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칼럼
AI 저널리즘 시대
서울대총동창신문 제554호(2024.0515)
김희원
인류 89-93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실장
본지 논설위원
한국일보, 생성형 AI 준칙 세워~ 폭넓은 활용·투명한 공개 병행~
지난해 12월부터 넉 달여 공들였던 일이 결실을 맺었다. 한국일보 생성형 AI 활용 준칙 제정이다. “역사에 남을 일”이란 평가를 들었다. 국내 언론사 최초의 생성형 AI 준칙이라는 의미가 물론 크지만 이런 의미도 있다. 바야흐로 우리는 특이점의 시대를 살고 있다. 준칙을 만드는 과정은 다시 말해 미래를 보는 시간이었다. 내부 구성원,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생성형 AI와 인간 기자가 어떻게 협업할 것인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저널리즘 가치와 인간의 창의성에 대해 얼마나 긴장해야 하는지를 상상하고 고민했다. 곧 현재가 될 미래다.
논의가 길었던 쟁점들이 여럿이다. 예를 들면 생성형 AI에게 뉴스 생산 업무 중 어디까지 하도록 허용해야 할까? 글쓰기를 AI에게 맡기면 기자는 뭘 할 거냐는 입장이 있었고, 이미 쓰고 있는데 금지가 가당하냐는 견해가 맞섰다. AI가 뉴스 제작에 참여한 사실을 독자에게 밝힐 때 기준선은 어디여야 할까? ‘AI가 쓴 문장이 한 줄만 포함돼도’인지, ‘AI의 주도적 작업이면’인지, 한 줄이든 50% 든 AI의 기여도 계측이 가능하기는 한 건지, 주장과 회의가 섞였다. 토론하다보면 질문은 깊어진다. 생성형 AI에게 맡길 수 없는 독창적 기사란 무엇일까. AI가 점점 더 많은 일을 하게 될 때 좋은 기자를 키우는 건 가능할까. 저널리즘 가치 실종은 AI를 쓰기 때문인가 인간 기자가 역할을 못하기 때문인가 등등. 생성형 AI에 대한 반응을 보며 절감한 점은 또 있다. 주변엔 이미 생성형 AI를 잘 활용하고 있는 사람부터 그 개념과 여파를 감도 잡지 못하는 사람이 혼재돼 있다는 사실이다. 기술 적응 속도가 사람마다 천차만별인 건 자연스러운데 그들의 미래는 분명 다를 것이다. 리더에 따라 조직의 생사도 갈릴 것이다.
지난 1년여간 생성형 AI의 놀라운 발전 속도는 AI 저널리즘이 본격화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그래도 여전히 저널리즘의 핵심 가치인 사실 보도는 인간의 영역이다. 한국일보의 생성형 AI 활용 준칙은 AI의 허용 범위는 폭넓게 인정한 대신 AI의 기여를 투명하게 밝히도록 했고, 어떤 기술을 사용한 뉴스라도 저널리즘 원칙을 준수할 것을 제1원칙으로 삼았다. 기술의 도입은 막을 수 없지만 결국 저널리즘 원칙을 지키는 건 인간이 하는 일이라는 의미다. 어쩌면 저널리즘이 아예 새롭게 재구성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래 저널리즘의 형식과 가치를 결정하는 건 AI의 능력이 아닐 것이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