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병사, 인생의 여행길입니다. 사람들은 생로병사의 자연법칙에 따라 살다가
저 세상으로 떠나갑니다. 태어나서 살다가 병고없이 편안한 죽음을 맞고 싶지만
그건 생각되로 잘 되지 않습니다.
나는 마흔여덟에 충수염 수술을 받았고, 쉰여덟에는 담석증 수술을 받았습니다.
쓸개 빠진 놈이 되다보니 어떤 일을 처리할때 분명하게 하지못하고 줏대없이
우왕좌왕하기도 하고 남보다 잘못하고 뒤쳐지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중년 들어서면서 부터 소화기능이 약해서 항상 표준체중 미달이고 얼굴이 핼쑥하지만
장기 두가지가 없어도 그런대로 별 지장없이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나이 70을 넘어서면서 부터는 여기저기 고장이 자꾸 생겨나고 있습니다.
전립선비대증이 생겨 급박뇨 증세가 있고 자다가 하루밤에도 두세번씩 소변 때문에 잠을 깹니다.
2년전엔 왼쪽 무릎이 붓고 심한 통증이 와서 병원에 갔더니 퇴행성관절염이라 하면서
무릎에서 주사기로 두 대롱의 물을 빼내고 약처방을 받았는데 그 이후는 지금까지
계속 소염진통제를 복용하고 있습니다.
약을 먹고 있어도 가끔씩 통증이 오고 무거운 물건을 들면 바로 후유증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아내는 나보다 건강이 더 좋지 않습니다. 육십 전엔 비교적 건강했으나 서서히
몸 여러 부위에 병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냉증에 갑상선저하증, 골다공증,
콜레스테롤 상승에다가 척추관협착증에 의한 무릎관절통 등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급기야 4개월 전부터는 허리와 다리에 통증이 심해 혼자 일어서고 걷고 하는것 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어서 화장실 가는데도 옆에서 팔을 잡고 부축을 해주어야 했습니다.
활동을 할 수가 없으니 밥을 하고 설겆이를 하는 부엌일은 내가 하게 되었습니다.
주방일을 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글로 써서 MBC에 보냈더니 지난 1월 22 일
양희은, 서경석이 진행하는 여성시대 프로에서 방송되었습니다.
방송된 내용의 글과 녹음 자료를 올려봅니다.
나의 주방수업 참가기(여보, 당신 옆엔 내가 있어요!)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윤충언 "여보, 당신도 주방일에 관심을 갖고 반찬 장만하는 일이라도 같이 해봐요. 둘이 살다가 내가 혹시 몸져 눕기라도 한다면 그 땐 어떻게 할거여요." 평소 아내가 나에게 가끔씩 한 말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런 말을 먼 산 풍경 바라보듯 별 관심없이 한 귀로 듣고 그냥 흘러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현실이 되어 우리집을 찾아왔습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주부들이 하루 세 끼 음식을 마련하듯이 우리집도 예외는 아닙니다. 나는 지금까지 식사시간이 되면 식탁에 앉아 아내가 차려주는 음식을 별 생각없이 먹기만 했습니다. 남자가 부엌에 얼씬거려서는 안된다는 교육을 받아왔기에 음식은 으레 여자가 마련하고 상차림을 하는 것으로 여기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몇 달 사이 제가 예비신부가 된 것처럼 앞치마를 걸치고 주방일을 해야만 하는 일이 생겨났습니다. 몇년째 허리가 아프다던 아내가 어느날 갑자기 다리가 심하게 아프다면서 일어서지를 못했습니다. 병원진단 결과는 척추관 협착증으로 아픈 허리 때문에 다리에 통증이 왔다는 것입니다. 화장실을 갈 때도 옆에서 팔을 잡고 부축을 해주어야만 했습니다. 평소에 허리에 불편을 느껴왔는데, 심한 아토피 때문에 성남 분당에서 내려온 외손자를 돌보느라 무리를 한 것이 병을 키운 것 같았습니다. 외손자는 병이 많이 호전되어 돌아갔지만 아내에겐 그 후유증으로 척추관 협착증이 생겨났습니다. 아내가 일어서지를 못해 통원치료를 받게되자 세 끼 식사준비와 설겆이를 해야하는 주방일은 내 차지가 되었습니다. 주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라면을 끓이거나 압력밥솥에 밥을 할 줄 아는 정도, 그 정도가 80이 다 된 내 실력의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된장끓이기 부터 한 가지씩 반찬 만드는 방법을 배워야만 했습니다. 요즘은 아내가 가르쳐 주는대로 재료를 준비하고 반찬 만드는 방법을 하나하나 익혀나가고 있습니다. 나물 삶아 무치기, 무우생채 만들기, 시레기국 끓이기, 멸치볶음, 갈치조림, 생선찌게, 콩나물 무침, 호박죽 끓이기, 부추전 부치기 등을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궁하면 통한다.'더니 굶지않으려고 내가 만든 음식으로 아내도 먹고 나도 먹으며 끼니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차려진 음식만 먹었을 때는 음식의 재료와 요리과정을 모르고 먹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반찬을 직접 만들어 보니 그 수고가 만만치 않습니다. 재료를 준비하고 씻고, 썰고, 알맞게 간을 넣고, 적당한 온도와 시간동안 익히고 끓이고, 굽고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조리를 할 때 음식에 따라 재료 넣는 순서가 있으며 익히거나 끓이는 음식은 적정한 시간이 있고 소금이나 간장, 식초, 고추가루, 설탕, 물엿, 마늘, 생강, 참기름이나 들기름, 멸치액젓, 기타 등등 맛을 내는 양념들이 음식에 따라 다르게 들어가야 합니다. 아내의 조언에 따라 한다고 해도 음식 간이 맞지 않거나 너무 삶거나 졸이거나 태우거나 설익게해서 아내가 해주던 음식맛과 비교가 됩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했는데 '주방은 좁아도 할 일은 많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반찬 한 가지를 장만하는데도 재료 준비와 조리과정에 잔손질이 많이 가고 음식을 먹고나면 설겆이가 뒤따릅니다. 같은 일이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번 반복되면서 귀찮은 일이 많다보니 밥상을 차려야 하는 횟수에 따라 남편의 호칭이 영식님, 이식씨, 일식군, 삼식XX로 다르게 불리는 우스갯소리가 SNS에 떠도는 것 같습니다. 주부들이 주방에서 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과 아내가 해주던 음식이 그냥 저절로 쉽게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체험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주방일을 해보면서 결혼 후 50년 간 아이들과 나를 위해서 헌신해 온 아내의 노고와 고마움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내의 병세가 차츰 회복되어 가고 있지만 앞으로 집안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아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가사를 도와야 하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여보, 당신 옆엔 내가 있어요!” |
<가운데를 클릭하면 녹음된 방송 내용이 나옵니다>
첫댓글 한마음, 자네가 올린 글 공감하네. 70세가 넘으면 가정은 부부가 공동 운영체네.
전립선 비대는 수술을 받으시길 권하네, 요즈음은 2시간 내로 수술을 쉽게 하네.
음식 만들기는 뇌 활동에 도움이 되는 一擧兩得. 나도 열심히 하고있다네.ㅎㅎㅎ.
나이 들어가면서 아내의 존재와 가치를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되네.
전립선은 아직은 큰 고통은 아니니까 좀 더 두고 봐야겠네.
고맙네.
한마음, 언제나 한결 같은 한마음- 올린글을 감명깊게 읽었네
나이가 많으니 집집 마다 같은 풍경일거네 무릎과 허리가 안 아픈 사람이 별로 없다네 한두가지 병과 함께 살아 가는것,
그러니까 조심 조심 살아야 한다네.나는 몸이 아파 병원에서 죽어가다 살아온 사람이네.병 가진 사람이 무병한 사람보다
오래산다네.얼굴도 마음도 고운 사모님과 해로 하면서 아직 살 날이 많다네
그래. 나이 들면 병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 맞는것 같네.
건강을 되찾은 자네를 만나고 볼 수 있어서 좋으네.
조심조심 살아가세.
오라는데는 없어도 갈 곳 많아 돌아다니다가 뒤늦게 우리 cafe를 방문했네.한마음의 '나의 주방 참가기'가 여성시대에 방송되고 다기능조리기를 선물로 받았더군. 그 수고로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터이니 저으기 다행스러우이. 삶의 무게나 심신의 고민과 통증이 개인차는 있어도 어느 가정에나 있나보네.나는 한마음의 주방수업참가기를 자네 내외분의 고통과 수고로움도 가슴저려오지만 참가기의 문학성을 염두에 두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구먼.나도 오늘 아내의 견비통 때문에 병원엘 다녀왔네.우리 모두 힘내세.이 나이에 완치는 기대 못해도 많이 호전되거든 한 잔 하세.건배사는 '마시자!'로.
석교수!
격려의 글 고맙네. 이제 우리는 병과 함께 살아가야 할 나이인가 보네.
병을 친구 삼아 가는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