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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에도 평화를>
오늘 같은 날에는 순례단의 하루 소식을 전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이 땅을 걸어가면서 생명의 찬란함을 이야기하고,
경이로운 자연의 선물을 함께 느끼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은데,
순례단도 울고,
순례길 참가자도 울고,
주민도 울어야 하는 이 현장을 무슨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앞을 가린다는 말 외에는 전할 말이 없을 뿐입니다.
순례단은 이 땅에서 소리를 듣고 싶었습니다.
새만금에서도 생명의 소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바람이 불어오는대로, 갈대가 움직이는대로, 파도가 오가는대로,
수많은 철새들의 소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새만금에서 불어오는 봄 바람에서 평화의 소리를 듣고 싶었습니다.
새만금에서 들려오는 봄 소식에서 생명의 소리를 듣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순례단이 지난 4일간 새만금 바닷가를 따라 걸었던 걸음 걸음에서,
마주치는 눈길마다 뭇생명의 소리없는 죽음과 아픔을 보고 들었으며,
그 곁에 함께 살아가는 주민들의 처절한 아픔만을 함께 느겼습니다.
순례단의 몸도 마음도 함께 아픕니다.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이 아픕니다.
우리가 저지른 이 잘못을 바로 보고 들을 수 없어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픈 심정일 뿐입니다.
생명의 터전이었던 새만금 갯벌이 변해버린 모습에서
‘새만금’이라는 말 한마디에도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앞을 가릴 뿐입니다.
그토록 많은 국민이 새만금갯벌에도 생명과 평화가 함께 하기를 기원했지만,
우리 사회에 화해와 상생을 염원하였지만,
우리는 결국 우리 스스로의 부족함과 모자람속에서 수많은 뭇 생명에게 죄를 가하고 말았습니다.
2년전 새만금 최종 물막이 공사가 완료된 이후,
새만금에 탯줄을 묶고 살아갔던 뭇생명과 주민들의 현실을 바라보며
순례단은 용서를 구하고 또 용서를 구할 뿐입니다.
차가운 한풍이 지나면 봄이오고, 다시 여름 가을 겨울이 오듯이,
부디 새만금에도 진정한 봄이 찾아와,
자연의 순리와 함께 생명의 기운이 자라나는 터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전쟁과 평화의 땅에서>
오늘 순례단은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폭력의 현장과
인간이 자연에게 가하는 폭력의 현장을 함게 보았습니다.
인간이 자연에게 가하는 무자비한 개발과 훼손이라는 폭력의 장이 새만금이라 한다면,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폭력과 전쟁을 위한 시설물이 새만금에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전쟁의 기세는 새만금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습니다.
군산시 옥서면 선연리 하제마을 옆으로는 주한미군 군산 공군기지가 있습니다.
이 미군기지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이들의 전쟁놀음을 자세히 알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누구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귀를 째는 듯한 굉음을 내면서
하늘을 가르고 다니는 이들이 지키겠다고 하는 평화가 어떤 평화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들이 지금 미군기지의 땅으로는 부족하여
새만금에 1천만평의 추가 부지를 원한다는 이야기에는 기가 막힐 뿐입니다.
그 억겁의 세월동안 생명의 터전이었으며,
그 지난한 세월동안 우리 시대 자연과 인간의 공존과 화해, 상생의 시험대였던 새만금을
전쟁 준비를 하는 땅으로 원한다는 이야기에는 말문이 막힐 뿐입니다.
생명과 평화의 땅을 반생명과 반평화의 땅으로 바꾸겠다는 저들의 오만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하루 순례단이 걸어갔던 메말라버린 새만금 갯벌에는
도처에 죽어나간 뭇생명의 그림자가 있었습니다.
걸어가는 발걸음마다 그 모습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하늘에는 전쟁 연습을 위한 전투기가 굉음을 내며
마치 시위라도 하듯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이곳을 출발한 전투기는 새만금 인근 지역 바다에 홀로 떠있는 직도폭격장으로 가서 화풀이하듯이
우리 땅에 폭격훈련을 할 것입니다.
직도 폭격장은 오랫동안 전쟁 훈련으로 인해 망가지고 있었습니다.
새만금이 우리 시대의 욕망에 의해 훼손되고 있듯이
직도는 반생명과 반평화의 기세에 의해 훼손되어지고 있습니다.
(위 사진은 미공군 군산기지 홈페이지에서 옮겨 온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쌓아올린 시멘트 콘크리트의 새만금 방조제가 새만금갯벌에 생명과 평화를 가져다 주지 못하듯이,
전쟁기계인 전투기가 우리 사회에 생명과 평화를 가져다주지 못할 것입니다.
군산 미군기지에서 군장국가산업단지 옆 내초도까지 오는 여정에서
순례단은 고개를 떨구면서 이곳이 과거에 갯벌이었고,
이제는 무수한 생명들의 무덤이라는 것을 사실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여전히 이곳을 바다이자 갯벌이라고 기억하고 있는 바람은
속절없이 소금기를 머금고 날아오고 있었고,
칠면초 군락에는 하얂게 쌓인 소금기만 가득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보기 싫다고 트렉터로 갈아엎고 염생식물를 심은 정부기관의 어리석은 행위만이 가득했습니다.
생명의 땅을 죽음의 땅으로 만들고,
이제는 그것이 보기 싫어 다른 것을 심어
그 모습을 가리겠다고 하는 발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립습니다.
생명의 찬란함이 가득하였고 자연의 겸손함과 경외감을 동시에 알려주던
그 넓디 넓은 새만금 갯벌의 옛 모습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새만금 갯벌에 만경강과 동진강 물이 구비쳐 흘러와 바닷물과 만나고,
해와 달이 이끄는대로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며,
수많은 생명들이 고개를 쳐들고 생명의 소리를 내던 때,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살았던 주민들이
새만금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던 그 날이 다시 되돌아 왔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이 아프니 몸이 아프다>
오늘 순례단은 새만금 지역에 대한 순례를 마무리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 지점에서 새만금 갯벌을 바라보며,
우리가 쌓아올린 죄업을 참회하고,
새만금에도 생명과 평화가 함께 하기를 기원하는 작은 자리가 내초도 앞 갯벌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내초도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에는 섬이었던 지역이나
인근 지역의 갯벌 간척사업에 의해 이제는 육지로 바뀐 지역입니다.
오늘 자리에는 순례단뿐만이 아니라, 전북지역 종교인협의회에 참여하시는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성직자분들이 자리를 함께 하였고,
새만금 갯벌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오늘 새만금 갯벌 추모 기원제를 진행한 것은
지난 2년전 바로 오늘이 새만금 방조제 최종 물막이 공사가 진행된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날, 단두대의 칼날이 생명의 숨소리를 끊는 것처럼
포크레인의 삽질이 자연스럽게 흐르던 새만금의 물길을 차단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2년이 흘렀습니다.
오늘 참 많은 사람들이 울었습니다.
사회자는 “여기는 2년전 갯벌이었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를 하고
가슴이 미어져 말을 잊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으며,
순례단을 반기던 신부님도,
새만금에 미안함을 전하던 성직자분들도
참회의 말을 전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습니다.
시인은 지금의 새만금을 보고 있노라면 시를 쓰지 못하겠다며,
새만금의 숨길이 막히던 날을 기록한 시를 낭독하였습니다.
새만금이 막힌 이후 바다와 갯벌이 아닌
쓰레기 매립장에서 하루 일당을 받으며 연명하는 주민들의 소식을 전하던
내초도 이장님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오늘 우리가 흘리는 눈물이 마지막은 아닐 것입니다.
또 다른 누군가가 여기를 찾아올 것이며,
우리의 아이들에게 이 현장을 전하며 눈물을 흘릴 것이고,
그 아이들의 아이들도 이 현장을 찾게 될 것입니다.
맑은 눈을 가진 아이들이 나서서 우리 시대가 저지른 살업(죽임)의 현장을 기록하게 하고,
여기에서부터 다시 화해와 상생의 길을 찾을 것입니다.
지금 도처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새만금’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새만금 사업’을 돌아보고,
우리 사회가 가야 할 생명과 평화의 길을 새롭게 찾아야 할 것입니다.
순례단은 이곳 새만금에서 ‘새만금’의 또 다른 이름인 ‘운하’라는 사업을 보았으며,
그 사업이 가져올 재앙을 바라봅니다.
새만금이 갯벌로 존재해야 하듯이, 강은 강으로 흘러야 할 것입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전주 평화동 성당의 30여분의 신자들과 함께 참여한 이규현(평화동성당)님은 “새만금을 직접 걸어보니 죽어 있어요. 강 주변도 일전에 걸었을 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자연 생명과 인간은 함께 공존해야 합니다. 자연은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자산입니다.”라며 하루 순례길의 소감을 말씀하셨습니다. “운하가 대한민국을 부유하게 만들 거라 생각지 않아요.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라며 답답한 마음도 피력하셨습니다.
이 땅의 평화를 위한 활동에 매진하고 계시는 평화바람의 오두희님은 “운하? = 울화다. 즉 울화통이 터진다”라며 가슴을 치며 답답해 하셨습니다. 새만금의 평화를 위해, 생명을 살리기 위해 그 동안 많은 활동을 하셨던 오두희님은 “조개와 내 삶은 다르지 않아요. 둘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산과 강이 썩어 새만금처럼 뭇 생명이 죽어 가면 우리도 죽어갈 것”이라며 경고하셨습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귀를 열고 마음을 열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릴 때 순수한 동심, 사춘기 소년의 마음, 새봄의 새싹이 싹트는 설레임과 같은 마음으로 회귀하기 바란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순수한 본래 마음을 찾기를 바라셨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세상에는 선한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옳고 그름을 따져 행하는 이가 적은 것”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실천승가회의 정휴 스님은 “순례단의 뜻에 마음적으로 후원하며 행보에 도움이 되고자” 참여하셨다고 합니다. “국토가 갈라지면 국민들 마음도 갈라질 것”이라며, “적어도 개발은 사람의 편의주의가 아니라 모든 생명이 함께 잘살 수 있는 방향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함께 참여하신 가섭 스님은 “운하는 먼저 환경과 문화재가 큰 문제입니다. 그 중에서도 제대로 된 문화재 조사가 아닌 도굴 수준에 가까운 조사가 이루어져 급속히 진행”되는 것을 우려하였습니다. “부처님 말씀에 모든 생명에 불성(佛性)이 있기 때문에 항상 서로 의지하는 마음과 잘 받드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개발 때문에 동체대비의 마음을 잃어 버리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경제대통령이 되었지만 항상 그 상위개념이 존재합니다. 그것은 생명입니다. 생명을 존중해 주기 바랍니다. 또 최근 숭례문 화재, 낙동강 페놀 유출 등은 자연의 경고”라고 지적하였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오늘 순례단은 단장이신 이필완 목사 / 문정현 신부 / 문규현 신부 / 최종수 신부/ 김경일 신부 / 김현길 교무 / 수경스님 / 지관 스님 / 이원규 시인이 참여하였습니다.
하루 순례길 동참자로는 이규창(마중물) / 오두희님과 구중서님 등 평화바람 관계자 여러분 / 주용기님과 김종섭님 등 새만금생명평화전북연대 관계자 여러분 / 우호식(민주노총) / 김병관(지리산연하천) / 이규현님 외 30여분의 평화동성당 관계자 여러분 / 박진섭님 외 8명의 생태지평 연구소 관계자 / 조태경(고산산촌유학센터) / 가섭 스님, 효진 스님, 부경 스님, 정휴 스님, 박금호(실천승가회)님 등이 참여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제71일 / 4월 21일(월)
금강 출발행사(오후 2시 / 하구둑. 마서면 도삼리) - 화양면 옥포리
● 제72일 / 4월 22일(화)
화양면 옥포리 출발(동학사 기도회) - 와초리 - 완포리 - 용산리 - 신성리 갈대밭(원불교 기도회) - 시음리 - 웅포대교 도착 종료 /
● 제73일 / 4월 24일(목)
웅포면 맹산리 산수교 -웅포면 붕암리-성당면 성당리 - 용안면 법성리 - 용안면 용두리 - 나바위성지 - 강경읍 - 논산천합류점
● 제74일 / 4월 25일(금)
논산천 합류점(논산천 우안) - 왕포리(금천 합류점 건너편)
● 제75일 / 4월 26일(토)
금천 합류점 - 부여읍 저곡리 서원 양수장(일정 종료 후 부여읍 저곡리 서원양수장 ~ 공주시 검상동 약 16km 차량으로 이동하여 27일 오전 출발)
● 제76일 / 4월 27일(일)
보흥천 합류점 건너편(검상동) - 곰나루(정토회 행사 참여) - 도로이동 - 공산성 맞은편 둔치도착(=우안)
* 정확한 출발 장소 및 시간은 도보순례단에게 전화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새만금생명평화전북연대 주용기 공동집행위원장님이 길안내를 해 주셨습니다.
* 내초도 H.G. 아펜젤러기념교회에서 식사와 숙박장소를 후원해주셨습니다.
* 전북종교인협의회에서 마음을 모아 후원해주셨습니다.
* 실천승가회에서 마음을 모아 후원해주셨습니다.
* 도보순례 1일 참가 일정과 수칙은 www.saveriver.org 공지사항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2008. 4. 21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첫댓글 순례단 홈페이지(www.saveriver.org)에서 가져왔습니다. 함께 걷지는 못하지만 좋은 글, 아름다운 마음 함께 나누고 싶어서요..새만금처럼 생명의 소리를 잃고나서 후회하는 일은 그만하고 싶어요..
ㅠㅠ
가슴아픈 글이지요...금강을 걷는 소식은 조금더 희망이 담겨 있어요^^
이제 쌀수출국들이 수출을 자제하니 이제는 먹걸이가 무기화되는 것을 증명한 것 입니다. 우리는 쌀은 자급자족은 되지만 가축이 먹는 사료까지 식량으로 볼진데 이를 합한 자급도는 26.5%에 지나지 않읍니다. 모든 가축들을 사람들이 먹으 니 이를 식량범주에 넣는 것 입니다. (경영학쎄미나에서)
먹거리가 무기가 되는 시기....한편으로는 생명이 그저 돈으로 거래되는 시기...참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