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함께 한배 타고 피안(彼岸)으로 가리라.
법상(法床)에 올라 전후좌우를 둘러보시고 말씀하셨다.
동서남북 전후좌우 상하의 모든 대중이 다 무위진인(無位眞人)이로구나!
이 자리에서 문득 한 생각을 일으키면 곧 진신(眞身)을 잃어버릴 것이다.
한참 있다가 이르시되,
이번 동안거에 이 산승(山僧)은
여러 대중과 함께 한배를 타고 물결 일지 않는 바다를 건너 바로 피안(彼岸)으로 건너가리니
대중은 맹세코 다시는 진흙을 묻혀 물에 들어가지 말고 나와 같이 가자.
이어 게송을 읊으시되,
일보이보삼사보(一步二步三四步) 불락좌우중중거(不落左右中中去)
약봉산진수궁시(若逢山盡水窮時) 갱가일보시호처(更加一步是好處)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네 걸음 양변에 떨어지지 말고 중도로 가자.
산과 물이 막다른 곳에 이르렀을 때 다시 한 걸음 떼면 바로 좋은 곳이다.
또 말씀하시기를,
조계소식적불문(曹溪消息寂不聞) 노로지금상무양(盧老至今尙無恙)
후손미능승조업(後孫未能承祖業) 오가문하유하상(吾家門下有何祥)
조계 소식 고요하여 들리지 않으니 육조 스님 지금에 혹 탈이나 없는가.
후손으로 선업을 이어가지 못하면 우리 종문에 무슨 좋은 일 있으리오.
그러나 지금, 이 도량에 옛 거울[古鏡]이 있어 어두운 거리를 비추고 있으니
바라건대 대중은 이 광명을 받아 다 함께 활로(活路)를 얻어야 한다.
주장자를 세 번 울리고 자리에서 내려오시다.
- 1948년 10월 15일[무자년 동안거 입재] - 海印寺
- 효봉 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