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카페고 톡방이고 거의 안 보다가
올해부터 열심히 소통해보자고 마음먹고
카페를 처음 들어와 보니 참 썰렁하더라고요 ㅋ
불필요한 잡담을 지양하시는 이유도 있겠지만
당장 저부터도 카페에 친밀감이 느껴지질 않아
3.7일간 매일 게시판에 불 켜기 원을 세웠습니다
무슨 일이든 21일간 계속하면 친밀감이 붙기도 하고
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그 정도밖에 없어서요
저는 똑똑하고 견처가 지혜로운 사람도 아니고
많이 배우거나 학식이 뛰어난 사람도 아니며
그렇다고 인품과 덕망이 고매한 인격자도 아닙니다
그저 가정 꾸리며 밥 먹고 사는 장삼이사 아낙이지요
내세울 것이라곤 에너지가 넘치고 기운이 좋아
활기차고 밝은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정도? ㅋ
그래서 불을 지피거나 스스로 불씨가 되는 일이
가장 적성에도 맞고 뒤탈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앞으로도 매일은 아니라도 가끔 불 켜보겠습니다
조금이라도 밝고 따뜻한 활력과 생기가 전해지기를
내일부터는 템플스테이라 글을 못 올릴 것 같아
오늘도 명상 일지 하나 올리고 갑니다
414일차 명상 일지
인간관계에서 가장 스트레스 받고 답답해지는 경우는
내가 전하려고 하는 말이 전달이 잘 안 되거나
내 진심이 엉뚱하게 왜곡되거나 오해되거나
어쨌든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다
불통은 누구나 답답하고 울화통 터지는 것이지만
나만큼 소통 문제로 평생 고민해본 사람도 드물 텐데
내가 사람들을 싫어한다거나 세상이 싫어서
일찍부터 자살을 고민했다든지 하는 이유도
도통 말이 통하지 않는 인간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말로 해선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는 게 더 맞을지도
어릴 때는 화를 내고 싸우며 논쟁을 벌였고
어른이 되어서는 그냥 피했다
꼴보기 싫은 인간과는 한마디도 더 말 섞기가 싫었고
말 시작했다 하면 싸움나서 끝이 없다는 걸 아니까
그냥 입 다물고 상종을 안 하는 게 속 편했다
대신 내 속 끓이는 건 혼자 감당해야 한다
도를 닦든지 욕을 하든지 저주를 퍼붓든지
대부분이 이런 식으로 관심 돌리고 신경 끄면
더 이상 에너지 소모 없이 문제가 해결될 줄 안다
그런데 내 간화선 스승이신 명법스님께서는
이렇게 문제를 피해서 다 해결된 줄 착각하지 말고
스트레스와 답답함과 울화통의 원인인 그 대상을
이 뭣고 응시하며 정면 돌파하라고 하셨다
정확히는 대상이라기보다는 스트레스 받아
불편한 내 마음을 직시하는 것이다
어차피 답답한 쪽은 상대가 아니라 나이므로
번뇌를 피하거나 어설프게 소멸하려는 대신 이렇게
번뇌와 같이 있어주고 충분히 괴로움을 지켜봐 주어야
오히려 깨닫는 게 있지, 피하거나 싸우거나 미치거나
어떤 식으로든 거부해서는 백날 가도 소득이 없다고
(왜냐하면 거부하는 마음이 곧 진에=성냄이니까)
그래서 이 뭣고를 평소에 습관으로 익혀놓아야 한다
이미 감정이 상하고 나면 이 뭣고고 저 뭣고고
화두 챙기기가 어려우니, 인식과 판단 생각이 개입하고
감정이 날뛰기 전에 사띠와 화두가 바로 작동하도록
일종의 소방 방재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잘만 활용한다면 번뇌와 맞닥뜨려 돌파하는 쪽이
아무 스트레스 없이 평화롭게만 사는 쪽보다
깨닫는 데는 더 유리한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번뇌가 곧 보리란 말이 괜한 말장난이 아니다
천상보다 인간 세상이 도 닦기는 더 좋다는 것도
그러니까 이생은 틀렸으니 극락 가서 도 닦자
이건 편법이지 불교의 정공법은 아닌 셈이다
지금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챙기고 알아차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돌이켜 깨닫자는 게 불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