙니다.
차가운 감촉이 싫었는지 그녀는 가벼운 신음소리를 내며 제 품을 파고듭니다.
뽀얗고 둥그런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해주고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칼을 쓸어 넘겨줍니다.
그녀는 제가 머리를 쓰다듬는 걸 아주 좋아했습니다.
잠이 잘 온다고 말입니다. 토닥토닥 더 깊이 편안히 잠들 수 있게 그렇게 그녀를 재웁니다.
"사랑해, 희주야. 좋은 꿈 꾸고."
살포시 미소짓는 그녀를 바라보다 저 또한 그녀를 품에 안고 잠에 듭니다.
탁탁탁- 소리에 따뜻한 햇살에 저는 기지개를 펴며 잠에서 깹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방문을 벌컥 열며 들어오는 아름다운 한 여자.
새로 산 앞치마를 자랑하고 싶었던 모양인지 활짝 펼쳐보이며 빙그르 돌구선 제게 묻습니다.
저는 나른하게 기대 앉으며 그녀를 바라봅니다.
"짜잔~ 어때? 이쁘지? 나 이뻐, 기주씨?"
"우와~ 너무 아름다운데? 보여? 눈부셔서 눈을 제대로 못 뜨는거."
"풉! 그건 자기가 잠이 덜 깨서 그런거 같은데?"
빙그레 웃으며 쌜쭉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그녀를 안아다 가볍게 입을 맞춥니다.
결혼한지 3년이 넘어가는데도 여전히 새색시처럼 부끄러워하며 두 볼을 발갛게 물들이는 사람.
그녀는 부끄러움을 숨기고자 제 손을 힘껏 잡아 당기고는 화장실로 집어 넣습니다.
닫히는 문 밖에서는 그녀의 상큼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빨리 샤워하고 나와!! 내가 사랑 듬뿍 담긴 김치찌개 해놨으니까~! 늦게 나옴 국물없습니다?"
시원한 물줄기를 맞는 이 순간. 그녀가 깨우주는 이 아침.
너무나 행복합니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가 싶을 정도로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작가인 그녀는 여느 날 처럼 컴퓨터에 앉아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전 그녀를 위해 커피를 타서 그녀의 옆으로 다가갔습니다.
방해하고 싶지 않아 조용히 간다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그녀는 제게 기대어 왔습니다.
"많이 힘들어?"
"아니. 힘들지 않아. 오히려 재밌는걸? 근데…기주씨."
"응?"
"아니야. 아무것도."
뭔가 할 말이 있어보이는데 말을 꺼내려하지 않는 그녀.
불안한 기운이 들긴했지만 기분탓이려니하며 저는 가볍게 무시했습니다.
왜 몰랐는지. 왜 미처 그녀의 표정을 살피지 못했는지……
갑자기 잡힌 수술로 몇 일을 병원에서 지내다 간만에 집에 들어왔습니다.
역시나 오늘도 영화를 보고 있었는지 집안은 온통 어두웠고 화면에서는 영화가 끝나 자막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 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고 있는 그녀.
가녀린 그녀의 어깨가 오늘따라 얼마나 측은해 보이던지 저는 가방을 내려놓고 단걸음에 그녀에게 가 뒤에서 안아주었습니다.
"……왔어?"
"응. 혼자 심심했겠네, 우리 희주. 무섭진 않았어?"
"무서웠어. 너무……무서웠어."
그녀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아 저는 그녀의 얼굴을 들어 표정을 살폈습니다.
그런 제가 걱정되었는지 그녀는 그제서야 웃어보였습니다.
"바보. 나 혼자 뒀으니까 벌 준 거야. 깜짝놀랬지?"
"하아…….유희주. 이렇게 걱정시킬래? 얼마나 놀랐다구. 그나저나 울보 희주가 오늘은 안울었네?"
"응. 신기하게 오늘은 눈물이 안나오더라구. 자기도 신기하지? 나도 신기해."
"어디 아픈건 아니지?"
그녀는 제 걱정에 빙그레 웃으며 장난스럽게 제 이마를 튕겨냈습니다.
"건강빼면 시체인 유희주가 설마 아프겠어?"
바보같은 여자.
난 당신의 남편인데, 난 당신의 남자인데.
"으쌰! 간만에 우리 희주 품에서 편하게 잠이나 자볼까?"
"아이참. 내려줘요! 자기 일하고 와서 힘들잖아. 응?"
"우리 희주는 깃털이잖아?"
피곤한건지 무슨 걱정이 있어서인지 쉽게 잠들지 못하는 그녀.
전 눈을 감은채로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무슨 걱정있어?"
"……기주씨."
"음? 우리 희주가 무슨 걱정이 있구나?"
저는 바로 누웠던 몸을 옆으로 돌려 희주를 바라 볼 수 있게 누웠습니다.
"사람이 자꾸 깜빡하고 그러면 어디 아픈거야?"
"자꾸? 어떤식으로?"
"음……내가 해야 할 일을 잊는다거나 물건을 손에 들고 있으면서 한참을 찾으러 다니고. 뭐 이런식으로?"
제법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는 그녀를 보다 피식으며 그녀를 당겨 안았습니다.
따뜻한 그녀의 체온이 너무나 좋습니다.
"그건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실수잖아. 너무 걱정하지마. 너무 피곤하거나 심신이 지치면 그런 경우가 종종 있으니까"
"그래? 진짜지? 진짜지, 기주씨?"
"음~ 당연하지. 우리 희주는 나 못 믿어?"
"믿지. 근데……그런 일이 잦아지니까 불안해지잖아. 그래서……."
"걱정마. 요즘 너 일 많이 들어온 거 때문에 힘들어서 그런걸테니까."
"아, 다행이다. 역시 의사남편 둔게 좋아. 헤헤~ 고마워, 기주씨."
안심하며 그제서야 활짝 웃는 그녀.
전 피식 웃으며 귀여운 그녀를 더욱 꽈악 안아주었습니다.
의사남편이라고 좋아하던 그녀였는데, 믿으라 큰 소리 친 나였는데…….
왜……왜 진작 그녀를 데리고 병원에 가지 않았는지, 왜 그녀의 고민을 가볍게 치부해버렸던 건지……
그녀의 말대로 그녀는 자주 깜빡하고 잊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조금 전만해도 그녀는 쓰고 있던 안경을 찾으러 온 집안을 헤맸습니다.
그리고……
"기주씨. 내 핸드폰 못 봤어? 대체 어딨는지 못찾겠어. 내 핸드폰으로 전화 좀 해주라."
"핸드폰?"
"응. 아무리 찾아도 없네?"
"핸드폰, 네 손에 있잖아. 희주야."
"어?"
제 답에 그녀는 자신에 손에 들려있는 핸드폰을 내려다보며
'아, 요새 왜 자꾸 이러지? 헤에~ 나 바보같지, 기주씨?' 하며 웃는 그녀였습니다.
조금만 더 그녀에게 신경을 썼더라면,
그랬다면…………
진료 중 급하게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치료를 받는 환자분에게 실례하다 말하고 진료실 밖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네. 김기주입니다."
-저, 혹시 유희주씨 남편분 되십니까?
"그렇습니다만, 누구시죠?"
낯선 남자의 목소리에 저는 긴장을 하며 들고 있던 핸드폰을 바로 잡았습니다.
수화기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누군가에게 위로를 해주는 남자의 목소리.
-아, 예. 여기 압구정 **카페 앞인데요. 유희주씨라는 분께서 울고 계셔서요. 길을 잃어버렸다고 하셨어요.
"예?"
그곳으로 갈테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과 함께 서둘러 병원을 나섰습니다.
길을 잃다니……말도 안됐습니다.
30분쯤이 지나서야 희주가 있다는 그곳에 전 도착했습니다.
급하게 차를 세우고 카페를 찾기위해 근처를 두리번 거리는 도중 아담한 카페 앞에서 쪼그려 앉아있는 한 여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희주. 나의 아내.
"유희주!"
제 부름에 그녀가 고개를 들고는 천천히 달려와 제게 안겼습니다.
"기주씨! 흑……나……나 너무 무서웠어. 이곳이 어딘지를 모르겠는거야.
분명 왔던 곳 같은데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어. 심지어 기주씨 번호까지 생각이 안났어.
나……나 왜이래? 나 너무 무서워, 기주씨……."
잠이 든 그녀를 뒤로 하고 어두운 서재 안에서 전 노트북을 멍하니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설마했는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왜 하필 희주는 그 영화를 봤던 걸까요? 그 영화를 봤기 때문에 우리한테도 이런 일이 생기는 건가요?
희주는……희주는 왜 왜 그런 영화를 본 건지……
그녀의 잘못이 아닌 줄 알면서도 되지도 않는 이 상황에 저는 그녀를 원망했습니다.
고칠 수 없다는 걸 알기때문에 더욱 체념이 빨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무리 의사라한들 어떻게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저는 남은 시간동안 그녀를 더욱 사랑하리라 다짐했습니다.
이 모든 일이 마치 제 죄인냥 저를 옭아맸습니다.
제가 조금 더 희주한테 관심을 가져주었더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요?
"아아……하느님. 차라리 저의 기억을 기억을 지워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저 예쁜 여자 그리 탐나셨습니까? 저 착한 왜 데려가시려 하십니까……왜요, 왜!!!!!!!!!!!!!"
"희주야……유희주……"
아무리 아름다운 추억을 만든다해도 서서히 지워갈 그녀.
그렇게 세상에서 좋았던 시간을 지워버리고 가려는 그녀.
어떻게 해야 이 여자를 제게 주시렵니까? 어떻게 해야 이 여자를 데려가지 않으실겁니까……?
해 맑은 표정으로 식탁 앞에 앉아 저를 바라보는 그녀.
그녀는 서서히 그렇게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기주씨~ 원래부터 이렇게 요리잘했어요?"
아니요. 전 요리를 할 줄 모릅니다.
아무리 연습해도 늘지않는 저를 한심스럽게 바라보다 희주는 제게 부엌에 들어오지 말라는 협박까지 했을 정도니까요.
서서히 저와 관련된 기억을 하나 둘씩 지워가던 그녀가 결국은 저와의 모든 기억을 지워버렸나봅니다.
나의 아름다운 여자가 내가 그토록 사랑하던 내 아내가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한 집에 같이 있는 저를 보며 겁에 질려
쓰러지기까지 했으니까요.
우리가 사랑했던 사이라 말하며 그녀를 이해시키려 했지만, 잔인하게도 그녀는 저의 바램을 무시하기라도 하듯
그런 적 없으니 나가달라네요. 어찌해야 합니까?
저 작은 입으로 사랑한다 속삭이던 그녀가 이제는 모르니 나가달라 하다니…….
전 그녀의 친정에 모든 사실을 알리고 그렇게 그녀와 함께했던 곳을 나왔습니다.
그녀의 주위를 맴돌며 그녀를 보살피고 그녀를 눈에 담았습니다.
저를 강하게 거부하는 그녀이니 이렇게라도 할 수 밖에요.
그녀가 저를 기억못한다고 해서 제 부인이 아닌 건 아니니까요.
오늘도 저는 그녀의 뒤를 조심스럽게 따릅니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심정. 당신들은 아십니까?
내 아내가, 사랑하는 내 여자가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요.
전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그래도 그녀의 곁을 지킵니다.
어쩌겠어요. 그녀가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데. 잔인한 여자……
나를 기억한다 해놓고………….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라면 모든지 해줄겁니다.
이게 그녀를 사랑하는 내 사랑의 방식이니까요.
저를 말리는 장모님과 장인어른을 힘들게 설득해서 오늘 법원에 우리의 이혼서류를 접수했습니다.
왜냐하면……왜냐하면……
"…………흑! 김서방. 내가 김서방 볼 면목이 없어……우리……우리 희주가 결혼을 한다네.
누군지도 모르는 놈하고 결혼을 하겠데. 아이고 ! 김서방! 김서방 이걸 어쩌면 좋아. 응?"
혹시나 희주가 결혼했다는 걸 알고 쇼크먹어 더 큰 무리가 오기전에 전 원치 않는 이혼을 해야했습니다.
나의 아내, 내 여자 유희주.
법적으로 더는 네가 나의 여자가 아니지만 그래도 넌 영원한 나의 아내다.
니가 사랑하지 않아도 내가 너를 사랑하면 되니까. 그러니까 너는 미안해 하지 않아도 돼.
너의 어떤 모습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나니까.
우리 희주.
우리 희주가 전생에 무슨 죄를 그토록 지었답니까? 왜요? 왜 이리 우리에게만 가혹하신 겁니까!! 왜요!!!
긴 수술을 끝내고 잠시 쉬고 있던 제게 같은 동기인 친구 녀석이 제게 급하게 와보라더군요.
쉬고싶었지만 잠시라도 모든 걸 잊고 쉬고 싶었지만 워낙에 재촉하기에 저는 어쩔 수 없이 끌려가다시피해서
한 병실에 들어섰습니다.
왜죠?
왜 희주가 나의 아내가 저기에 저렇게 하얀 얼굴로 고운 얼굴을 하고 누워있는 걸까요?
전 막 문을 열고 들어서는 그녀의 어머니이자 나의 하나 밖에 없는 장모님을 바라봤습니다.
그곳에 있는 제 모습에 적잖게 당황했는지 어머님의 손에 들려있던 컵이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자……자네가……"
"……어머님. 희주……우리 희주 왜 저기에 있는겁니까? 예? 우리희주 결혼한다고 좋아했잖아요!!!!"
"신장이 좋지않다네. 벌인게지. 어쩌자고 김서방을 잊고 결혼을 한다고……"
전 돌아서 그 곳을 나와버렸습니다.
옥상에 올라가 시원한 바람을 맞자 그제서야 답답한 가슴이 뚫리는 것 같고 그제서야 눈물이 흐르더군요.
"하아……희주야. 유희주. 널 사랑하는게 왜이렇게 힘이 든거냐? 응? 희주야 , 말 좀 해봐.
하느님. 당신 왜이리 가혹하십니까? 내가 그래서 희주 놔줬지 않습니까? 그럼 잘 살게 둬야지!!!!
왜……왜 또 이렇게 사람 피를 말리십니까? 왜요!!!!!제발……제발 우리를 좀 그대로 두란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지워가는 모습 보는 것도 버거운데……왜 또 이런 벌을 주십니까, 왜요!!!!!!!!!!!!!!!!!!!!!!!!!!!!"
주저앉아 목놓아 울어도 희주는 기억을 되찾지도 저를 다시 사랑하지 않을테죠?
"하느님. 나는요. 세상에 태어나 한 번도 크게 욕심 부려본 적이 없었습니다.
제가 살면서 진정 원한거라곤 우리 희주. 희주 밖에 없었습니다.
그게 그토록 큰 욕심이었나요? 예?? 저 그래서 우리 희주 놔줬습니다.
그러면 한번쯤은 져주셔도 되지 않는겁니까!! 왜 자꾸 저한테만 이런 벌을 주시는건데요……"
몇 일 후 저는 희주의 병실을 찾았습니다.
희주의 얼굴과 손을 닦고 계시던 장모님께서 일어나 저를 반기시더군요.
"아이고, 김서방 왔는가?"
"예. 많이 힘드셨죠?"
"힘들긴…다 내가 죄를 지어 받는것인데 뭘."
"……좋은 소식 알려드리려구요."
환하게 웃는 제 모습에 무언의 희망을 보셨는지 장모님께서는 제 두 손을 꽉 잡으셨습니다.
"신장을 이식해주겠다는 분이 생겨서요. 마침 장기기증하신 분이 고맙게도 신장을 이식해주시겠데요."
"허! 아이고~!정말……정말인겐가? 정말……우리 희주에게 신장을 주겠데?"
"예, 어머님. 그러니까 희주 컨디션 좋게 관리 좀 잘해주세요. 내일 모레쯤 수술 들어갈테니까요."
"암~ 그래야지. 그러구말구!"
"그럼 전 진료가 있어서 그만 가볼게요."
가볍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순간 울먹이시는 장모님의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고맙네, 김서방……."
이틀 후 저는 수술대 위에서 제 옆에 누워있는 희주, 나의 아내의 손을 잡았습니다.
이 수술이 끝나면 꼭 좋은 일들이 그녀에게 생기길…….
오늘 우리의 수술을 집도하신 분은 이 병원의 원장인 아버지.
안쓰러운 표정으로 저를 내려다 보시는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앞이 뿌옇게 변하면서 제 눈은 서서히 감깁니다.
이 한마디만 하고 내가 잠들었다 깨어나면 모든게 정상으로 돌아오겠죠……?
"아버지. 우리 희주 부탁드립니다……"
………………
…………………………
"김선생님! 여기 차트 한 번 확인해주시겠어요?"
삼주 후.
수술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수술이 잘됐다고해서 기억을 잃어가는 희주의 병은 막을 수 없을테지만요.
간호사가 건넨 차트를 보고 있는 제 뒤로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리더군요.
"이것아, 앞으로 네 건강 좀 잘 챙기고!"
"치~ 내가 어린앤가? 알겠어요. 주호씨, 나 퇴원한 기념으로 회 먹고싶어요~"
걱정 가득한 장모님과 웃음 가득한 희주의 목소리.
그리고 희주의 옆에 선 한 남자…….
한달 후 그들은 결혼식을 올립니다. 내 아내가 말이죠.
아아……더는 내 아내가 아닌가요……?
멈칫 펜을 멈춘 제 손을 바라보던 간호사가 묻습니다.
'괜찮으세요……?'라고 말입니다.
물론. 물론 괜찮습니다. 희주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으니까요.
"물론……괜찮지 않아요."
"……김선생님……"
"아,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요. 나 괜히 불쌍해진 놈 되잖아? 자~ 일들 안해요? 일 해야죠, 일!"
전 그 어느때보다도 활짝 웃으며 회진을 돌기위해 걸음을 돌립니다.
누군가 제게 괜찮냐 물어보면 전 이렇게 말할 겁니다. 괜찮다고. 우리 희주가 다시 건강해져서 행복하다고요.
누군가 제게 가슴이 괜찮냐 물어보면 전 이렇게 말할 겁니다.
"이게 제가 그녀를 사랑하는 사랑의 방식인걸요……."
나의 여자, 나의 희주, 나의 아내.
그녀는 내 가슴속에서는 언제나 하나뿐인 나만의 아내입니다.
- THE END -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긴 글을 읽어주시느라 많이들 수고하셨습니다. ^^
앞으로 종종 좋은 소재를 가지고 여러분을 찾아 뵙도록 할게요.
오랜만에 글을 써서 제대로 썼는지 모르겠지만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
첫댓글 우앙~ㅠㅠ 남주 진짜 불쌍해요ㅜㅜ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
흐앙..번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구요, 나의 남편으로 곧 찾아뵙겠습니다. ^^
흐흐흑 넘 감동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어떻게ㅠㅠㅠㅠ 남주너무불쌍하다ㅠㅠㅠ 여주번외편써주시면 안되요???ㅠㅠ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구요, 곧 나의 남편으로 찾아뵙겠습니다. ^^
흐앙...어째서 남주는 잊는데 새로 결혼할 남자는 잊지 않는거죠?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슬퍼요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감명 깊게 잘 읽었어요! 소설 정말 잘 쓰시네요. 문체도 잔잔하니 너무 좋구요. BGM도 어쩜 이렇게 슬픈 걸로 잘 까셨는지.. 감정이입 조금만 더 했으면 울 뻔 했어요. 여지껏 제가 읽은 단편 중에서 제일 좋았어요! 나의 남편. 제목부터가 끌리네요. 번외 꼭 해주세요!!!! 아 다시 읽어봐도 감동이에요. 좋은 대사가 너무 많아요. "니가 사랑하지 않아도 내가 너를 사랑하면 되니까. 그러니까 너는 미안해 하지 않아도 돼." 전 이 대사가 가슴에 깊이 새겨졌어요. 나의 아내를 보고 배우는 점이 많네요. 감사합니다.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시고 후한 평을 내려주셔서 그저 감사할따름입니다. 미숙한 부분들을 다듬에 더욱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는 작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
감동감동~!! 으아, 슬프지만 이쁜사랑이에요...ㅠ 번외편도 보구싶구요!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아ㅏ너무슬프다ㅠㅠㅠ불쌍해요!ㅠㅠㅠ
제 글을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
ㅠㅠ 너무 슬퍼요ㅠㅠ 근데 짧은데도 되게 감동적이구ㅠㅠ 글정말 잘쓰시네용!!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
와..너무 멋있는 글이었어요... . .. ..
앞으로두 많은 관심부탁드리겠구요,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
남주 너무 매력적이예요!! 너무 안타까워요ㅠㅠ 번외있나요?!
예! 나의 남편으로 곧 찾아뵙겠습니다. ^^
우와..정말최고에요T-T어떻게그런짧은단편에많은내용을담으실수있는지,감동이에요!
후한평 정말 감사드리구요, 앞으로도 노력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
엉엉 눈물나요 ㅠㅠ,,,,,,,,,,
곧 나의 남편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
진짜 너무 최고예요. 단편인데 어떻게 아ㅠ_ㅠ진짜..진짜 이거 새드소설인가요 눈물이 그렁거렸어요 진짜. 너무 최고예요!!!!!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구요, 새드인지는 나의 남편을 보시면 알 수 있으실꺼에요~ ^^
아완전눈물범벅 ㅜ_ㅜ안그래도눈물만은데저는완전보면서 펑펑소리내울엇어요 흐엉 번외편써주세요~ㅜㅜ흐엉엉
번외편은 나의 남편으로 올렸구요,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
아놔 눈물찜끔 ㅜㅜㅜ 번외 기다릴게요 ㅠㅠㅠㅠ
제 글을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