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명 지휘자 아키야마 가즈요시가 지난 26일(현지시간) 아침 입원했던 도쿄의 한 병원에서 폐렴으로 84년의 삶을 마쳤다고 팝컬처 닷컴이 28일 전했다. 새해 초 자택에서 낙상으로 다쳤다며 지난 23일 가족과 상의한 끝에 은퇴를 선언한 지 불과 사흘 만이라 너무도 갑작스러워 안타까움을 더한다.
지난해 2월 6일 오자와 세이지가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데 이어 또 한 명의 일본 지휘 거장이 세상을 등졌다.
1941년 도쿄에서 태어난 고인은 일본을 대표하는 지휘자 중 한 명이었으며 수십 년 동안 전 세계를 돌며 지휘봉을 휘두른 것으로 이름높다.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1963년 도호 가쿠엔 음악학교를 졸업하고 일년 만에 사이토 히데오(1902~74)에게 지휘를 배웠고 도쿄 심포니 오케스트라(TSO)를 지휘하며 데뷔했다. 그의 전기에 따르면 불과 두 달 뒤 TSO의 음악감독과 영구 지휘자로 추천받아 40년 동안 음악감독과 상임 지휘자로 일했다. 오케스트라 창립 45주년을 맞아 1991년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 공연을 비롯해 성공적인 월드 투어를 이끌었다.
아키야마는 일본보다 해외에 더 널리 알려졌으며 자신의 재능을 글로벌 무대에서 펼쳐 보였다. 그는 1968년부터 이듬해까지 토론토 심포니의 부지휘자로, 1973~78년은 아메리칸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국장으로 일했다. 1972~85년은 밴쿠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국장으로 일한 뒤 그 해 밴쿠버 심포니의 석좌 지휘자 타이틀을 수락했다. 1985~93년 그는 시러큐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국장 일을 했다.
이 밖에도 로열 필하모닉, 쾰른 방송 교향악단,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보스턴 심포니,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했다. 그는 1975년 선토리음악상과 1993년 교토음악상, 1995년 마이니치예술상과 일본 교육부 장관 예술격려상을 수상했다. 2001년에는 일본 정부로부터 자수포장(紫綬褒章, 시주호쇼)를 수훈했다.
고인은 이달 초 TSO 신년 콘서트에 등장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1일 자택에서 낙상으로 큰 부상을 입으며 나타나지 못했다. 늘 아프던 관절에 손상이 갔고 목을 다쳤으며 신경조직이 망가져 다음날 입원했다. 가족과 상의 끝에 지난 23일 지휘자 일을 그만 둔다고 선언했다.
오카자키 데쓰야 TSO 이사회 의장은 “갑작스런 작별에 할 말을 잃는다. 반 세기 무대에 선 그의 모습을 지켜본 누군가로서 난 더 이상 아키야마의 따듯한 음악을 들을 수 없다는 슬픔 때문에 얼어붙을 뿐이다. 감사를 표하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다.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시러큐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바순을 연주했던 데이비드 로스는 “아키야마 마에스트로는 자신의 손으로 우리가 연주할 수 있게 하는 것과 관련해 모든 것을 보여준 세상에 몇 안 되는 지휘자 중 한 명이었다"며 “그는 리허설 도중 말을 별로 많이 하지 않았다. 필요하지 않았다. 짤막하게 지시하고 뒤로 돌아 '썩 괜찮은' 오케스트라를 탁월한 오케스트라로 바꿨으며, 우리는 그가 포디엄에 있는 모든 시간 최고 수준의 연주를 들려줬다. 리허설은 빠르게 진행됐는데 흔한 일은 아니었으며, 우리는 포디엄의 그와 함께 오케스트라가 된다는 것에 대해 많이 배웠다. 음악계는 그가 떠나면서 더 가난해졌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