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신천지-예수교에서 확산된 코리아 코로나-19.
확진자, 사망자는 나이가 많고, 평소에도 병이 있는 노인한테 집중된다는 보도에 일흔 살이 훌쩍 넘은 나는 은근히 겁을 내고는 바깥 외출을 극도로 자제한다.
얼마 전부터 나들이를 시작했다.
다달이 세발하는 머리카락이 너무 길다고 여러 차례나 아내한테 지청구를 먹고는 마지 못해서 아파트 엘리베이틀 타고 내려왔다. 동네 앞 길 건너편에 있는 뒷골목 이발소에 들러서 머리카락을 깎는 시늉을 냈다. 면도는 아예 생략하고...
잠실새내역 부근에 있는 내과에 들러서 당뇨 진찰을 건성으로 받고는 얼른 당뇨약을 샀다.
또 얼마 뒤에는 비뇨기과에 들러서 전립선비대증에 대한 진찰과 약국에 약을 샀다.
방콕만 계속 하니 아내한테 지청구를 숱하게 먹고 있다.
오늘도 '제발 햇볕 쐬세요.'
구사리를 먹고는 오후에 산책 나서려고 외출복을 입기 시작했다.
한강변으로 나간다고 행선지를 말하니 아내가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나는 앞장 서서 잠실아파트 5단지 뒷편 도로변으로 걸어서 한강변으로 나갔다.
지난해 늦가을에 한강변에 다녀온 이래로 올해 들어와 오늘이 처음이니 아마도 4개월만에 나들이다.
잠실대교 상류지역에서 흘러내리는 강물의 물빛이 무척이 뿌이연하고, 탁했고, 더러워 보였다.
저 물을 걸러서 상수도 물로 공급하겠지 하는 미움으로 잠실대교 아래의 강둑 막을 폭약으로 폭파했으면 싶다. 수중보에 가둬 둔 강물을 모두 쏟아내고 게워냈으면 싶다. 수중보 안쪽 강바닥에는 더러운 부유물이 무척이나 많이 가라앉아 있을 게다.
강변 산책로 公터에는 잡목이 제법 있었다. 산수유 노란 꽃이 활짝 피었고, 화살나무 가지에 새순이 올라오고, 이름 모를 잡초들도 노랗게 꽃을 피웠다.
강변로 산책로에는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으며, 잔디밭에는 비닐돗자리를 깐 가족들도 많았다. 잔디 풀잎은 조금씩 올라오는 기미가 엿보였다.
천천히 걸어서 서울아산병원 건물 쪽으로 방향을 잡았을 때 아내가 제지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걸어요. 되돌아가면 한 시간 정도의 운동은 되었을 거예요.'
뒤로 되돌아서 잠실 아파트 단지로 들어섰다.
한 시간이 살짝 걸린 산책.
정말로 오랫만에 강바람 쐬었다.
강변 산책로 옆 화단에는 겨우내 덮었던 보호막을 걷어냈고, 잎, 줄기, 꽃이 크고 화려한 외국식물인 칸나 모종이 심어져 있었다. 반뼘 길이의 잎사귀가 무척이나 싱싱해 보였다.
강변로에는 조경수인 매실나무, 홍매실의 꽃이 활짝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서해안 충남 보령지방 산골마을에 있는 내 텃밭에도 매실나무는 그득히 들어찼기에 지금쯤 매화꽃이 많이도 피어 있을 게다. 저 혼자서...
첫댓글 최윤환선생님 글 잘읽었습니다.
코로나때문에 많은 사람이 하루하루
조심하며 지내는 요즘 선생님 글을
읽고 위안이 되었습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창살없는 징역살이 하는 기분입니다.
고향에 한 번 다녀와야 하는데도
친인척을 만나는 것조차 꺼려하는 세상이 되었지요.
4월 중순 쯤에는 모두 물러났으면 싶습니다.
아파트 안에 갇혀 지내자니 베란다, 거실에 화분 올려놓고는 화분농사, 컵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댓글 정말로 고압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