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지리산 천왕봉을 찾았다.
2017년 딱 요맘때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종주하는 이른바 화대종주 산악마라톤대회에 참가했던 이후 상당히 긴시간 동안 반성하며 자숙하고 있었던 것인데...
그날 이후로 참 많은게 변했다.
몸은 깊은 부상의 굴레에 빠졌고 당연히 체력이나 몸의 밸런스, 거기에 정신까지 화대종주 이전과 이후가 분명하게 구분이 됐으니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다른 요소들도 다양하게 있겠지만 준비부족이 제일 클 것이다.
체력만 충전하고 훈련만 한다고 준비가 된 게 아니고 변화무쌍한 산악의 환경에서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마음가짐도 분명 달랐어야만 했다.
이토록 크고 높은산을 마치 야산이라도 되는 마냥 오르내리며 시간이나 재고 또 그 결과에 우쭐하고...그랬던 오만의 결과는 참으로 참혹하고 길었다.
재작년과 지난달에 성삼재를 기점으로 반야봉까지 왕복하며 조심스럽게 지리를 탐구했지만 천왕봉을 찾기엔 마음의 부담이 너무도 컸었다.
그러다가 휴가 말미에 동료들과 함께 중산리를 기점으로 천왕봉을 오르는 산행이 이루어졌고 참으로 복잡한 마음속에 발걸음을 들여놓는다.
전주에서 5시 경 출발
휴게소를 두군데 거친 뒤 중산리에 이르고 보니 윗쪽 주차장은 이미 만차가 되었는지 길 중간에서 통제를 하고 있다.
걸어서 올라가는 거리가 1Km는 넘을 듯 싶은데 날이 더워서 벌써 땀이 나기 시작한다.
산행의 전체적인 흐름은
07:42 중산리 출발
09:01 로타리산장 (휴식)
09:55 천왕샘
10:07 천왕봉 (휴식)
10:54 장터목 산장
12:52 중산리 도착
3주 연속으로 산을 찾아서 그런지 근력과 체력은 아쉽지 않을 정도로 문제가 없었다.
다만 마음속에서 자꾸만 되살아나는 회한은 몸까지 무겁게 짓누른다.
단순히 체력으로 극복되는 문제가 아닐게다.
아들들과 겨울에 올랐던 적도 있었고 그보다도 전엔 팬아시아팀과 여기를 시점으로 성삼재까지 당일종주도 해본데가 진주에서 근무할 땐 혼자서도 초스피드로 오르내렸던 코스인지라 산행 자체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천왕봉에 이르고보니 운무가 적당히 가려진 상태였는데 다시보는 풍경은 정말이지 느낌이 다르다.
산에 다니면서 대자연을 느끼고 호흡하며 하나가 된다는 것이 무얼 뜻할까?
아니 마라톤 이후에 뭘 놓쳤었을까?
6년만의 산행이 이후로 모든걸 다 해결해주지는 않겠지만 다시 발을 디뎠으니 겸허한 마음으로 가끔씩 찾아 오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