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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am-친구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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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결혼 안 하냐?"
오랜만에 만나서 하는 소리가 결국 그거냐.
이가 바드득 갈린다.
녀석은 술발이 좀 받는지 술잔을 한번에 들이킨다.
"그러는 너는?"
"활동좀 더 하다가 해야지. 아직 서른 밖에 안 됐는데."
또다시 붓고 붓고 하기를 몇십번.
오늘 뭐 스트레스 받는 일 있었나 보다.
말도 별로 안하고 계속 술만 딥따리 마신다.
결국 귀가 빨개지도록 마시는 녀석.
"팬이 보면 어쩔라 그래? 그만 마셔."
"됐어. 마실거야. 아줌마 여기 한 병만 더 주세요!"
딱 보기엔 곧 있으면 푹 엎어질 것 같은데, 말리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내버려 두기도 뭐하고.
참 난감한 상황이다.
이렇게 취하면 집에는 어떻게 데려다 주라고?
정말 막무가내다. 녀석..
"너 뮤지컬 보러 왔어 안왔어?"
"응?"
뜬금없이 물어보는 녀석이다.
머리는 비스듬이 기울여져서는 약간 삐딱한 자세로 날 쳐다보는게..
뭔가 굉장히 아니꼽다는 표정이다.
"왔냐구."
"알잖아. 나 요즘 회사에서 자꾸 야근 시켜서.."
"그러니까 왔냐고."
왜 이래? 갑자기 무섭게..
자기가 계속 물어보고서는 갑자기 픽 웃어 버린다.
제대로 취했다.
"가자. 내가 택시 잡아 줄게."
녀석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먼저 부르길래 녀석이 쏘는 줄 알았건만, 내가 다 내게 생겼다.
어차피 몇달만에 보는 얼굴인데 그냥 한 턱 쏘는 셈 하지 뭐.
같이 마신 것만 해도 네 병. 정말 미쳤다.
"아줌마. 얼마에요?"
계산하고 걸어나오는데..
녀석이 갑자기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날 빤히 보더니,
어찌할 줄 모르며 쑥스러운 듯 웃는 것이다.
어떻게 넌 서른이나 먹어도 이렇게 귀엽니..
"너 오늘 좀 이쁘다."
기분이 좋은지 평소에 하지도 않는 칭찬을 한다.
알아 임마.. 등을 퍽 쳐주고는 비틀거리는 녀석을 부축했다.
남자 치고는 나와 키가 별로 차이가 안 나는 덕분에 부축하기도 편하다.
170cm라고 했었나.
항상 예능에서 키 작은 것을 자랑이라는 듯 말하던 녀석이 생각난다.
항상 자신감에 넘치고 당당한 건 중학교 때부터 여전했다.
"남자친구는 생겼어?"
너무 늦어서 그런가, 여기가 살짝 외진 곳이라서 그런가..
택시는 오지 않고 녀석과 나는 계속 말만 주고받고 있다.
"아니. 이제 남친 생길 나이도 지났지. 선이나 봐야지.. 그런데 너 왜 아픈데 자꾸 건드냐?"
큭큭 또 혼자 웃는다.
얘가 정말 오늘 무슨 생각으로 나 불러낸건지 모르겠다.
"너 그 모델 여자친구하고는 아직도 사겨?"
대답 대신 손을 번쩍 들고는 손가락 여덟 개를 내민다.
"응?"
"8개월.."
이해가 안된 다는 듯이 쳐다보자 녀석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8개월 전에 깨졌어."
"뭐? 그렇게 오래 전에?"
"그것도 모르고 있었냐.."
자주 연락하지 않으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하긴 전에 팬카페에 잠깐 가입했던 적이 있었는데
녀석이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방송에 공개하고 나서 팬들이 게시판에 난리를 친 걸 본 적이 있었다.
사진 봤는데 엄청 이쁘긴 이뻤다. 날씬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택시가 오길래 나는 재빨리 손을 흔들었다.
"내일 아침에 속 안좋으면 연락해. 해장국 사가지고 갈게."
미끄러지듯 달려와 우리 앞에 멈춰서는 택시.
녀석은 내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계속 고개만 끄덕이다가
내가 열어주는 문 안으로 쏘옥 들어갔다.
참... 술 취해서 저렇게 이쁜 사람은 저 녀석 밖에 없다.
뭐가 아쉬운지 창문을 내리더니 고개를 내미는 녀석.
"들어가."
"응. 너도 잘 들어가."
"야."
"왜?"
기사 아저씨가 계속 얘기하는 우리가 답답한듯 뒤를 돌아 쳐다본다.
뭔가 말하려는 듯 계속 질질 끄는 녀석이 나도 답답하기만 하고..
"평소에 연락 좀 해.."
"그래. 아저씨! 출발하셔도 돼요."
택시가 사라질 때까지 계속 지켜봤다.
오늘은 이상하게도 정신이 참 멀쩡하네.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그렇게도 마신 것 같은데..
그런데 내가 그렇게 연락을 안 했었나?
녀석이 한 말이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지 모르겠다.
요즘 외로운가 보다. 그런 말도 하고..
***
역시나 금방 전화가 왔다.
속이 안 좋다고, 메스껍다고 투정을 하는 녀석..
나 말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그러나?
자식 내가 아줌마 같아서 그런 거 아니야?
해장국을 사갖고 가는 지금 계속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도 아직은 결혼 안한 아가씨인데..
"왔냐?"
부시시한 머리를 한 채 현관문을 열어주는 녀석.
내 손에 들린 검정 비닐봉지를 재빨리 낚아챈다.
"넌 뭐 먹었어?"
"그제 해서 남은 콩나물국 데펴 먹었지."
"어떻게 혼자 그렇게 밥도 잘 해 먹냐."
"안해 먹는 너가 더 이상해."
숟가락을 들고 정신없이 해장국을 먹는다.
보는 사람 민망할 정도로.
"오늘 스케쥴 없어?"
"이따가 연애 프로 하나."
"얼굴 부어서 어떻게 해?"
"몰라.."
말은 저렇게 무심하게 해 놓고선 항상 열심히인 녀석을 알고 있다.
가고 나면 붓기 빼려고 마사지, 반신욕, 등등 할 것이다.
이렇게 방송에 관심 없는 것 같아 보여도 다른 연예인들보다 대본을 몇번씩 더 읽고 간다.
녹화 30분전에 와서 당당하게 못읽고 왔으니 대본 달라 하는 연예인들과는 다르게..
"여자 연예인들 누구 나와?"
"강보라, 민소영, 은지현, 소이진..등등."
"실제로 보면 누가 제일 이뻐?"
역시 나도 궁금한 건 별수 없다.
궁금하지 않은 척 해도 친구가 연예인인데 물어볼 수도 있는 거지 뭐..
식탁 맞은편에 앉은 녀석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물었다.
"글쎄.."
"민소영이 몸매 좋지? 소이진이 낫나?"
"너보단 좋지."
"야. 너 그만 먹어. 사서 여기까지 온게 누군데.."
"큭.... 알겠어."
"아 진짜 말해 봐. 누가 제일 이쁜데?"
자꾸 캐묻듯이 묻자 녀석은 살짝 신경질을 낸다.
그냥 의견을 물어보자는 건데 별일이다.
"알아서 뭐하게.."
"궁금하잖아!"
"그래 민소영이 제일 이뻐. 됐냐."
"하긴 누가 그랬는데, 실물이 쥑인데. 누가 그랬더라. 다해가 그랬나.."
혼자 떠들고 있는 사이 다 먹어 치웠는지
그릇을 들어 싱크대에 넣어 버리는 녀석.
"다 먹었어?"
"어."
"그럼 나 가봐야 겠다."
식탁 한편에 놓아둔 핸드백을 들고 일어서려는데 갑자기 내 핸드백을 잡는다.
"오늘 할일 없지?"
마치 당연한 듯이 물어본다.
참 문득 느끼는 거지만 가까이서 보니 피부가 참 뽀송뽀송하다.
피부과도 잘 다니는 것 같지 않던데. 관리를 자기가 따로 하나?
그럴 리가 없는데..
나이가 나이인 만큼 부러워지는게 참 따로 없다.
남자에게 질투를 느낄 정도니..
"내가 할일도 없는 줄 아니? 나 오늘 약속 있어."
"누구랑?"
"대학 친구들 몇명."
"남자? 여자?"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겠지. 그런데 왜?"
"궁금해서 그런다."
뾰로퉁한 듯 입술을 삐죽 내미는 녀석.
진짜 어이 없어. 언제부터 자기가 상관했다고...
"나도 가면 안돼?"
"뭐?"
"녹화 6시부터니까. 그 전이면.."
"너가?"
자꾸 가겠다고 조르니 어쩔 수 없이 승낙을 해 버렸다.
내 대학 친구들 한명도 모를텐데 무슨 생각으로 가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요즘 굉장히 심심한가 보다.
금방 씻고 나오겠다는 말에 나는 거실 쇼파에 누워서 텔레비전을 시청했다.
몸이 나른해지는게 참 기분이 좋다.
일어난지 몇시간도 안 됐는데 금방 잠이 온다.
무거워진 눈꺼풀이 어느새 스르르 감기고..
"야."
..응?
눈을 떠 보니 얼굴을 찡그린 채 날 보고 있는 녀석이 보인다.
어느새 한껏 차려입은 채 나갈 준비가 다 되어 있다.
항상 빠지지 않는 은색 귀걸이부터..
보라색 빛이 나는 선글라스, 작은 물방울 무늬의 스카프, 검은색 톤의 세미 정장까지..
역시 너도 연예인이긴 연예인이구나.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모습이다. 그래서 그런지 약간 거리감이 느껴진다.
"피곤해?"
몸을 계속 못 일으키고 있자 녀석이 안쓰러운 듯이 물어본다.
자상한 척 하긴..
계속 감기는 눈을 어떻게든 뜨고는 화장실로 가 세수를 벅벅 했다.
"화장 지워졌지?"
문 옆에서 서 있는 녀석의 얼굴이 거울에 비쳐 보였다.
"어차피 베이스만 대충 하고 온거라서, 다시 해야 됐었어."
수건으로 얼굴을 문지르고 핸드백에 있는 화장품을 꺼내 다시 거울 앞으로 갔다.
"그런데 너 계속 거기 서 있으려고?"
"할일도 없고. 심심하니까."
"뭐, 맘대로 해."
"변신하는 모습도 보고 싶고."
"야!"
낄낄 웃어 제끼는 녀석...
어떻게 저렇게 아직도 애 같지?
진짜 결혼할 사람이 궁금하다.
숨 넘어갈 듯 웃다가 지쳤는지 벽에 한손을 짚고 기댄다.
나는 그런 녀석을 째려보다가도 다시 파우더를 바르는 데 집중한다.
"그런데.."
한동안 아무 말이 없다 잠긴 목소리로 말하는 녀석.
"너 그러고 있으니까 뭔가 이상하다."
"뭐가?"
"그냥.. 웬지.."
***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녀석과 함께 들어서니 다들 표정이 장난 아니다.
여자 친구들 남자 친구들 다들 당황한 것 같았다.
녀석 혼자 뭐가 그렇게 당당한지 선글라스를 빼 들고선 자리에 앉는다.
"지연이랑 많이 친하시다고는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맞은편에 앉은 정아가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본다.
친구들 오랜만에 만나자고 부른 건데, 녀석이 와서 분위기가 이상하다.
스타와 팬이 만나는 자리도 아닌데..
친구들에게 약간 미안한 느낌도 든다.
"그래요? 아. 예.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에요."
"와. 그러면 16년 친구네요?"
"그렇네요.."
날 보며 씨익 웃는다. 기분이 참 묘해지네..
"저 싸인 한 장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정아의 말에 민지, 희수, 그리고 남자 친구들인 성훈, 현우까지도 싸인을 부탁한다.
녀석은 여유로움을 잃지 않은 채 정아가 준 펜으로 싸인을 계속 했다.
"호호 센스 있으시다."
종이를 힐끔 훔쳐보니, 싸인과 함께 '진짜 이쁘신데요??' 라고 적혀 있다.
친구들 저렇게 웃는거 참 오랜만에 들어 본다.
녀석이 이렇게 인기가 많았었나 싶다.
"가수 활동은 언제 하세요?"
"멤버들 제대 하면요. 그때까지는 혼자 활동 해야죠."
"아참. 저번에 뮤지컬 보러 갔었는데, 노래 너무 잘하시더라구요."
"그래요?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보는 점잖은 모습.
"그 후로 완전 팬 됐어요. 친구들한테도 홍보 하고.."
"아. 감사합니다."
"정말 멋있으셨어요."
내심 뮤지컬 못 간게 찔린다.
내 마음을 어느새 읽었는지 내게 눈짓하는 녀석이다.
거봐. 다 봤는데 넌 뭐냐? 하는 듯이..
그런데 너 도대체 여기까지 온 이유가 뭐니?
나보다 더 많이 얘기를 하면서,
오랜 친구들을 만난 것인마냥 깔깔 웃어 대면서..
쉽게 쉽게 농담도 던져 가면서..
금새 분위기에 적응해 나가는 너가 신기하기만 해서..
***
사람들은 모두다
제 갈길 가고있지만
나는야 그녀모습 놓칠세라
멍청히 쫓아갔었다네
스커트 사이로 흐르는 다리며
노란 리본으로 묶어놓은 긴 머리
상큼한 미소와 입맞추고 싶은듯
그려있는 장미 빛깔 그 입술♪
기분이 좋은지 운전하면서도 계속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흥얼거린다.
앞은 제대로 보고 가는 건지 모르겠다.
"녹화 언제 끝나?"
"길면 12시에 끝날 수도 있고. 빠르면 10시쯤."
"정말 고생이다. 그렇게 늦은 시각까지. 아, 저기 지하철 역에 세워줘."
내려 인사를 하려고 허리를 숙이는데
뜬금없이 녀석이 묻는다.
"주말에 뭐하냐?"
너..... 설마..
아니겠지.
알아온 것만 해도 몇 년인데, 설마 그러겠어.
이상한 생각에 사로잡혀 지하철 역에서 어떻게 집으로 왔는지도 모르겠다.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텔레비전을 켜니, 아니나 다를까 장난치고 온갖 재롱을 떨고 있는 녀석의 모습이 보인다.
오버하기도 하고.. 짖궂게 여자 출연자들한테 장난이나 걸고..
자기가 개발해냈다면서 이상한 춤이나 추고..
보기 민망한 모습들도 보이고, 쓸데없이 나서기도 하고..
곧 있으면 팬카페에 귀엽다.. 재밌다.. 보니까 설레인다.. 라는 식의 글이 수십개씩 올라오겠지.
웃는 모습 캡쳐해 놓은 사진들도 올릴 테고 편집 영상들도 올라오겠지.
..나 설마 질투하나?
오늘따라 16년 친구에게 이런 생각이나 하는 내가 우습다.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가 툭 던지는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신경쓰인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자꾸 착각하게 하지 말라고 이 자식아!!
***
[야 전화 안 받을래?]
문자를 보고 한숨만 내쉰다.
내가 도대체 얘를 왜 피하는 거지?
내가 뭘 잘못했다고?
버튼을 누른 손가락엔 힘이 들어가고 곧이어 신호음이 울린다.
[여보세요?]
"어. 문자 했더라?"
[...문자 했더라? 아 몇주동안 핸드폰 켜보지도 않았나 보네.]
뭔가 비꼬는 듯한 말투다.
"그래. 지금 봤어."
녀석은 잠깐 말이 없었다.
설마 내가 거짓말한 거 알아차렸나.
눈치가 빠르긴 하니까..
[뭐하냐?]
"지금 집에 있지."
[내일 시간 돼? 잠깐 보자.]
"나 내일 바빠."
[뭐 하는데?]
"선 봐."
[어?]
"엄마 아는 분 아들이랑. 너 말대로 나 이제 결혼 생각도 좀 해 봐야지!"
녀석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어쩌면 내심 충격 받았기를 원했는지도 모른다.
[30살이면 아직 연애하기도 충분한 나이인데. 선은 왜 보냐.]
"너 내 이름은 김삼순 안 봤어? 30이면 힘들어."
[보지 마.]
"........."
[선 말이야. 보지 말라구. 야 나 녹화 들어가니까 끊는다.]
너 정말... 밉다.
***
오랜만에 꾸몄더니 나도 여자 같다.
대학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은 느낌이다.
좋아하는 남자 선배에게 잘 보이려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두시간동안 머리, 메이크업, 등등을 하고..
옷은 뭐 입을까 고민하면서 계속 옷장 뒤지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낯설지만 좋다.
회사 다니면서 입은 빡빡한 정장이 아니고..
집에서 입는 츄리닝 차림도 아니니까.
집을 나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리는데..
경비실 앞에 서 있는 익숙한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였다.
병아리 색깔의 노란색 후드티...
회색 츄리닝 바지..
하얀색 운동화..
붕뜬 머리를 감추려 깊게 눌러쓴 모자..
아니.. 익숙하다 못해 이제는 뒷통수만 보아도 누군지 알수 있었다.
"너가 왜 여기 있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일어나자마자 급히 온것 같은데 썬글라스까지 쓰고 있었다.
밖에서 들어오는 햇살에 비쳐 녀석의 썬글라스가 보랏빛으로 반짝거렸다.
"말하면 너 안 갈래?"
눈이 보이지 않아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수가 없었다.
녀석의 말에 굳어버린 나는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거야... 니가 무슨 말을 하느냐에 따라서 다르지.."
곧이어 성큼 성큼 내 앞으로 걸어오는 녀석이었다.
항상 걸려있던 장난스러운 미소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었다.
"왜.. 왜이래.."
"친구했을 때 부터. 데뷔하고 나서도. 넌 날 항상 이상하게 멀게 보더라."
"그건.."
"너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도, 그렇지 않게 행동했어도.. 나는 항상 그렇게 느꼈어.
그리고 내가 아무리 힌트를 줘도 무시하는 건지 아니면 둔한 건지.. 나는 정말 모르겠더라."
"......"
"말이 16년이지.. 우리 만난 적이 얼마나 되냐? 그리고 우리가 연락한 횟수 중에..
너가 연락한 적은 몇번이나 되냐? 그건 느끼고 있었어?"
"......"
"다가가면 도망치기 바쁘고. 이제 좀 가까워질수 있겠다 생각하면 자꾸 선을 긋고.
그래서 할수없이 여자친구 만들면 잘됐다는 듯이 연락 끊고.."
가까이 다가온 녀석의 선글라스 뒤로 피곤해서 깊게 쌍꺼풀진 눈이 보였다.
눈동자 안으로 비치는 나..
나를 또렷히 보고 있는 녀석...
"부를 때면 나타나서 사람 마음 뒤흔들어 놓고 가고.."
내가 그랬니?
난 그러지 않았어..
녀석의 낯설은 말투에 온 몸에 땀이 나는 것 같았다.
뒷걸음치다 모잘라 엘리베이터 옆의 차가운 벽에 부딫쳤다.
"말해봐. 왜 그랬는지.."
넌....
"사람들이 항상 널 둘러싸고 있었잖아. 학교 다닐 적에도.. 연예인 되고 나서도..
넌 항상 만인의 연인이었잖아.."
내 말에 녀석은 발걸음을 멈췄다.
"그거야?"
"응?"
"그게 다냐고."
"으..응."
그리고 선그라스를 벗어 들더니 피곤함에 짙게 쌍꺼풀진 눈으로 베시시 웃는 것이었다.
아까의 그 차가운 시선과 말투는 어디 간지도 모르게..
"너 바보냐?"
"뭐?"
"만인의 연인은 누구랑 사귀지도 못해?"
녀석은 다시 장난끼 어린 모습으로 돌아왔다.
나도 모르게 긴장이 다 풀려 버렸다.
아무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나를 세게 껴안아 버리는 녀석..
"너 선 보고 그 남자랑 결혼한다고 할까봐... 돌아버리는 줄 알았어."
상대방은 심각해 죽겠는데 나사가 하나 빠진 사람 마냥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이제야... 이제야 모든 게 다 풀려 버렸다는 생각에.
-the end-
첫댓글 번외편 부탁해요!아 그리고 뱀파이어의여자도 잘 봤어요 ㅎㅎ
헤헤. 남자 완전 멋있다>< ㅎㅎㅎ
맞아요 잘 보고가요 *^^* 번외 부탁드려도 되요?
꺆 진짜 멋있네요>< ㅎㅎㅎ
번외편~!!! 지와니님의 소설은 언제봐도 재미있어요~^^ 뭔가 아쉬운듯... 번외편 꼭 이요!
아- 재밌어요!! ㅋㅋ 정말 단편 잘쓰시네요ㅠㅠ 아- 저도 이런 능력이 있으면 좋으련만
후~재밌네요..멋져요
넘 재미있네요!!!!!!!!!!지와니님 소설 올라왔나 보러왔는데ㅋㅋㅋㅋ아무튼 짱~
와우......................>< 멋져.ㅋㅋㅋㅋ 번외는 없나요??? 이제 만인의 연인에서 한 여자의 남자로.으흥흥.ㅋㅋㅋ 결혼하고 나서의 번외같은건 없나용?ㅎ
와~ 잼잇게 읽엇어용 ~~~ 정말 잘쓰시네용 ㅎㅎ 앞으론 번외로도 길게길게 써주세요 ~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