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태홍의 몸은 그녀가 회복시키기도 힘들게 조각조각 잘라져 나갔다.
휘는 피로 물들어도 원래 붉었었던 카펫을 바라보다가
인상을 쓰고 결국 억울하다는듯 눈물을 흘렸다. 시월과 대신들은 그것을
'살려낼수없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하인들로 하여금
그 시체를 회수해 나가도록 하고 휘를 데려가도록 하였다.
두무리로 나뉘어 같이 나가는 하인들 틈에서 휘는 리태홍의 조각들을
향해 안쓰럽단 눈길을 보내다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발길을 멈추었다.
그런 그녀를 본 하인들은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빨리 나가지 않으면 불호령이
떨어질 터인데 그렇다고 휘는 태자에게 바쳐진 아이, 함부로 대할수도 없었다.
휘는 뒤를 흘끗 쳐다보더니 다시 옆의 조각들에 시선을 두고 또 뒤를 돌아보더니
앞으로 나가버렸다.
시월은 그것이 자신을 책망하는 눈빛인지 무엇인지 가늠하지는 못했으나
자신을 그렇게 쳐다보는 이도 없어서 재미있다는듯 웃어주었다.
\
사각, 사각 , 사각
휘가 불편한듯 자꾸 움직였다. 그도 그럴것이 작은체구에 맞지 않게
화려한 옷을 입고 여러가지 장신구를 억지로 끼고 걸고 발에는 맞으나
요상한 장신구때문에 무겁기 짝이 없는 신을 신었기 때문이었다.
옷을 입혀주던 궁녀리엔이 그런 그녀를 불쌍하다는듯 쳐다보았다.
대략 많이 가늠해봤자 열셋, 열넷 좀 안되보이는 체구에 새하얗고
잡티 없이 깔끔한 피부에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카락,
깊이 들여다봐도 계속 검정밖에 보이지 않는 눈동자는 신기로왔다.
_통통
방문 옆 속이 빈 나무(장식용)를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리엔(궁녀)이 친구들끼리
상궁들 몰래 만들어놓은 암호같은것이었다.
두번인것을 보니 서두르라는 소리고, 손이 아닌 발로 톡톡 차 내는 소리니
누가 온다는 소리일것이다.
오 안돼, 이 작은 아이를 벌써 데려간단 말이야? 난 아직
아무설명도 못 해줬는데!! 이번에 이 아이마저 죽는다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궁을 탈출하고 말것이야
너무 어린 휘가 안쓰러운지 걱정이 된 리엔이 휘의 두 어깨를 잡고
그 특유의 검은 눈을 차마 직시하지 못하고 시선을 떨구며 낮게 읇조렸다.
「다른것은 생각하지 마, 오로지 살 궁리만 해. 어찌 여기 자명궁까지 온지는 모르겠으나
넌 어리니 궁녀가 되든 무엇이 되든간에 살수 있을지도 몰라, 황태자의 심기를
건드리지 마렴」
_드르륵
문이 열렸다. 두명의 사내가 휘를 데려가려 서있는 모습을 보자
지레 짐작하건데 삼사흘은 버틸것 같았다. 어쨌건 호위하는 자를 보냈다는 것은
그녀가 자신의 흥미감이 됬다는것을 주위 신하들에게 알리고 싶었다는 것이니까
「...갔다올게, 리엔」
리엔은 한쪽에 서서 시선을 떨구고 있다가
나가며 중얼거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듯 움찔했다.
_드르륵, 탁
「....이름, 가르쳐준적.....없는데」
\
황태자의 방 앞, 그 웅대한 문이 열리자 그가 보였다.
그리고 휘의 검은 눈동자에 비치는 여자여자여자 그리고 여자
분명 태자의 방에 왔는데 이건 무슨 하렘도 아니고 철없는
그 꼴에 휘는 살짝 인상을 썼다.
휘의 뒤를 졸졸 따라오던 무사중 한명이 뒤로 돌아나가자 나머지
한명도 나가려 하였다. 그러자 휘는 그의 옷자락을 붙잡고
중얼거렸다. 지독한 향수냄새에 머리가 아파옴을 느끼며
「나갈래」
아, 이건 또 뭔 상황이지? 들어온 재물이 나가려 한다고? 오 이런
꼬마야 제발 부탁인데 그 옷자락 좀 놔라 난 안그럼 난 그 바짓단을
찢어야 되는게 아니라 내 모가지를 잘라야 할거야
그의 생각은 들릴리도 없는 휘가 이번엔 한술 더떠 자신의 주위에서
자신을 좀 요상한 눈으로( 정확히 말하자면 '저건 뭐야?' 하는 눈) 바라보는
여자들을 향해 손짓으로 제스쳐를 보냈다.
당신들/향수냄새/정말/아니다
대략 저런 내용의 손짓을 하자 그 뜻을 알아차린 태자가 재밌다는듯 씨익
웃었다. 주위 여자들도 그 정도 제스쳐 정도는 넓은 아량으로 넘어가 주겠다는듯
호호호호 웃었다. 비록 그 얼굴에 경련은 지우지 못했지만
「아가, 이리 오렴. 」
이번엔 네 차례다. 하는듯이 휘를 놀리려고 마음먹은듯한 가슴께가 푹 파이고 속이 거의 비치는 야한 옷
차림의 여인이 말을 걸었다. 그러나 휘는 나가려고 바둥바둥 거렸고 휘를 다치지 않게
막으려고 애쓰는 무사또한 휘에게만 관심이 쏠렸기에 그 말은 무시되었다.
「다리가 짧아 이 안을 돌아다니기엔 힘드나 보구나, 여기까지 그 짧.은.다.리로
걸어오느라 고생했을 터이니 이리와 좀 쉬는것도 좋지 않겠니?」
시월은 너무 노골적으로 휘를 공격하는 여자를 보며 인상을 썼다.
게다가 이번엔 직격타였다. 휘는 천천히 뒤로 돌아 여자를 쳐다보더니
아까의 제스쳐를 이번엔 읇조렸다.
「.......당신들 향수냄새에 눈을 못뜨겠어, 특히 거기있는 당신- 머리로 삼층석탑 지었니?
왜이렇게 높아?」
「뭐, 뭐뭐뭐...뭐?!」
시월은 그 모습에 황당하다는듯 시니컬하게 웃고는 손짓을 해 웬일로 여인들을 놀리지도 짖궂게 욕을
보이지도 않고 그냥 내보냈다.
내보낸 후에도 계속 생각나는듯 얼굴에 미소하나 걸어놓고
자신도 따라 나가려고 고전분투중인 휘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뭔가 생각난듯 무사에게서 휘를 떼네어 번쩍 안아 올려 창가로 휘적휘적 나가버렸다.
_덜컹
「?!......!!」
_파삭
창을 넘어 나간곳은 연못이 하나 있고 풀들이 우거진 곳이었다.
시월은 품에 안긴 휘를 보더니
「이 곳이면 향에 취해 도망가려 들진 않겠지?」
하고 중얼거렸다.
휘는 아까까지만 해도 뭔가 고고하고 당당한 이미지더니 이번엔
단단히 굳어서 입을 꼭 다물고 그 작은손으로 내려달라고 탁탁 쳐댔다.
창가에 기대어 근황을 지켜보던 무사는 그 모습에 놀라
아예 실신하는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감히 미친황자(통칭)를 치다니
몰라서 그런거니 하고 넘어갈 위인도 아닌데!!
「.....내려놔」
「미친거냐, 아님 타국에서 온 이방인이라 모르는거냐?」
아니나 다를까 그나마 좀 낫게 물어봐주기라도 하는 시월의 모습에
안도를 느끼긴 개뿔, 만약 자신이 저 아이였다면 아마 무서워 찍소리 못하고
있을지도 모를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오히려 시월의 그런 모습에 평소 마인드를 되찾은듯한 휘는
시월에게서 떨어져 나와 제 다리로 서서 시월을 올려다봤다.
제 키에 머리 두개쯤 추가해도 닿을락 말락한 큰 키에 옅은 갈색눈, 아니 살펴보니
모든것이 옅고 차가워 보였다. 옅은 피부, 옅은 눈, 옅은 청남빛 머리칼
그래도- 아름다웠다.
시월은 여전히 무서운 모습이었으나 곧 그녀가 뭔가 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그녀를 훑어 보았다. 아까 보았을때와 비슷한 이미지 였으나
뭔가가... 꼭- 달빛때문인가
「저, 이거 떼도 되?」
이래저래 어이 없는 기분을 많이 느끼는 날인것 같다. 아까는 허탈했고 그 후에 황당했으며
지금은 어이가 없다. 한나라의 황태자이며 웬만한 전쟁엔 모두 참전하여
승리한 후로 웬만한 이방인이라 할지라도 자신은 알고 있을 것인데, 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듯
말을 했고 행동했다.
시월은 무한히 반복되는 황당함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뭘 떼도 되냐고 물었는지는 몰랐다.
찌익.
「.......어라」
그녀가 떼고 싶다고 한것, 장신구 라고 생각했던 옷장식.
「........어라」
대략 시월이 생각한 그녀가 떼고 싶다고 생각한것, 머리장식쯤
그녀가 떼어낸것은 장신구라고 느낀 옷장식이었고 고로 떼어내다 말고
그 무거운 장신구는 찌직이란 소릴 내며 옷과함께 동반자살을
해버렸다. 한마디로
「........다른옷 없어?」
옷이 찢어져버렸다.
첫댓글 어머, 재밌어요!!! 휘 넘넘 귀여워요>_<//
Yo. 휘 짱귀여워요
재밌어요!ㅠㅠ
으힛으힛ㅋㅋㅋㅋㅋㅋㅋ휘너무너무큐트해요♥ 다음편도기대되요
으아 귀엽다 담편보여주세요 /ㅁ/ 기대 헤헿
휘, 너무 귀엽습니다. >ㅁ<
꺄아아아 휘너무귀엽당...
색다른 소설.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