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산의 수줍은 미소'
금남호남정맥4구간(完) 강정골재-주화산-모래재
2011. 5. 22. (일) 비온뒤의 상쾌함
꼭지와 둘이서
일출 05:16 / 일몰 19:29 / 음력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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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간별 산행기록
06:10 강정골재 -산행시작-
09:10-09:40 부귀산
11:00-11:40 600봉
13:27 오룡동26번국도(가죽재)
14:35 누에기재
15:03 장구목재
15:42 오산리재
16:50 주화산
17:10 모래재휴게소 -산행종료-
2. 정맥종주거리 : 15.3km (이정표는 19km / 꼭지의 걸음으로 11시간) / 총누적거리(접근거리 포함) : 72.1km (완)
강정골재←4.0km→부귀산←4.0km→600봉←2.2km→오룡동앞국도←3.5km→641봉←1.0km→주화산←0.6km→모래재
3. 주의구간 : 부귀산 로프구간
4. 교 통 : 남대구I.C-진안I.C-강정골재 (자가운전 155km / 2시간)
5. 차량회수 : 모래재휴게소 - 강정골재 (진안택시 063-433-0048 /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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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개요
오늘 주화산에 올라서면 '금남호남정맥'은 끝이난다. 영취산에서 주화산(565m)까지 약
70km에 이르는 작은 산줄기이지만 호남정맥의 연장선이기에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주화산에서 호남정맥은 섬진강 유역을 경계지으며 광양 백운산으로 이어지고, 금남
정맥은 금강의 남쪽 수계를 형성하며 달리다가 부소산 백마강에서 맥을 다한다.
마이산 구간만큼은 혼자 지나기가 아깝다. 지난번 신광재에서 시작할 때는 산거북이님과
함께했는데 오늘은 꼭지와 길을 나선다. 마이산은 가까이서 보는 것 보다 산길을 걸으면서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훨씬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지난번에는 종일 마이산에 취해서 흥얼
거리며 걸었는데 오늘은 비 갠후 신비스런 미소로 다가서는 마이산의 아름다움에 푹 빠졌다.
보고 또 보고 아무리 바라보아도 그 갈증은 누그러들지 않았다.
원래 꼭지와 지난주에 출발하려고 했는데 사정으로 오늘로 미루게 되었다.
'마이산도 보고 고사리도 꺾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그 말에 꼭지의 마음이 동했는데
집을 나서니 그만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이 비오는데 산에 가?" 꼭지가 시위라도 하듯이
투덜거렸지만 "걱정마라 산에는 비 안온다." 자신있게 대답은 했지만 내심 걱정이다.
아니라다를까 고속도로에 진입하니 약 올리듯이 빗방울이 더 굵어진다.
거창을 지나면서 굵은 빗방울이 조금씩 잦아드는가 싶더니 진안에 도착하니 거짓말
처럼 비가 뚝 그친다. 자동차는 진안시내 인삼농협주차장에 세워두고 강정골재로 향한다.
강정골재에는 주차할만한 장소도 마땅치않고 중앙분리대가 있어서 여러가지 불편하다.
진안에서 강정골재까지는 걸으면 10분정도 걸린다.
강정골재 못미쳐서 마이산 두 봉우리가 반갑다며 구름속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멀어져 가는 마이산에 자꾸만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이 이토록 마음을 잡아끄는 것일까?
"멀어지면 안돼 가지마!" 가깝게 당겨도 보고 밀어도 보고...
어쨌거나 신비로움만 더할 뿐이다.
마이산을 바라보며 걷는 즐거움
호젓한 산길에 들어서니 비온 뒤의 맑고 상쾌한 공기와 초목들이 뿜어내는 향기가 온 몸에
스며든다. 길게 심호흡도 하고 코를 벌릉거려 보기도 한다. 앞으로 이러한 초자연의 향기는
머지않아 돈 주고 사야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지금의 생수처럼... 또한 벌목구간에는
고사리가 천국이다. 고사리는 비온뒤에 많다고 하더니 역시 산비탈 곳곳에 주먹을 불끈 쥔
아기손을 닮은 고사리가 앞다투어 솟아 오르며 숨박꼭질을 한다.
하늘마져 삼켜버린 마이산의 그림자
절제된 둥글레의 아름다움
부귀산 가는 길은 대부분 조망이 트인다. 고사리를 꺾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뒤를 돌아보며 마이산 두 봉우리를 바라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다. 등로 곳곳에는
은방울꽃과 둥글레가 군락을 지어서 반긴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은방울소리가
달랑달랑! 허공중에 울려퍼진다. 방울소리가 들린다고 했더니 꼭지가 피식 웃는다.
산에 열심히 다니다보면 보이지 않아도 보이고 들리지 않아도 들린다고 항변을 한다.
은방울꽃이 눈물 뚝뚝흘리며 반긴다.
<묘지가 점령하고 있는 부귀산 정상부>
부귀산에서 바라보는 마이산의 수줍은 미소
북진하던 정맥은 부귀산에서 서쪽으로 급하게 방향을 튼다. 정상에는 스텐표지판이 세워져 있고
중앙에는 묘지가 있다. 잔디위에 쉬기는 안성맟춤인데 이곳은 잡목이 가려서 조망이 없는 것이 흠
이다. 서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시야가 트이고 깎아지른 절벽위로 막힘없는 조망이 펼쳐진다.
아~~~!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허리를 감아도는 엷은 안개숲에 몸을 가리우고 수줍은듯 미소짓는 두 봉우리
가야할 주화산 방향... 활짝핀 철쭉마져 빛을 잃고
꼭지도 걸음을 멈춘 채 눈길을 떼지 못한다.
초록의 산빛에 애잔한 그리움이 일렁인다. 오늘은 무엇을 닮았단 말인가? 성숙한 여인의
터질듯한 젖봉오리를 닮았는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경에 꼭지가 한없이 바라보고 섰다.
가슴은 울렁대고 온몸에는 짜릿한 전률이 인다. 비온 뒤가 아니면 어찌 이렇게 신비스런 풍경을
맛볼 수 있으랴. 은은한 안개숲, 산록의 물결위로 떠오르는 마이산은 한폭의 그림같다.
바라볼수록 신비로움에 휩싸이고
고개를 돌리면 그리움이 밀려오니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이곳에서 거제에서 오셨다는 정맥팀을 또 만났다. 1구간에서 만났을 때는 유일한 홀아비팀이라
했는데 오늘은 홍일점이 한 분 계서서 분위기가 영 좋아보인다. 이곳에서는 길이 없다. 다시 10m
정도 백하여 좌측 절벽옆으로 로프를 매여놓은 곳이 정맥길이다. 로프따라 내려서면 조망이 트이
는 암반이 나오고 길은 암반아래로 트레버스하여 우회하도록 되어있다.
로프를 잡고 내려서면 바위 위로 또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오늘의 마지막 선물이다.
상사바위를 내려서며 바라본 가야할 주화산까지 융단처럼 내려앉은 초여름 산빛
부귀산을 내려서면 전형적인 초여름의 숲길이다. 세속의 찌든 때는 발걸음에 묻혀
버리고 바스락거리는 낙엽소리는 끝없는 반가움으로 다가온다. 이제부터는 마이산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크고 작은 봉우리를 수없이 오르내려야 하는 지루함도
있지만 녹음짙은 산중의 호젓함이 26번국도까지 3시간여 마음에 위안을 준다.
<오룡동 26번국도>
26번국도가 가로지르는 정맥길, 동물이동통로는 고사하고 아예 사람도 넘어다니지 못하게 중앙
분리대를 만들어 놓았다. 도로 횡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차량이 없을 때 '이렇게 저렇게...'
꼭지에게 요령을 가르쳐주었더니 생각보다 잘 넘는다.
능선에 올라서니 가시덤불사이로 두릅나무가 많아서 꼭지가 싱글벙글이다. 두릅꺾는
재미에 푹 빠진 꼭지, "이거따라 저거따라." 가시에 찔리고 긁히고 그래도 즐겁다.
무슨 고개가 그리많은지 누에기재, 장구목재, 오산리재를 차례대로 오르고 내리니 꼭지가
"무슨 산이 이래." 하며 힘든다고 투덜댄다.
622봉으로 추측되는 봉우리에서 뒤돌아본 마루금과 부귀산(우측의 뾰족한 봉우리)
가야할 주화산 방향
서서히 꼭지의 체력은 바닥나는데
은방울꽃이 우루루 몰려와 힘내라며 위로한다.
산불초소를 우회하여 낙엽이 미끄러져 내리는 비탈을 지나니 좌측으로 전주공원 묘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다왔다는 말에 꼭지의 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공원으로 내려
가는 임도를 지나 5분여 올라서니 호남정맥과 금남정맥 분기점인 주화산이다.
'호남정맥'과 '금남정맥' 분기점인 '주화산(565m)'정상
<오늘의 산행종점 모래재 휴게소>
<강정골재-오룡동 26번국도 산행지도> 출처 : 사람과 산
<오룡동 26본국도-모래재 산행지도> 출처 : 사람과 산
ㅡ 끝 ㅡ 감사합니다.
첫댓글 작년 가을에 다녀왔는데 그때에도 고속도로에서 우뚝솟은 마이산을 보고 깜짝놀랐는데 그때와는 또다른 느낌입니다. 좋은 글과 함께 보니 한편의 드라마를 보고 있는 느낌입니다. 자연과 하나되는 기분입니다. 날씨도 흐리고 마음이 좀 그랬는데 사진의 안전감과 글이 어우러져 기운이 박차오릅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비온 뒤에 가라앉은 엷은 안개가 아니었다면 저토록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지...
참 기막히는 포착이고 절묘한 운때입니다.
초록은 물기와 어우러지면 촉촉함이 살아나 더 아름다운 컬러가 되죠.
형수님과 멋진 시간 되셨을 듯......
대간 정맥하다보니...... 산에는 비 안온다! 라는 억지도 통하는 모양이죠?? ㅋㅋ
희안하네요! 쪼끔~