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finger tips felt too cold to touch in your car. That was when you got the message from a close friend of yours. It was all about the beauty of having him as a conversationalist, and you must've been flashing a rare smile alone in the dark. And when you were left behind an undertone of being entertained in earnest, it was far from a crucial or urgent conversation where stakes are high and opinions can collide. When you made sure there's no doubt that he's glad to take a receiver's seat in the communication, it was all your pleasure to stay in his favor on the the most superficial level of talking. Given that it is mostly comprised of random things off the top of your tongue, you're not in need of any skilled conversation. And, of course, you've never seen him look down on the most unproductive kind of dialogue, and he was believed to maintain a high opinion of the smallest talk you always aspire to. Into the night, you found yourself being drowned in the primitive blue of stars twinkling in the winter sky. That way, while you might be longing for him as a white canvas to paint on, however, you were pretending, with the night growing deeper, to stay more ignorant of the greatest and most unexpected pleasure of spontaneous talk. Finally, he showed up, in the same lighthearted sort of manner as he did, and you found yourself on the same page you were some months ago. Plunging into talking in the way that time has proven pleasant, it was all about the joy of embracing heart-warming memories that were unfolding across the multiple layers of a lot of confusion. Without such things as topic maintenance or awareness of the topic, you've got totally lost in a richly interconnected network of untold stories you've shared with him. And when you saw him off, you were left behind the short encounter with a refreshed version of you reflected on 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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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내일 온다는 문자를 받고
따뜻한 기억과 함께 미소가 피어올랐다
몇 시간이 남았는지 손가락을 꼽아보니
갑자기 시간이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다.
밤이 깊도록 잠은 오지 않았고
뒷뜰로 나가 무심한 하늘에 총총 박힌 별을 새삼 세어보았다.
다음날 오후 잊고 있었던 시간을 타고
그가 흰 캔버스처럼 눈앞에 나타났다.
특별한 주제도 맥락도 없는 대화가 공간을 채우기 시작하자
문득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여러 겹의 혼란을 뚫고 얘기가 올라온다는 것과
예전에도 같은 얘기를 한 것 같다는 것이다.
결국 알맹이 없는 얘기를 수십 년째 혼자 반복한 셈인데도
그는 늘 말수를 아끼고 있었다.
선문답 같은 연결
새로 발견되는 자아, 밤을 잊고 있었다.
날이 밝자 벗의 뒷 모습을 보며
짧았던 인연에 다시 감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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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백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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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담: 김갑중
그는 다정다감하다.
그에게 놀러오라는 말을 자주한다.
그냥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 아니다.
절친이 느닷없이 놀러온다는 전화를 받고 어린애처럼 좋아 어쩔줄 모른다.
그는 이야기 꾼이다.
고담준론(高談峻論)을 즐긴다.
고담준론은 사전적으로 뜻이 높고 바르며 엄숙하고 날카로운 말을 뜻하기도 하지만 '아무거리낌 없이 잘난체하며 과장하여 떠버리는 말'을 뜻하는데 나는 후자가 좋다.
왁자지껄 이야기 꽃을 피우고 말잔치를 벌이는 분위기를 대책없이 사랑한다.
살롱문화는 17-8세기 프랑스에서 귀족과 문인들의 정기적인 사교 모임으로 문인, 작가, 정치인, 예술가들의 지적 대화의 장으로 인기를 끌면서 고급문화로 자릴 잡았다 한다.
그런 전통이 이어져 20세기 초 세계 문화의 중심지가 된 빈에서 꽃을 피운다.
빈 최고의 예술 비평가로 가장 유명한 살롱을 주도하는 '베르타 쥬커칸들'이 있었다.
그녀는 위대한 프랑스 조각가 '로댕(Rodin)'과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뛰어난 화가인 '크림트(Klimt)'를 다과회에 초대했던 기억을 자서전에 이렇게 썼다.
크림트와 로댕은 미모가 빼어난 두 젊은 여성 옆에 앉아 있었다. 로댕은 넔을 잃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ᆢ ᆢ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그린펠트가 넓직한 피아노 앞에 앉았다.
크림트는 다가가 연주를 청했다.
"슈베르트의 작품 좀 들려주세요."
그는 시가를 입에 문 채로 연주를 시작했고, 꿈결같은 선율이 시가에서 나는 연기와 함께 허공을 떠다녔다.
로댕은 크림트에게 몸을 기울이면서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내 평생 처음이요. 당신의 비극적이면서 장엄한 베토벤 프레스코화도 그렇고, 신전 속에 와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한 잊을 수 없을 당신의 전시회도 그렇고, 지금은 또 이렇게 멋진 정원과 여인들과 음악 ᆢ 모든 것이 마음을 들뜨게 만들어 어린아이처럼 행복감에 젖게 하는군요.ᆢ
대체 왜 그런 걸까요?"
그러자 크림트는 멋진 머리를 천천히 끄덕이면서 한마디로 답했다.
"오스트리아니까요."
<에릭 캔들 '통찰의 시대'에서>
우리에겐 살롱(거실) 대신 '사랑방'이라는 문화공간이 있었다. 선비들의 학문과 취미 생활의 공간이면서 문화교류의 장이었으며, 그들이 특별히 노력해 마련한 별서정원들(백운동 원림, 소쇄원, 세연정 등 )이 아직도 사랑방 문화의 그윽한 아취(雅趣)를 그대로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어, 이를 현대적으로 되살려야겠다는 반성과 각성을 촉구한다.
한류(k-culture)의 뿌리가 우리 전통 선비문화인 사랑방 문화에 있다는 일단의 담론들이 있어 관심을 끌게 하는데 깊은 천착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래 전부터 학회 발표나 강연을 위한 슬라이드(power point)를 만들면서, 우연히 우리 전통 문인화(文人畵)를 떠올리게 되었다. 제목이나 그림, 사진과 요약된 글의 배치나 구도를 고심하다 아하! 내가 한폭의 문인화를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이상하게 예술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한장 한장 만들어 내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푹 빠지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었다.
시담을 쓰면서, 여럿이 혼신을 다해 그리는 한 폭의 문인화 한 공간을 채우고 있는 예술가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우리 문인화 최고 걸작인 국보 '세한도(歲寒圖)'의 진정한 가치는 추사의 그림과 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장장 15m에 달하는 두루마리에는 당시 세계적인 청나라 석학 16인과 우리나라 최고의 학자 4인의 '댓글'이 이어져 있다.
외로운 군자의 학문과 예술을 칭송하고 용기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 정성스런 '댓글'과 주인이 열번이나 바뀌면서 이를 온전히 보존해 온 이들의 헌신이 '세한도'라는 국가 보물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해왔다.
'무계(霧溪)살롱'이 정성껏 빚어내는 한폭의 문인화가, 이를 부담없이 즐기는 이들 사이 진실한 대화와 절실한 소통의 도구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그는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의 허심탄회한 대화에 깊히 빠진다.
대화는 말하는 이의 수사학이 아닌 듣는 이의 심리학이다.
진실한 대화와 원활한 소통은 우리 삶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만큼 소중하다.
대화를 통해 우리는 상대(사람이든 자연이든)로부터 끊임없이 배워 자신을 비우고 채워 새로워지는 학습을 한다.
평범한 대화 속에 어마어마한 창조성이 물들어 있다.
대화
앞 山이 나에게 묻는다
네 生이 적적하냐,
사무실 창가에서 나를 바라보는 네 눈빛에는
산허리 가문비 나무와 흰 바위 떼들이
7월의 태양아래 땀을 흘리고 있구나.
山 위에 떠있는 뭉게구름이 나에게 묻는다
네 生이 고달프냐,
잔디밭에 나와 나를 쳐다보는 네 눈빛에는
어린 날 가고 싶었던 먼 나라의 경치와
큰 바위의 얼굴 같은 사람이 되고자 했던 네 소망이 서려 있구나.
뭉게구름을 몰고가는 바람이 네 귀에 묻는다
네 生의 자취 없음이 아쉬우냐,
내 움직임을 바라보는 네 눈빛에는
우르르 우르르 파도를 몰고 가는 시간의 바다
그 깊은 푸름만이 서려 있구나
아니 아니지 내가 대답을 한다
나는 언제나 움직이지 않는 거울
山과 구름과 바람도 내 마음을 흔들지 못해
내 마음에 비친 네 그림자들이 슬프고 기뻐할 뿐
기쁘고 슬픈 이 세상의 풍경을 움직이지 않는 내 마음이 가만히 바라볼 뿐
《김백겸 시집 '북소리(2002)'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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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슈베르트(그대는 나의 안식, 용재오닐)
https://youtu.be/v3Zg84VLy_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