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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5-02 10:59 | ||||
2015년 4월 27일(미국 현지시각)에 미·일 국무, 국방장관 연석회의를 열고 새로운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확정했다. 우리가 사드(THAAD) 실전배치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서 눈치를 살피며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일본과 미국은 더욱 견고한 동맹체제를 확인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원래 ‘미·일 방위협력지침’(‘일본 가이드라인’(Japan guideline)이라고도 한다)의 출발은 1952년 이른바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통한 ‘미·일 안전보장조약’이었다. 1952년은 ‘6.25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었던 시기로서, 미국은 공산주의의 팽창전략에 대응하기 위하여 예정보다 이른 시기에 일본과 동맹조약을 체결했다. 사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패전국인 독일과 일본은 동-서 진영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은 형식적인 ‘중립국’이었지만, ‘6.25 전쟁’을 계기로 서방진영에 공식적으로 편입되게 되었던 것이다.
1952년 9월 8일에 체결된 ‘미·일 안전보장조약’의 유효기간은 원래 10년이었다. 그런데 이 조약은 1970년 이후에 매년 자동 연장되었으며, 1978년에는 안전보장조약의 구체적 운용을 위해 ‘미·일 방위협력지침(이전의 ‘가이드라인’)으로 전환되었다. 당시 ‘가이드라인’은 미·소 냉전체제 하에서 일본이 직접적인 무력침략을 받을 경우에만 군사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자위대의 활동영역은 ‘일몬 유사시 자국방위에 한정’된다는 것이었다.
1990년대 접어들어 소련이 붕괴되고 냉전이 종식되면서 일본이 직접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적어진 반면. 북한의 핵개발 등 한반도 문제가 동아시아의 불안요인으로 떠오르면서, 미국과 일본 양국은 1996년 ‘미·일 안보공동선언’을 발표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1997년 9월 23일에 발표된 새로운 ‘가이드라인’은 일본 자위대의 무력행사 범위를 ‘일본의 유사사태’에서 ‘일본 주변의 유사사태’로 확대시키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일본 자위대가 전투에 직접 참가하지 않더라도, 미군 후방지원 명목으로 활동영역을 자국을 넘어선 외부로 확장할 수 있게 된 것을 의미했다. 이것이 근거가 되어 ‘UN 평화유지군’의 자격으로 동남아시아나 중동지역 등지에 자위대의 해외파병이 실제로 가능해졌던 것이다.
1990년에는 이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을 법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주변사태법’, ‘자위대법 개정안’ 그리고 ‘미·일 물품용역상호제공협정(ACSA) 개정안’등 3개 관련법안이 발효되었다. 특히 ‘주변사태법’은 한반도에 유사사태가 발생했을 경우에, 이전에는 단순히 기지 제공에 불과했던 일본의 역할이 향후에는 자위대를 동원하는 병참지원, 기뢰 소해, 선박검문, 경계 감시 등으로 확대되는 것을 의미했고, 이는 다시 일본인 한반도의 전쟁에 군사적으로 직접 개입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4월 27일에 개정된 ‘미·일 방위협력지침’의 내용을 보면 크게 두 가지 핵심적 사항의 변화를 알 수 있다. 첫째, 일본 주변에만 한정돼 있는 미·일동맹의 작전 범위가 전 세계로 확대되었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중국에 대한 억지력 강화에 일본의 역할이 확대된 것이다. 표면적으로만 본다면, 확대된 ‘미·일 방위협력지침’은 미국과 일본의 동맹관계가 더욱 견고해지고 ‘신 밀월관계’로 접어들었다고 보여 진다.
현재 미국은 태평양과 남지나해에서 중국의 영토적 팽창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또한 ‘센카쿠제도’문제로 중국과 영토적 마찰을 빚고 있다. 중국의 팽창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이해관계는 완전하게 일치하고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팽창저지를 위해 일본의 군사적 위상을 높여주었고, 일본은 중국과는 확실한 군사적 대립관계를 표명하면서 미국과는 더욱 깊은 동맹관계구축을 통해 중국의 팽창저지 뿐만 아니라 자위대의 제약 없는 해외파병에 대한 정당한 명분을 얻게 되었다. 동아시아의 군사적 대립구도에서 미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국가는 -우리가 아무리 부정한다고 해도- 대한민국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것이 이번 ‘미·일 방위협력지침’의 개정내용을 통해 확인되었다.
미국과 일본의 동맹관계는 1952년에 시작되어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강화되어가고 있다. 이것은 양국 서로의 군사적 이해관계에 의해서 가능해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 상대는 처음에 舊소련이었다가 1990년대 이후로는 중국이고, 여기에 부수적으로 북한을 들 수 있다. 다시 말해 미국과 일본은 현재 중국의 군사적, 영토적 팽창과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응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오히려 자신들의 군사적 영향력을 전 세계적으로 확대해 가려고 시도하고 있다.
6.25 전쟁을 겪고 휴전상태에 놓여있는 대한민국의 군사적 적대국은 이 지구상에 북한과 중국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남북한의 통일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그렇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사드’배치와 관련해서 중국의 눈치를 끊임없이 살피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가 한-중 간의 경제교류문제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미국과 일본은 중국과의 무역거래를 포기한 것인가? 당연히 경제적으로는 더 적극적으로 중국과 교류하려고 하고 있다. 경제문제와 군사문제를 완전히 분리한 ‘투 트랙 전략’인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한국사회는 두 가지 착각을 하고 있다. 첫 째는 군사-안보적인 측면에서 중국이 우리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진핑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강조하는 것처럼 대한민국과 중국이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중국은 왜 국제사회에서 우리 편에 서지 않는 것일까? UN에서 다뤄지는 북한문제에서 중국은 언제나 북한의 편에 서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리고 남북문제에서도 이제까지 단 한번도 중국은 우리 대한민국을 지지한 적이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중국은 절대로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시진핑의 감언이설에 우리 사회 전체가 중국에 미련을 갖고 중국과 친해지려고 한다는 것은 우리의 짝사랑일 뿐이다. 다만 우리가 중국과 친밀해져야 하는 부분은 역시 경제적인 교류이기 때문에, 우리는 군사-안보 문제와 경제문제를 완전히 분리한 ‘투 트랙’ 접근전략으로 중국을 상대해야만 한다.
그리고 두 번째 우리의 착각은 평화에 대한 환상이다.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전제된다. 그 하나는 대립하는 세력들 간의 완전한 ‘힘의 균형’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어느 한 세력이 다른 세력을 힘으로 완전히 제압하여 정복한 이후이다. ‘6.25’전쟁 이후 지금까지 동아시아의 평화는 전자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그리고 그 ‘힘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은 바로 미국에 의한 군사적 개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사드 실전배치’문제는 바로 동아시아의 ‘힘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역설적으로 ‘사드 배치’는 바로 동아시아의 평화유지를 위한 필수조건 중의 하나인 것이다. 그리고 그 계기는 중국과 북한이 제공했다. 다시 말해 평화유지의 필수조건에 해당하는 ‘사드 배치’를 ‘힘의 균형’을 깨려고 시도하는 당사국들이 반대를 하고 나서는 것은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사회가 이들의 눈치를 보는 이상한 상황인 것이다. 북한과 중국은 겉으로는 평화를 외치면서, 동시에 군비확장과 핵개발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어쩌면 일본보다도 더 심한 역사왜곡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만주, 신장-위구르 등 변방지역에 대한 영토적 영유권을 공고히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동남아시아에 대한 영토적 확장을 획책하고 있다. 중국은 자신은 주변국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신 제국주의적’인 팽창정책을 추진하며 아시아의 평화를 깨고 있으면서, 정작 미국과 일본의 ‘세력균형’시도에는 거세게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이 말하는 평화는 북한이 말하는 평화와 본질적으로 전혀 다를 바가 없는 것임을 우리는 직시해야하고, 그들의 평화공세에 속지 말아야 한다. 진정한 평화는 완전한 ‘힘의 균형’이 이루어졌을 때 가능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저들의 군비확장에 상응하는 조치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일본은 우리와는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은 안보문제와 영토문제를 경제문제와는 확실히 구분한 ‘투 트랙’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일본이 중국과 영토문제로 충돌하는 것은 현재의 ‘세력균형’을 유지하려는 것이고, 미국도 일본과 이해관계를 함께하고 있다. 일본은 군사-영토적으로 중국과 확실하게 선을 긋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지난 주 ‘아베’총리의 미국방문은 이러한 모습의 화룡점정이었다. 우리가 ‘위안부 문제’와 ‘역사인식’문제에만 매몰되어 일본을 비판하고 중국의 눈치를 살피며 우리 안보의 최대 우방국인 미국과 관계가 소원해 지고 있을 때, 미국과 일본은 동아시아를 넘어서 전 세계적 차원에서 군사적인 동반자관계를 확인한 것이다. 미국이 감당해야 할 부분을 일본과 함께 나누자는 것으로서, 미국도 일본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베’나 ‘오바마’의 관심은 국제사회의 큰 틀에서 ‘힘의 균형’에 대한 총론적 논의였지, ‘위안부’문제나 ‘아베’의 사과같은 각론적 논의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개정된 ‘미·일 방위협력지침’의 내용을 놓고 혹자는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의 한반도 투입의 가능성을 재차 확인한 것이라 하며 비판을 쏟아 내고 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것을 허용한 미국의 입장이다. 미국이 중국과 북한의 군사적 팽창을 막는데 필요한 파트너로 대한민국이 아닌 일본을 선택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우리의 군사적, 경제적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미국이 대한민국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우리 스스로가 제공한 것이다.
집을 지으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집을 허무는 것은 한 순간에도 가능하다. 대한민국의 안전은 우리 혼자의 힘으로 지켜온 것이 아님을 누구나 알고 있다. 미국이라는 세력이 구 소련과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우리의 안전과 동아시아의 평화가 유지되어 온 것이다. 그리고 그 평화의 토대위에서 우리 대한민국의 발전이 가능했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무엇이 우리의 안보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인가를 합리적으로 계산해서 판단해야 한다. 안보문제에서는 절대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가 없다. 미국과 일본의 군사적 ‘밀월관계’를 바라보며 우리는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또 국제사회에서 일본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자국의 목소리를 자신 있게 내고 있는데 우리는 계속해서 군사적 적대국가들의 눈치를 살펴야 할까? 그 해답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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