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말부흥마을
경향신문 기사 입력일 : 2007.10.23.
〈안산|경태영기자
경기 안산시 단원구 대부남동 말부흥마을. 서해 대부도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말부흥마을은 섬이지만 자동차로 갈 수 있다. 1994년 대부도와 시화공단을 잇는 12.7㎞의 시화방조제가 건설되면서부터다. 방조제 건설로 육지가 된 대부도에는 최근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지만 이곳 마을만은 걱정이 많다.
말부흥마을은 방조제 건설 이후 황금어장이 황폐화되면서 많은 어민들이 고향을 떠났다. 한때 120여명에 이르던 어촌계원은 급격히 줄어 현재는 60여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남아있는 주민은 대부분 50~60대다.
조선시대 때 말을 길러 육지로 보내 ‘말봉’ 또는 ‘말부흥’으로 불렸던 말부흥마을은 마을 앞 선착장 인근에 50ha 등 300ha의 어장이 있다. 그러나 어장이 황폐화되면서 생계수단마저 반농반어촌으로 바뀌었다. 일부는 자기 땅에 포도 농사 등을 짓지만 대부분의 어촌계원들은 남의 땅을 일궈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말부흥어촌계는 98년까지만 해도 대부도 어촌계 중에서 가장 잘 사는 마을이었다. 당시는 바지락만해도 연간 300t 이상이 채취돼 1억5000여만원의 마을소득을 올렸지만 방조제 건설 이후 상황은 변했다. 바다 퇴적물들이 어장에 쌓이면서 황금어장은 시름시름 앓다가 죽은 바다가 됐고, 바다에 널려 있던 바지락, 굴 등 어패류는 폐사했다.
유종식 어촌계장(66)은 “옛날에는 바다일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했으나 이제는 어장이 죽어 어민들이 하나둘 고향을 버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탄식했다.
그동안 어촌계원들은 바다를 살리기 위해 돌과 모래·바지락 종패 등을 수없이 살포했지만 한번 죽은 어장은 되살아나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어촌계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3000만원을 들여 배 6척 분량의 모래와 바지락 종패를 어장에 살포하는 등 안간힘을 썼으나 결과는 허사였다.
이 때문에 어촌계원들은 생존권 차원에서 현재 대부도에서 탄도를 잇는 ‘대선방조제’ 밑으로 물길을 터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경기도·안산시 등에 여러번 민원을 내고 대책을 호소했지만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다. 유계장은 “죽은 뻘을 살리기 위해서는 물이 흘러서 퇴적물이 쌓이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대선방조제만이라도 물길을 터 주면 우리 어촌계는 물론 대부도 어촌계원들이 어떻게든 죽은 뻘을 되살려 보겠다”고 말했다. 말부흥마을 주민들의 희망은 또 하나 있다. 마을 앞 해변에 해수욕장을 꾸미는 것이다.
유계장은 “갯벌이 살아 있어야 다른 어촌마을처럼 갯벌체험이나 먹거리·즐길거리 장사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정부에서 이곳 어민들의 민원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말부흥마을 가는길
영동고속도로 월곶IC에서 나와 시화공단 방향으로 좌회전한 뒤 시화방조제 끝에서 다시 좌회전해 영흥도·대부동사무소 방향으로 가다가 대부동사무소에서 좌회전하면 말부흥마을이 나온다. 마을 입구에는 승마장이 있으며, 도로 끝에서 우회전하면 말부흥 선착장과 서해바다가 펼쳐져 있다.
안산 말부흥마을 위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