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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지 은 이 : 신영복
출 판 사 : 돌베개
추 천 인 : 이유상
언제 이 책을 읽었던가?
신영복 선생님이 감옥에서 쓰셨던 편지글들을 모아서 엮은 이 책을 언제 읽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때 읽으면서 느꼈던 감동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아, 그 절망의 무기징역 감옥살이에서도 이처럼 맑은 글을 쓸 수 있다니.... 한 줄, 한 줄,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참 감동이었습니다. 다음 페이지에는 어떤 내용의 글이 활자화되어 있을까, 페이지를 넘길 때가 되면 내심 설레기까지 했습니다. 글은 이렇게 쓰는구나, 많이 감탄했습니다.
너무 감동하여 한동안 이 책을 학생들에게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고 3학생들에게 수능이 끝나면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읽는 동안 너무 행복했습니다.
제가 느꼈던 그 행복감을, 설렘을 우리 학생들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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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학교 축제 며칠 전에 교무실로 찾아온 도서반 학생이
“선생님들이 추천하시는 책을 판넬로 만들어 축제 때 전시·소개하려고 하니 책 한 권 추천해주세요.”
했을 때에 주저 없이 신영복 선생님의 위 책을 일러주고는 자상하게도 추천의 辯(변)까지 적어주었습니다.
작년 말, 경호가 부산 해양대 항해학과에 합격했다며 교무실로 찾아와 인사를 했을 때에도 ‘世波에 맞서 네 삶을 항해하라’고 꼰대 티 팍팍 나는 몇 줄을 겉표지 안쪽에 적어서 다음날 축하선물로 건네준 것도 위 책이었습니다.
그럴 정도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추천의 변’ 문구는 과장이 아닙니다. 이미륵 선생님의 <압록강은 흐른다>, 김성칠 선생님의 <역사 앞에서>와 함께 제가 학생들에게 강추하는 책입니다.
그렇게 제가 존경하고 흠모했던 신영복 선생님이셨는데 선생님의 부음을 지난 주말에 갑자기 접하게 되어 크게 놀랐습니다. 우리 시대의 참스승을 떠나보내는 마음이 참 울적했습니다.
그 신영복 선생님의 영결식을 오늘 지켜보았습니다.
11시의 영결식에 40여 분 앞서 성공회대학교에 도착해서 아직은 한가로운 교정을 둘러보니.....
선생님의 빈소가 마련된 대학성당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선생님을 추모하는 엽서가 빼곡히 걸려 있고
선생님을 모시고 갈 운구차는 벌써부터 채비를 차리고 있습니다.
2층의 대학성당은 이미 만원이어서 영결식이 영상 중계되는 1층 강당으로 내려갔습니다. 훈훈한 강당으로 제가 들어설 즈음에는 아직 빈 좌석이 많았는데 식이 시작할 무렵에는 빈 자리가 없음은 물론이고 양쪽 통로와 중앙계단에도 추모시민들이 가득했습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음에도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습니다.
식이 시작되기 전, 강당의 대형스크린에서는 선생님의 생전 모습이 슬라이드쇼로 한 장씩, 천천히 지나갑니다. 온화한 표정 하나하나에서 故人의 선한 삶의 궤적이, 진지함이, 知性이 오롯이 전해집니다.
생전의 선생님 그림과 함께 ‘모든 것을 받아들여서 ’바다‘라고 한다’는 글귀도 스크린에 비쳐집니다.
영결식이 진행되는 1시간 반 동안에는 감히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별세기도와 고별예식에 이어서 3번째 순서인 ‘言約(언약)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는 방송인 김제동이 사회를 보고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등 너댓 분이 나와서 조사를 해주었는데 하나같이 구구절절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특히 가수 정태춘이 ‘떠나가는 배’를 부를 때에는 눈꼬리에서 발원한 눈물이 양 볼따구니를 타고 흘러내리기까지 합니다.
영결식의 맨 마지막은 선생님의 생전 영상 노래를 선창삼아 추모객 모두가 따라 불렀습니다. 또 뭉클했습니다.
“♬ 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강물 따라 가고 싶어 강으로 간다.
강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
성공회 미사식의 영결식이 끝나고는 운구가 2층 성당에서부터 조심스레 내려와 운반됩니다.
흰국화 한 송이씩을 든 추모객들은 길 양편에 서서 선생님의 마지막 길을 배웅합니다.
이윽고 운구는 차에 모셔지고
영정은 선생님의 연구실을 마지막으로 둘러보기 위해 교수회관으로 오릅니다.
연구실을 둘러본 영정이 차에 오르자 천천히 운구차가 움직입니다.
20년 2개월의 감옥생활 끝에 1988年 8·15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한 선생님을 유일하게 받아준 곳, 그 고맙고 정든 직장을 영원히 떠납니다.
.... 바다로 갑니다.
선생님은 한 그루 나무였습니다.
그 나무가 우리에게 누누이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자”
운구차가 떠나기를 기다리는데 교정의 소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옵니다. 오늘따라 예사롭게 보이질 않습니다.
비록 저렇게 잘리고 뒤틀리고 옹이투성이일지언정 저처럼 푸르른 자기 빛깔 잃지 않았으면....
선생님과 동시대를 살아서 참 행복했습니다.
영면하시길–.
첫댓글 강의라는 선생님의 책 서경편에서 군자무일에 대해 얘기 하신게 생각합니다. 필부안일의 현실에서 이런분이 가시니 주공을 그리워하신 공자님이 생각납니다.
꾸벅~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대학생이 되어 처음 선물 받은 책이었습니다.
어린 저에게 세상을 가르쳐준 책, 마음을 가르쳐준 책이었습니다.
선생님의 부고를 이 글을 읽고 알게 되었네요.
편안하시길 기도합니다.
그 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