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영어선생님.
오늘 또 교련수업이 있는 날이다. 학생들은 얼룩 무늬 교련복을 입고 좌로돌아 우로돌아 길게찔러등 집총훈련 16개동작 연습에 정신이 없다. 한편 같은 학년 여학생반 아이들도 운동장 어귀에서 응급처치 구조요령을 배우는 중이다. 이때 사범대학을 마치고 첫부임 발령받아 이 학교에 온 허영만 영어 선생님이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
며 학생들 교련 수업 광경을 지켜본다. 그러자 집총훈련 중이던 태석이가 불만 섞인 목소로 "야! 영어 허벌레다" "또 보고 있네" 하고 말한다. 그러자 옆에 있던 교련 시간이 지겹다는 창열이가 "저 선생님은 교련 연습하는 것 처음 보나 왜 자꾸만 쳐다 보지" 하면서 못마땅해 한다. 학생들 눈으론 허 선생님의 저같은 행동이 썩 마음에 들
지 않는 눈치다. 하지만 허선생님은 대학을 졸업하고 아직 군역 미필 상태인 총각 선생 신분이다. 처음 만났을때 부터 훤칠한 키에 언제나 검정 뿔태안경을 끼고 다녔다. 게다가 하얀얼굴에 목소리 까지도 은은하고 세련돼 감수성 예민한 여학생들 사이에선 존경과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교련 시간이 끝나고 다음 수업시간 전에 교무실을 다
녀온 급장 희석이가 얼굴이 벌겋게 상기돼 교실로 들어 서면서 심각한 어조로 말문을 연다. "야들아 아무래도 옆반 여학생들이 새로온 허벌레 선생님을 굉장히 좋아들 하는 분위기 같아" "모두들 영어 선생님 이야기만 나누고 그러더라" 그러자 반 학생들 대부분은 이제 문제 생겼다며 서로들 주고 받는 말이 소란스럽다. 시골 읍내에 위치
한 조그만 고등학교 여학생들 분위기는 머리를 두갈래로 예쁘게 땋고 잘 씻은 운동화에 검정색깔 책가방을 들고 다녔다. 상기된 얼굴 만큼 발랄한 모습 그대로 청순 가련한 순박함이 돋보인다. 이 학교에 첫 발령받아 학생들을 지도하는 입장인 영어담당 허영만 선생으로 보면 서툴고 생소한 분위기 자체가 설레임과 기쁨으로 이어졌다.
매일 잘 다려진 교복 차림으로 등교하다가 교련 시간이 든 날은 얼룩무늬 교련복에 구급낭까지 지참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컸으나 아름답고 건강한 예쁜 여학생들 모습을 바로 여기서 발견할 수 있었다. 자연히 총각 선생이 교련시간에 관심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일런지도 모른다. 이날도 창밖 여학생들 교련하는 모습을 내다보면서 자주 하는
습관으로 입을 크게 벌리고 어금니를 딱딱 마주치는 행동을 무의식 간에 하고 있다가 때마침 남반 학생들이 이 모습을 보고 지은 별명이 허벌레다. 남학생들은 내심 영어선생이 처음 학교로 왔을 때부터 보이지 않는 견제 심리가 발생됐다. 여학생반 수업은 재미있게 진행 한다고 들었는데, 남학생반 수업 분위기는 재미도 없을 뿐더러 가끔
씩 날짜와 같은 번호 학생을 지명해 질문을 퍼부으니 남반 학생들은 숨죽이고 있을 뿐 이다. 날이 갈 수록 영어 시간이 싫어지는 남반과는 대조로 여학생반은 정 반대다. 허 영어 선생과 하는 수업 시간은 마침종 소리가 아쉬울 만큼 즐거운 정도다. 계속 되는 이같은 분위기가 1년후 어느날 나타난 소문 하나로 일단락 됐다. 영어 선생님과 여
학생 길현이란 아이가 결혼할 사이라고 하는 소문 때문이다. 결국 영어 선생님은 다른 학교로 전근 나갔으며 우린 더이상 허벌레란 별명을 부를 수 없게 됐다. 우리가 졸업할 즈음 허 영어선생님은 그 학생과 결혼식 날을 잡았다는 소문을 들었다. 벌써 오래전 학창시절 이야기다. 이젠 사제지간 으로 또는 부부지간으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 허벌레 영어 선생님 모습이 해마다 5월 스승의 날 무렵 되살아 나곤한다. <혜견>
첫댓글 여학생들의 눈밖에 나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인기가 좋아도 탈이지요 ㅎ. 그 '길현'이라는 여학생, 혹시 혜견님을 마음에 둔 분 아니셨나요? 그래서 님께서 月我高, 月我高 하셨을테고. 근데 생각해 보니 月我高 표현 보다는 月裸高가 어떠신지요? 맛깔스레 써내려 가신 추억의 글 잘 보았습니다.여여하시구요~
끝까지 읽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당시 길현 학생은 상당한 미모를 갖추고 있었지요. 선생님도 사랑앞에서 달리 어쩔 방도가 없었나 봅니다. 그럼 또 뵙겠습니다.
아유~ 어쩌면 저 고교 시절의 이야기와도 똑 같은지요~~너무 같아서 숨 죽이며 즐감 하다가 호호호호 웃고 갑니다. 저는 결혼에 골인은 안했지만 지금도 대구에 계시는 그 선생님과 자주 소식 주고 받습니다~~고운글 즐감하면서 학창시절을 되돌아 보고 갑니다, 늘 행복 하시고 고운 5월 되십시요~~
권선생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학창시절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계신다니 모두가 그리움 아니겠습니까? 자주 찾아 주시면 큰 힘이 될 듯 합니다.
여고시절은 순박한 사랑이 용소움치는 아름다운의 극치아닌가요 검은머리 두갈래땋고 까만치마 하얀셔츠 보기만하여도 가슴설레이는 추억입니다.고운방에 쉬었다 가며 감사드립니다 좋은날 되세요.
이른 새벽 방문에 감사 드립니다. 오늘 하루도 멋진 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