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 필기도구가 놓였다. 쓰는 것도 안 쓰는 것도 있다. 가급적 쓰려고 노력한다.
숨어 있는 녀석들은 어디 있을까. 문득 궁금하다. 책상 설합을 열어 본다.
필기도구들이 득시굴한다.
이것들은 손이 두 개 있는 사람이 쓰는 도구들이 아니다.
이 사람은 아마 손이 100개는 있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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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상에서 나의 시간을 보낸다. 만년필 등과 아직은 싱싱한 소니 바이오 컴퓨터.
설합을 뒤져서 다 꺼내서 정열을 시킨다. 차렷하고 부동자세를 한 녀석들을 보니 사놓기만 하고 잠깐 만졌다가 예비군으로 편입된 녀석들이 한 둘이 아니다.
형광펜들은데 쓰기는 다 썼다.
연필 지우개들. 하나면 됐지. 언제 이렇게 모여있었니.
그림을 그리려고 샀던 펜인데 한 번쯤 썼던가.
아직 현역인 몽블랑 149, 아가사 크리스티, 펠리칸, 듀퐁, 까르띠에, 쉐퍼, 까르띠에, 세레니떼 등
샤프 종류. 크로스, 라미, 페버 등
이것 저것 손에 걸린 볼펜들..
그림 그리려고 모아놓았던 제도용 펜들.
연필 연필 연필. 다른 색연필 세트는 빼놓았다.
붓펜. 볼펜 등등
샤프 종류와 연필심 홀더 등등
설합을 정리하며 필기도구를 추수리자 아내가 다시 놀랜다.
" 앞으로 사는 동안 그것들을 다 쓰고 죽겠수?"
우리 집안의 살림살이 중에 반 이상은 내 것인 나는 참으로 무소유와는 거리가 멀다.
젊은 날에 모인 이것들은 필시 죽는 날까지 끼고 가다가 나와 함께 사라질 것이다.
손이 2개 밖에 없는 나는 100개 달린 사람 만큼 바쁘게 살 날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