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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 ;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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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서오세요-"
어쩔 수 없이 재수를 해버리고 나니.
나에게 적합하고 잘할수있는
일따위는 아무것도 없더라. 사회난은 정말로 심각했다. 허허 -_-..
그저 모르는 이들에게 고개를 꾸벅이며 영업용 미소로
무조건적인 손님 접대식이다.
편의점 알바라는게 이렇게 힘들었던 것인가 --;;
난 그 남자손님이 오기전에 발 하나를 금고에 올리며
만화책을 보고 있던지라 혹여 점장이 온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조바심이 들어
그만 바코드 리더기를 땅바닥으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당황하며 리더기를 얼른 왼손에 쥐고 카운터 의자로 엉덩이를 내미는데.
나의 행동을 주욱 지켜보고 있었다는듯.
그 남자손님은 멍하게 풀린 눈으로 날 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나의 입술쪽.
"아아- 죄송합니다."
".."
이어폰을 낀 그의 귀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멀리서 있던 나조차도 음악의 리듬이 느껴졌다.
상당히 시끄러운걸 즐기는 모양인가?
..
떨떠름한 표정으로 곁눈질로 그의 손을 바라보니.
그의 손에는 그저 간단한 간식.
삼각김밥과 1리터짜리 미니생수.
뻘쭘하게 손을 내밀어 리더기로 계산을 하는데,
그의 시선은 여전히 내 입술쪽이였다.
--;;
==;;...
==**..
......나한..테 호감이있나?...
!! 라고 하기엔 그쪽 남자손님은 꽤나 외모가 준수한 편이였으니.
나같은게 눈이 차겠느냐. --;
..말도 안되는 상상에 코웃음을 퍼뜨리며 바코드를 다 찍었고.
"1300원입니다-"
"..."
그는 여전히 시선을 내 입술쪽으로 두며
나와 눈높이를 맞추기를 꺼려했다.
뭐야, 이 사람_..
그는 의외의 귀여운 키티문양의 지갑에서 꼬깃한 돈 천원과
동전을 카운터에 조심히 내려놓고는_
"아, 봉지- 드릴까요? ..50원..............."
".."
"인데_..."
나의 말은 무시한채 현관의 종을 댈랭댈랭 울리며
나가고야 만다.
--...
'하기사_
겨우 참치마요네즈 삼각김밥하나랑 미니생수사가는데
봉지가 다 뭔 소용이람.'
이라고 긍정적으로 새벽의 사건은 종료되었지만.
**
나른한 아침.
이부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왠지 모르게 스테미나가 떨어져서인지
엄청 열받는것이다.
나와 눈도 한번 마주치기를 꺼려하며.
인사도 없이!! 아 물론 인사는 제외해야겠지만.
.. ... 결정적으로 내 말을 무시했단 말이닷!!
.
.
하지만, 나의 이런 노여움을 누가 받아주리까.
..
나는 현재 절친한 친구와 투닥거림 끝에 왕따신세가 되어버린 .
불쌍한 아낙네가 아니던가.
마루 한가운데에 앉아서 모처럼의 휴일을
콩나물 대가리 까는데에만 신경을 둔다.
"고만고만히 까라. 이거 누가 먹냐!!"
"아우- 내가 먹을게 먹어."
"이년아. 오빠언니들 먹을건데 니 땟고장 묻은 손으로
일 치르면 좋겠디다?"
"..--;;.. 씨- 안해!!"
"앉아 기집애야. 오늘 또 한명 들어오니까는. 좀 잘보여야지.
계집애면 계집답게 옷도 좀 차려입고있어라!! 하숙집 딸 체면이
참 말도 아니다. 어휴-"
우리집은 하숙집이다.
아빠는 일찍이 여의고. 엄마는 요새 명문대를 가서 신바람이 난
내 동생 보현이를 돌보느라고 하숙생을 더 모으는데 안달이 나셨다.
평소에는 하숙생들 끼닛거리도 제때 안챙겨주시는 엄마인데
아무래도 새로 오는 사람이 꽤 영계인 모양.
우리 엄마는 아무래도 영계를 좋아하시니까. --;;
..
.
콩나물을 다 깐후.
대충 눈에 낀 눈꼽 제거와 아무렇게나 묶은 머리를 하나로 잡아 포니테일로 묶은 후.
츄리닝을 벗어 구석에 쳐박곤 간편한 외출복장으로 갈아입었다.
엄마는 참 별것도 아닌 차림새를 따져들며 면박을 주시니.
난 참 가엾은 인생.
열아홉살 청춘은 그저 그렇게.
무미건조하게.
..
.
"..왔.시.여!? 어.이.구- 여.기.로 앉.아!!"
"..감사합니다."
아..!!
아무래도 엄마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리는 걸로 보아
그 새로운 하숙생. 자칭 영계가 왔나보다.
근데 왠지 이상했다.
한자, 한자 띄엄띄엄 말을 잇는 엄마의 모습.
그 뒤에 들린 남자의 목소리또한
왠지 모르게 흐릿흐릿하니.
..외국인인가?. ...
왠지모를 궁금함에 얼른 나가서
"어!! 누구왔어?"
라고 말을 하려니.
그의 눈은 나와 마주친다.
하지만 그는 나와 눈을 마주친 후 몇초도 안되서야
다시 나의 입술로 시선을 내렸다.
어제 편의점에서 나를 허탈하게 만들었던 그 남자손님이 아녔던가.
..
허 - 참나.
"이봐요."
".."
"우리 구면이지요?"
"..."
"나 상당히 당신 태도 맘에 안들걸랑요.
사람이 말하는데 시선 피하고.
기본 예의를 몰라요?"
그는 그저 나를 뚱하게 쳐다봤을뿐..
흐아.. .
난 그저 나른해서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에게 화난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무시나 받으며 알바를 계속 해야하겠냐는
그런 심정이 불끈 솟아나와 그저 그사람에게 화풀이를 한 격일뿐.
그런 나를 꾸짖는 듯.
엄마는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나의 등짝으로 투박스레 손을 올렸다.
"우억!! 왜 그래!! --^"
"야 이 계집애야!! 손님한테 그럼 못써!!
너 알바할때도 그렇게 말하니?"
"우어어어 아니라구. 나참. 아 진짜 어이없어서. 아우!!"
그는 우리 모녀의 싸움을 지켜볼 생각이 없던듯.
메모지에 적혀있는 자신의 방 홋수를 보더니만
방으로 쏙 들어가버린다.
"아악!! 뭐 저런 *****할 *가 다있어!!"
"이년이 그래도!!"
엄마는 나의 머리를 콩 쥐어박으신다.
눈물 찔끔.
우씨 ..
신음소리 한번 못내고는 두개골이 빠삭하고 부셔질듯한
고통을 참으며 주먹을 쥐었고.
"그래도 대단한 사람이지."
"뭐가. *****같이 말씹는게 대단해?"
"이 년이!!"
"..으아!!"
"...나이도 어려보이는데.
그만 3,4년전에 다쳐서 청력을 잃었다는 구나.
아무래도 특수학교에서 구화법을 배운 모양이야.
100% 다 알아듣는건 아니지만."
"구화법..?"
"그래. 사람의 입모양으로 말을 알아듣는것 말이야."
난 잠시 할말을 잃었다.
그때 귀에 끼고있던 이어폰은 왜 ...?
안들리면서.. ...
..
.
그래서. ....
나의 입술만을 쳐다본것일뿐.
전혀 악의없는 의사소통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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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무래도 큰 실수를 저지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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