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고도 끔찍하다. 개그우먼 이경실씨가 남편에게 야구방망이로 구타당해 전치 6-8주의 부상을 입고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누구나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항상 유쾌하고 씩씩하게 웃음을 선사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던 이씨가 이런 불행한 사건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서일 것이다. 연예인들도 보통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화려해 보이는 겉모습 뒤에 나름대로의 사생활과 가정사가 있기 마련이다.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거나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폭행사건에서 드러난 것은, 돈도 잘 벌고 유능하고 직업적으로 성공한 여성이 사실은 그동안 남편의 폭력에 시달려온 매맞는 여자였다는 사실이다. 사회에서 나름대로 힘있는 여성들도 아내의 자리에서 남편의 폭력 아래 살고 있다는 것은 우리사회에 가정폭력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예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가정폭력을 공권력으로 무겁게 다스리는 것은 가정폭력이 사회의 폭력으로, 사회의 폭력이 다시 가정의 폭력으로 악순환을 거듭하며 그것이 폭력범죄로 연결되고 많은 청소년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사회는 학교나 가정, 군대 등에서 폭력을 미화하거나 폭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당연시 되고 웬만한 가정폭력에는 눈을 감는 경향이 있다.
이씨의 경우 사회적으로 잘 알려진 연예인이다. 웃음을 선사하는 직업을 가진 그를 시청자들은 이번 폭행이라는 불행한 사건과 떼어서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육체적 정신적 상처뿐 아니라 직업생활에도 중대한 상처를 입었다. 남편이 아내를 야구방망이로 때린 사실을 인정하고 아내는 심한 상처를 입었어도 남편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매맞는 아내들은 여러가지 가정사를 고려하여 폭력 남편의 구속을 요구할 수 없다. 다른 나라들처럼 피해자의 견해와 상관 없이 폭력현행범에 대해 엄중한 조처를 취하는 것만이 만연한 가정폭력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