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전 스님의 본생담으로 읽는 불교
24. 쿰바 본생(‘본생경’ 512번)
술이 부르는 파계의 연쇄작용 다음 생까지 이어져
우연히 발견한 술 팔면서 도시 황폐해지고 결국 목숨 잃어
쉬라바스티왕 술 마시려 하자 제석천이 몸소 나서 말리기도
음주로 정신 혼미 불살생·불투도·불사음·불망어도 쉽게 어겨
쿰바본생에 등장하는 ‘제석천의 술병’.
술은 긴장을 풀고 스트레스를 날리며 인간관계를 완충하는 역할 때문에 연말이면 술을 통해 한 해를 정리하고자 하는 경우가 있다. 부처님은 술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셨을까? 본생담 중 술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이 법화는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실 때, 사위성의 술 축제 기간에 비사카(Visakha)의 친구 오백 명의 여인들이 부처님의 게송을 듣고 술에서 깨어나 수다원과를 얻게 된 데서 시작된다.
비사카가 낮에 부처님을 초대하여 큰 보시를 행한 뒤, 저녁에 부처님의 설법을 듣기 위해 기원정사로 갈 때, 그녀의 친구 오백 명은 낮에 술을 마시고, 저녁에 그녀와 동행하면서도 술을 마시다가 부처님 앞에 나아갔다. 그녀들 중에는 부처님 앞에서 춤을 추는 이도 있고, 노래를 부르는 이도 있었으며, 손이나 발로 장난하는 이도 있고, 말다툼을 하는 이도 있었다.
부처님께서 미간에서 백호 광명을 놓아 주위를 어둡고 스산하게 하니 그녀들의 술이 깨었다. 부처님은 거기서 사라져 수미산 정상에 나타나 다시 천 개의 달이 떠오르는 듯한 백호 광명을 놓고 게송을 읊었다.
언제나 불길에 타고 있는데/ 무엇에 웃으며 무엇을 기뻐하는가/ 너희들 어두움에 싸여 있나니/ 어찌 등불을 구하지 않는가?
이 게송을 듣고 그녀들은 모두 수다원과를 얻었다. 부처님께서 돌아와 향실에 앉으시자, 비사카는 “부처님, 창피도 모르고, 비방도 알지 못하게 하는 술이란 언제부터 생긴 것입니까?”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바라나시에서 범여왕이 나라를 다스릴 때, 설산에 나무 한 그루가 사람 키 높이에서 가지가 세 개로 갈라졌다. 그 갈라진 사이에 술병만한 구멍이 있어 비가 오면 물이 고였다. 가자, 산사, 후추 등 주변 열매가 익어 터진 것들과 새들이 먹다 떨어뜨린 곡식 등이 그 구멍에 떨어졌다. 그 물이 태양열에 뜨거워져 붉은빛이 되었다. 뭇 새와 짐승들이 그것을 먹고 취해 나무에서 추락해 쓰러져 자다가 일어나서 기분 좋게 날아갔다. 그때 가시국 사람으로 수라라는 산(山)사람이 그것을 보고 자기도 마셨다. 취하면 고기가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술에 취해 나무 밑에 떨어진 메추리, 닭 등을 주워서 구워 먹었다. 근처에 바루나라는 고행자가 살았는데, 그에게 권해서 같이 마시고 고기도 구워 먹었다.
둘은 왕에게 술을 팔기로 하고 마을로 갔다. 왕이 마시고는 자꾸 가져오라 하자 원료와 나무껍질을 섞어 술을 만들었다. 그 성 사람들이 모두 술을 마시고는 방탕해지고 가난해져 그 성은 망해 버렸다. 둘은 바라나시로 도망가서 왕과 도시에 술을 팔았다. 또 도시가 황폐해졌다. 그들은 사계다로 갔고, 다시 쉬라바스티로 가서 왕에게 술을 사라고 했다. 쉬라바스티의 삽바밋타왕이 그들의 말을 듣고 술을 만들게 했다. 수라와 바루나는 오백 개의 병에 재료를 담고 병을 지키도록 고양이 한 마리씩을 매어 두었다. 술이 발효되어 병 밖으로 넘쳐 나오는 것을 고양이들이 받아먹고 취해 잠이 들었다. 쥐들이 취한 고양이의 귀, 코, 수염, 꼬리 등을 갉아먹었다. 왕은 그들이 독을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두 사람의 목을 비틀었다. 그들은 “술을 주시오, 꿀을 주시오”하고 외치며 죽었다.
한참 뒤 술이 깬 고양이들이 일어나 돌아다니는 것을 본 왕은 그것이 독이 아니고 맛있는 꿀임을 알고 마침내 먹기로 하였다. 잔칫상을 차리고 옥좌에 앉아 대신들에 둘러싸여 술을 먹기 시작했다. 그때 제석천왕은 누가 부모에 효도하며 선업을 행하는지 이 세계를 둘러보다가, ‘만일 저 왕이 술을 먹게 되면 이 염부제는 망하고 말 것이다’ 생각하고, 술이 가득 들어 있는 술병 하나를 들고 바라문으로 변장하여 왕 앞의 허공에 서서 “이 병을 사십시오. 이 병을 사십시오” 하였다. 이를 보고 왕이 말했다.
“그대는 누구인가? 저 도리천에서 나타나 하늘의 달처럼 이 밤을 밝히니, 사지(四肢)에서 광명을 놓아 번갯불이 하늘을 비추는 것 같구나. 너는 저 공중을 날아와 서서 병을 사라는 그 말뜻을 말하라.”
제석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 병의 술을 마시면, ⓵ 벼랑이나 수채에 넘어지고 거꾸러질 때도 있고, 먹지 않을 것을 과하게 먹을 때도 있으리니, ⓶ 마음은 흩어져 구하는 것 없고, 풀을 찾아 헤매는 소처럼 의지할 데 없는 영혼은 사람을 가까이 해 노래하고 춤추리니, ⓷ 옷 벗고 알몸으로 마을과 거리를 방황하고, 멍청해 잠자기를 때도 안 가리리니, ⓸ 현자이면서도 말이 많나니,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을 것을 말하고, 토한 것 위에 거꾸러지고 뒹굴며 미끄러지나니, ⓹ 눈은 게슴츠레하고 마음은 커져, 이 땅덩이는 다 내 소유다, 나는 사방을 다스리는 임금이라 생각하리니, ⓺ 잘난 체, 더 잘난 체, 말다툼, 두 가지 말, 추한 모양, 도망치기, 도적과 도박꾼의 돌아가는 곳이리니, ⓻ 수천 가지 보물을 가진 집에 태어났어도 재물을 모두 잃고 말리니, ⓼ 교만한 사내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욕하고, 계모와 양녀까지 범하고 마나니, ⓽ 교만한 여자는 의부와 남편까지 욕하고, 종이나 하인을 범하는 일 있으리니, ⓾ 사문이나 바라문을 죽이고, 그것이 원인 되어 나쁜 곳에 떨어지리니, ⑪ 남의 심부름꾼 되어 서둘러 해야 할 일도 그 일의 내용을 깨닫지 못하리니, ⑫ 머리를 떨어뜨리고 눕는 것은 막대기에 실컷 맞은 소와 같네. 술 힘을 견디기 어렵나니 ⑬ 열 왕의 형제는 바닷가를 소요하며 절구 공이로 서로를 때렸나니, ⑭ 아수라는 몹시 취해 영원히 도리천에서 사라졌나니, 그대는 이 병을 사라.
이 말을 듣고 왕은 술 기구를 모두 부수고 계율을 지키며 보시를 하다가 천상으로 갔다. 그때 왕은 아난다요, 제석천은 부처님이다. 그러나 염부주는 술을 마시는 사람이 차츰 많아졌다.
술 마시면 방탕하고 함부로 해서, 모든 공덕이 흩어진다. 술은 파생적 연쇄효과가 크다. 옛날에 계를 잘 지키고 어진 우바새(남자신도)가 먼 여행에서 돌아왔는데 집안사람들이 모임에 나가고 없었다. 그는 갈증이 심해 그릇에 담아 놓은 물을 마셨다. 그것은 술이었다. 이때 이웃집 닭이 들어오거늘 잡아먹었다. 그 닭을 찾아 이웃집 여인이 들어오거늘 강간하였다. 고발당하여 관에 나가 바른대로 진술치 않으니 그 파한 계율이 다섯 가지다.
술 마시면 마음이 그믐밤에 안개 낀 계곡의 수풀과 같아진다. 바른 선정은 보름달이 선명하게 비치는 청명한 연못이다. 지혜종자가 없어지는 것이다. ‘륜전오도경’에 죽어서는 똥물지옥에 떨어졌다가 성성이(원숭이)가 되고, 뒤에 사람 몸 받아도 어리석고 아둔하다 하였다.
[1662호 / 법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