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혼이 잘못 없으랴_이시영(1949 ~ )
독일에서 만난 허수경씨¹ 남편은 뚱보에다가 사람 좋아 보이는
털북숭이 수염을 달고 있었는데 허수경씨 옆에서 마냥 즐거워하
는 그에게도 아픈 과거가 있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노르망디
출신이고 아버지는 베를린 출신인데 말하자면 독일군 병사를 사
랑한 죄로 종전 후 그의 어머니는 처녀의 몸으로 주소만 달랑 들
고 베를린 애인 집을 찾아갔답니다. 그러나 놀란 것은 그 집의 식
구들, 그들도 아들의 행방을 애타게 찾고 있었는데 웬 프랑스 처
녀가? 애인도 없는 집에서 눌러산 지 7년. 어느날 아침 현관 밖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거기에 넋나간 표정으로 서 있는 귀환
장정을 보았답니다. 그러니까 그해가 1952년, 소련 전선에서 포
로가 되었다가 그제야 풀려난 것이지요. 그 일년 후에 태어난 그
가 모계인 프랑스계 유치원을 다니며 친구들에게 나찌의 자식이
라고 손가락질당하며 자란 것은 지금도 지울 수 없는 가장 아픈
기억 중의 하나. 그러나 이제는 그들을 다 용서했다고 합니다. 왜
냐하면 그는 아르뛰르 랭보를 너무나 좋아하는 반은 프랑스인.
오늘밤에도 그는 흑맥주잔을 높이 들고 먼 동방에서 온 아내의 친
구들 앞에서 랭보의 시를 줄줄 외우곤 합니다. "오 계절이여, 오
성(城)이여,/ 어느 영혼이 잘못 없으랴?"
[2007년 발표 시집 「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에 수록]
¹허수경(許秀卿, 1964-2018)은 대한민국 시인이다.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독일로 가 현재 뮌스터대학 고대 동방문헌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2018년 10월 3일 위암으로 인하여 타계하였다. [출처: 위키백과]
모차르트(1756-1791)가 23세 때 작곡한 바이올린 소나타 제26번(B플랫 장조) 中
1악장(Allegro moderato)이며,
이츠하크 펄먼(1945 ~ ) 바이올린, 다니엘 바렌보임(1942 ~ ) 피아노 연주입니다.
(1990년 연주 녹음예요)
https://youtu.be/zXohBEMKVxo
첫댓글 ㅎㅎ
그렇죠
결함 없는 영혼이
어딨겠어요 ㅎㅎ
멋진 글
아름다운 음악
잘 감상했습니다 ^^
돌이켜보면 숱한 잘못을 했었지요.
그래서 상대 잘못에 너그러워야 하는데 말입니다. ㅎ
평안한 하루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